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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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노동은 도박이 아니다 쿠팡이츠 앱에서 알림이 떴다. 1시간 안에 배달 3개 하면 7500원을 더 준다고 한다. ‘못 먹어도 고!’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앱 접속 후 두 번째 콜을 수행하러 음식점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놀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주문 들어왔는지 몰랐단다. 사장님이 부랴부랴 음식을 만들었지만, 20분이 훌쩍 넘었고 손님이 콜을 취소해버렸다. 고스톱에서 ‘고박’을 쓴 것처럼 보너스는커녕, 1시간 동안 고작 6000원을 손에 쥐었다. 터덜터덜 가게를 나오는데 앱이 5000원짜리 콜을 수락하겠냐고 물었다. 배달료가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거절할지 수락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 콜을 거절하면 7000원으로 오른 콜이 올 수도, 3500원으로 하락한 콜이 올 수도 있다. 60초의 제한 시간 동안 삶을 건 도박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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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146번 버스와 노동개혁 새해 첫날 146번 버스 첫차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 탔다. 한덕수 총리다. 146번 버스는 강남지역으로 일하러 가는 강북지역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가 주로 이용한다. 노동자들은 총리를 만나자 의외의 부탁을 했다. 첫차 시간을 4시5분에서 3시50분으로 15분 당겨달라는 거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5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해도 청소 일을 제시간에 마치기 어려우니 더 일찍 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다. 청소노동자들은 보통 새벽 5시에 전날 쌓인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6시엔 화장실, 7시엔 사무실 청소를 시작해 직원들이 출근하는 8시 전에는 청소를 말끔히 끝내야 한다. 청소노동자에게 새벽시간 1분이 1시간처럼 소중한 이유다. 이야기를 들은 총리는 서울시장에게 곧바로 전화해 첫차 시간을 15분 앞당길 수 있냐고 물었다. 서울시장은 협조하겠다고 답했고 승객들은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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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도려낼 건 쪼개진 자본이다 14세의 청소년이 어머니 계정을 이용해 쿠팡이츠 배달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쿠팡이츠는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부산 배달대행사에서 일한 라이더는 사고가 나서 일을 못했는데, 하루 4만5000원의 오토바이 리스비를 갚지 못해 700만원의 빚을 졌다. 두 사례 모두 법으로만 따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일부노동자에게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은 노조법을 비웃으며, 다양한 꼼수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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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그건 ‘산재워싱’이다 쿠팡이츠가 10월28일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인증을 받았다.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쿠팡이츠는 노동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보증해준 셈이다. 쿠팡이츠도 자랑스러웠는지 행사현수막에 ‘배달 업계 최초 인증’을 새겼다. 김명규 대표는 자신 있게 “안전 관리 노력이 이번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취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ISO 인증에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노동자 참여다. 그러나 인증대행기관인 DNV는 노조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배달노동자들은 쿠팡이츠를 최악의 기업으로 꼽는다. 쿠팡이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인 2시간 안전교육을 듣지 않은 라이더에게도 일을 시킨다. 노동자들이 영업용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며, 자전거 킥보드 등을 위한 보험도 없다. 배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상식도 지키지 않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1시간에 3건 미션을 완료하면 프로모션을 주는 깜짝 프로모션을 시시때때로 올리고, 기본료는 2500원에 묶어둔다. 노동자들은 미션에 실패할까 두려워 가슴을 졸이며 위험한 주행을 감행하는데, 쿠팡이츠는 눈이 오는 위험한 날에 더 많은 프로모션을 지급하여 사고 위험을 높인다. 그 결과 쿠팡이츠는 대한민국 산재신청 9위 기업이 됐다. 쿠팡 주식회사는 산재신청 2위, 쿠팡물류센터는 7위다. 쿠팡은 물류센터 사망사고와 에어컨 미설치, 택배 과로사 문제 등 산재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어떤 노동조합과도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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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심야택시와 야간노동 출장 때문에 막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택시 없는 택시 정류장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만 바라봤다. ‘예약’ 글자를 연두색 빛깔로 내뿜는 택시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줄을 선 사람이 아니라 호출에 성공한 사람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앱을 켜고 온라인 택시정류장에 접속해 손을 흔들어 봤지만, 어떤 택시도 잡히지 않았다. 비싼 택시를 호출할까 했더니, KTX와 비슷한 요금에 플랫폼을 빠져나왔다. 한적한 도로를 걷고 또 걷다가, 30분 만에 지나가는‘빈차’를 온몸을 흔들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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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알고리즘엔 죄가 없다 ‘차별은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만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가 카카오택시 알고리즘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택시노동자들은 카카오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에서 조사 중이다. 이에 대응해 카카오가 자체 위원회를 구성 검증에 나선 것이다. 위원회가 설명하는 알고리즘은 손님에게 가까운 택시노동자를 먼저 찾아낸 다음, 콜 수락률이 높은 택시노동자에게 배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위원회는 “목적지 정보 표시 없이 자동 배차되는 가맹 기사와 목적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일반 기사 사이에 배차 수락률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일반 기사의 선택적인 콜 수락으로 생긴 차이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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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코로나와 돌봄, 그리고 쉴 권리 체온계에서 삑삑 경고음이 나왔다. 38도를 넘었다. 고열로 밤새 끙끙 앓던 배우자를 데리고 다음날 아침 병원으로 향했다. 확진이었다. 다행히 나는 음성이 떴는데, 일정이 어그러지는 것부터 걱정했다. 7일의 격리기간 중 일정취소는 가장 쉬운 일이었다. 공간분리부터 문제였다. 1.5룸이라 격리할 공간이 없었다. 거실은 내가, 침실은 아내가 사용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준비했다. 격리기간 여유롭게 드라마 정주행이나 할까 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약을 먹기 위해 세끼를 꼭 챙겨야 했는데, 상을 두 번 차려야 했다. 배우자가 먹을 음식을 방으로 넣고 내가 먹을 음식을 따로 차렸다. 다 먹고 나면 상을 들고 나와 치웠다. 밥만 먹고 살 수 없으므로, 중간중간 과일과 커피, 음료 등을 공급했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환기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잠시 숨을 돌리면 다시 밥때가 됐다. 이 와중에 업무상 연락을 받고, 줌 미팅 등을 해야 했기 때문에 휴대폰과 컴퓨터를 끌 수도 없었다. 내가 쓰러지면 누가 우리를 돌볼까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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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곱씹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최근 페북, 인스타의 개인정보이용 동의 강요가 논란이다. 개인정보를 넘기는 걸 넘어서 수천만명의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기업을 통째로 넘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카카오모빌리티 이야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택시, 대리운전, 퀵 등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T 가입자는 3000만명, 관련 종사자는 2만명에 달한다. 기업가치는 매각과정에서 8조5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엄청난 성장의 원동력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노동자가 제공한 데이터였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하려는 회사는 MBK이다. 기업을 사서 구조조정 후 되팔아 이윤을 얻는 사모펀드다. 우리의 데이터도 사모펀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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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복지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 “고용보험은 강제로 플랫폼 라이더에게 징수해 놓고, 그걸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졸속행정입니다.” 라이더유니온 커뮤니티에 올라온 조합원의 절규다. 배달 노동자들은 1월1일부터 고용보험이 적용됐는데, 고용보험가입자들에겐 특고 프리랜서 6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주지 않아 일부 노동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고용보험과 특고 프리랜서가 고용보험이 다르다는 걸 몰라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배달할 때마다 배달앱에 ‘고용보험료’라는 이름으로 보험료가 차감되는 걸 본 배달노동자가 특고 고용보험이 따로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겠는가. 신규 신청자는 6월23일부터 신청이 가능한데, 너무 빨리 신청해 ‘신청대상자가 아닙니다’라는 안내를 받고 고용보험 때문에 탈락했다고 믿는 사람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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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이젠, 쪼개지는 노동을 묶자 몇 개월 전 조합원과 논쟁을 벌였다.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두 개 이상의 배달기업에서 일하다 다쳤을 때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다.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할 때만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얼마나 일해야 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일한 걸로 볼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로 정한다. 올해는 93시간 이상 일하거나 115만원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은 1시간 일해도 산재보상을 받는데, 어떤 노동자들은 특수하다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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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알고리즘의 구조조정 저녁시간, 배민앱과 오토바이 시동을 켰다. 5분이 지나도 콜을 주지 않자 상점이 많은 곳으로 움직였다. 3㎞를 달려도 콜을 주지 않았다. ‘콜사’다. 배달이 없을 때 콜이 사망했다며 부르는 은어다. 단체대화방에는 영정에 ‘콜’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왔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만 장송곡처럼 울린다. 곡소리도 비용이 들어 기름을 더 먹기 전에 재빨리 시동을 껐다. 해고다. 취업을 위해 쿠팡이츠 앱을 켰다. 콜을 주긴 주는데 2㎞ 넘는 거리의 단건 배송을 3000원에 갔다 오라 한다. 기름값도 안 나오는 아스팔트 농사 따위 엎어버리고 싶지만 이 시기를 견뎌야 여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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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문제는 ‘산재전속성’이다 3월30일, 아마도 손님의 휴대폰 화면 속에서는 열심히 달려가던 귀여운 배달 라이더 캐릭터가 갑자기 멈췄을 거다. 손님이 배달을 시키고 실시간으로 배달 라이더를 확인했다면, 배달노동자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쿠팡이츠에 항의 전화를 했을 수도 있다. 회사에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라이더는 트럭에 치여 도로 위에서 사망했다. 화면 속 배달노동자는 영정으로 장례식장 단상에 놓여 있었다. 그제야 배달노동자의 이야기가 하나둘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 둘을 홀로 키우기 위해 하루 8만보씩 배달을 하다 그게 너무 힘들어 전기 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했다. 이름도 이야기도 없이 죽은 배달노동자들은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