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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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진보’ 어용지식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유시민은 어용지식인을 자처했다. 어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유시민은 모욕적 뜻 앞에 ‘진보’를 붙여 진보어용지식인이라는 괴이한 낱말을 탄생시켰다. 이유는 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만 가졌더니, 재벌, 언론, 검찰, 관료, 야당 등 기존 보수 세력의 반발과 견제에 진보가 무너졌다는 거다. 5년짜리 손님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겠나. 그는 개혁에 반발하는 적폐로부터 약한 대통령을 지킬 칼이 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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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플랫폼노동과 알고리즘 “강남구 1시까지 2000원 할증! 주문량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오전 11시39분에 ‘쿠팡이츠배달파트너’라는 아이디가 나에게 보내온 카톡 내용이다. 작업물량이 많을 때 가산수당을 줘가며 잔업, 특근을 시키고 물량이 없을 때는 최저임금으로 돌리던 저임금 노동시장이, 시간별로 건당수수료를 달리 주는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플랫폼은 실시간 주문량과 접속한 라이더의 수를 파악하고 그동안 쌓인 데이터에 따라 배달료를 조정, 노동력 공급을 조절한다. 2000원을 추가로 주면 접속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어느 정도의 라이더가 있어야 배달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디지털세계에서 무궁무진하게 실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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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어설픈 채식 손님이 주문한 탕수육 배달을 위해 가게에 들렀다. 사장님은 홀 손님과 밀린 주문으로 정신이 없었다. 바쁜 배달기사를 붙잡아두는 게 미안했던지 사장님은 튀기고 있던 탕수육 한 조각을 빼서 달콤한 소스를 쓱쓱 묻히고는 내 입에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따뜻한 참사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라이더를 챙기는 아름다운 마음,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 뱉었을 때의 어색한 상황 등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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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가난·불평등으로 ‘기본소득’에 접근 할 수 없는 이들 요즘 배달을 하다 가장 많이 목격하는 건,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홍보물이다. 골목마다 포스터가 붙어 있고 편지함은 물론 길바닥까지 전단이 뿌려져 있다. 인터넷 신청이 간단해 보여 접속했다가, 신청서를 출력하라 해서 포기했다. 작성한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서 업로드해도 된다 하니 스캐너는 없어도 돼 다행이다. 프린터가 연결된 컴퓨터가 없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면 다산콜센터로 전화하거나 주민센터를 방문하라는데, 콜센터와 공무원들의 영혼 없는 표정과 민원인들의 성난 얼굴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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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타다가 보여준 ‘폐업 엑시트’ 오는 11일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다. 이재웅씨는 자신이 명명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기 직전, 페이스북에 ‘1만명의 드라이버는 갈 곳이 없다’라고 썼다. 법이 통과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일자리를 잃은 드라이버들에게 사과하라고 호통쳤다. 보통 1만2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장님이 폐업을 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대표가 사죄한다. 이재웅씨는 혁신적으로 국회와 국가 탓을 했다. 더 황당한 것은 통보 방식이다. 과거에는 문자해고가 문제가 됐는데, 오늘날 혁신가들은 페이스북으로 폐업과 해고 통보를 한다. 대표의 페친이 아니라면, 회사가 망했는지도 알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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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엔딩크레디트의 죽음 몇 년 전 지상파 방송국과 최저임금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는 청년 한명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가 꺼낸 카메라엔 방송국 마크가 찍혀있지 않았다. 외주사 프리랜서 직원이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들이 받을 피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걸 찍는 방송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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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플랫폼의 신종 노무관리 우아한 형제들이 불공정한 형제들로 변했다. 합병 전이던 지난해 9월 최소배달료 6000원으로 라이더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하더니, 11월6일부터 12월3일까지는 4500원으로, 12월4일부터는 기본배달료 3000원에 500~2000원의 프로모션을 매일매일 변동해서 지급했다가 합병 후인 올 2월1일부터는 3000원으로 배달료를 삭감했다. 불과 5개월 새 벌어진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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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문중원씨의 ‘마지막 주문’을 배달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 문중원씨는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기수였다. 2019년 11월29일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의 선물을 받았다. 문중원씨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택배로 장난감 화장대세트와 레고를 주문했고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하늘에서도 가족을 위해 달렸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했던 손과 세상에 대한 마지막 주문을 글로 남겼던 손. 행복과 절망의 양손 사이 어딘가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이 있었을 것이다. 그 손을 잡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