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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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우리의 권력’ 함께 만드시죠 “위원장님, 결국 정치하려는 거 아닙니까?” 배달대행사 사장이 배달 고용보험을 문의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민망한데, 세상 사람 중에 날 정치를 할 정도로 유명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이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조합 위원장도 정치인이다. 노동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측과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삶과 제도를 바꾸는 일을 한다. 국회의원처럼 항의전화와 문자폭탄을 받기도, 응원과 격려를 받기도 한다. 국회가 아닌 길거리에서 연설하고 방송국이 아닌 작은 회의실에서 토론하고, 보좌관 대신 동지들이 있다는 게 차이일 뿐이다. 시민단체 임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나 여의도가 아니라도 정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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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주 4일제의 전제조건 풋살팀 동료가 갑자기 주 4일제를 꺼냈다. 보수적이라 반대할 줄 알았는데, 당장 주 4일제는 무리지만 주 4.5일제라도 먼저 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해 플랫폼노동자로 일하는 한 배달노동자는 노동시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봤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야 주 4일제가 좋겠지만, 오래 일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자기 같은 사람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라는 거다. 두 노동자의 대립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주 4일제는 현장을 모르는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으로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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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청각장애 배달노동자의 갈망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계속 울리는데 회의를 하느라 받지 못했다. 일정이 끝나고 휴대폰 화면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찍혀있었다. 번호가 아닌 글자였다. ‘청각장애통역전화’. ‘청각장애’와 ‘통화’, 두 단어가 연결이 되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통화를 거부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빨리 전달하고 싶은 마음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아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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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씁쓸한 ‘스타벅스형 정규직’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트럭시위를 기획하자 회사는 동종업계 최고 대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거짓은 아니다. 서비스노동자들은 보통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인데, 스타벅스 노동자는 정규직이다. 물론, 통상의 정규직은 아니다. 가장 낮은 직급인 바리스타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고작 480원 많은 9200원이다. 주5일 근무이긴 한데 하루 5시간 주 25시간 근무할 수 있어 월급이라 부르기 민망한 금액이 통장에 찍힌다. 25시간은 다시 잘게 쪼개진다. 오픈과 미드, 마감 세 가지로 구분되어,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이 매주 다르다. 조각난 노동자의 시간을 조합하다 보면 종종 최악의 근무 스케줄이 탄생한다. 새벽시간 가게 문을 닫았다가 다음날 아침 문을 여는데, 해외에서는 클로징과 오프닝을 합쳐 클로프닝이라 부르고 한국노동자들은 마감과 오픈을 따서 ‘마오’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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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플랫폼 공장 된 마을의 분노 “오토바이 세워두면 발로 차버릴 거야!” 주택가 2층 창문 너머로 한 시민이 고함쳤다. 배민 B마트 앞에 살던 시민이었다. 배민이 생필품 주문을 받아서 오토바이로 손님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B마트다. 배민은 오토바이라이더들이 빠르게 픽업해서 배송할 수 있으면서도 비교적 임대료가 싼 주택가 골목에 물품창고를 만들어놓았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주차와 소음으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배민한테 이야기 하세요”라고 해봤자 소용없다. 주택가뿐만이 아니다. 택배차,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자전거로 도시 전체가 혼잡하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마을 위에 배달플랫폼이 거대한 공장을 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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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위헌적 보수, 위기의 진보 2016년 국회가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헌법위배 행위를 주요 탄핵사유로 적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파면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탄핵의 아픔을 딛고 정권을 되찾고 싶다면 헌법수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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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사장님, 주 52시간 지켜주세요 풋살팀 덕분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마침 7월부터 시작된 주 52시간제 이야기가 나와서 풋살보다 재미있는 토론판이 벌어질 것 같았다. 논쟁의 휘슬이 울렸지만 경기는 시시하게 끝났다. 개발자로 일하는 팀원은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52시간 일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말 빼고 아침 9시 출근해서 밤 9시까지 야근을 매일 해야 52시간이 채워진다는 거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회사를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 제품설계 일을 하는 다른 팀원도 거들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상사가 야근을 좋아해서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웹툰이나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고 한다. 이 모습이 한심했던 그는 야근을 금지하는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새 직장에서는 근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칼퇴를 할 수 있어, 능률도 오르고 가족도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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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12명이 3일간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AI시스템을 직접 검증했다. 첫날은 AI가 주는 배달을 100% 수락해 배달했고, 둘째 날은 가기 싫은 배차는 거절하면서, 셋째 날은 교통법규를 지키며 배달했다. 11시부터 20시까지 진행된 인간과 AI의 대결은 라이더 12명을 줌으로 연결해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배달회사들은 자신이 만든 AI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박은 한 시간 반의 중계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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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최저임금 많이 올랐나’ 따져보자 바이든 대통령이 미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최저임금을 올렸다. 10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국제적인 최저임금 인상 붐이 있었다. 경제위기로 노동자의 삶이 붕괴하고, 경제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를 채울 필요도 있다. 백신 접종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일터로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의 노동력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반면 한국에선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동결과 인하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 1만원을 포기했다. 한 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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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30분 배달제의 부활 10년 전 사라진 30분 배달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쿠팡의 치타배달과 배민의 번쩍 배달이다. 쿠팡이츠는 라이더가 여러 집을 묶어서 배달하는 관행을 깨고, 한 집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기를 느낀 배민도 한 집 배달로 맞서고 있다. 빠른 배달 경쟁으로 흔히 라이더의 사고 위험이 높아질 거라 우려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과거의 30분 배달은 직접고용한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빠른 배달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사장이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4대보험, 연차, 퇴직금을 제공하는 대신 노동자는 사장의 지시를 준수했다. 기업은 임금은 최저로 주면서 한 사람이 수행해야 할 배달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윤을 챙겼다. 종속과 보호, 임금과 이윤을 교환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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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1만3810원 캠페인이 필요하다 며칠 전 배달노동자에게 전화가 왔다. 새로 일을 시작한 배달대행사에서 매일 808원을 산재보험료 명목으로 떼 가는데, 맞는 금액이냐고 물었다. 라이더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월 1만4030원으로, 업주가 부당하게 많은 돈을 징수한다고 안내했다. 통화를 끊고 아차 싶었다. 월 1만4030원은 작년 기준 보험료다.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찾아보니, 2021년 배달노동자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는 월 1만3810원이었다. 이 금액을 아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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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쿠팡의 위험요소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도전한다. 경제지는 쿠팡을 미국에 뺏겼다며 한탄했다. 노동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규제 등이 용의자로 떠올랐다. 사실 쿠팡의 국적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아이러니다. 쿠팡의 모회사는 쿠팡 LLC로 미국법인이다. 처음부터 미국 상장이 목표였다. 쿠팡의 주요 투자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조성한 비전펀드다. 비전펀드의 최대주주는 중동의 오일머니다. 우리가 뺏긴 건 대한민국 회사 쿠팡이 아니라 쿠팡에서 일한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