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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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타다가 보여준 ‘폐업 엑시트’ 오는 11일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다. 이재웅씨는 자신이 명명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기 직전, 페이스북에 ‘1만명의 드라이버는 갈 곳이 없다’라고 썼다. 법이 통과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일자리를 잃은 드라이버들에게 사과하라고 호통쳤다. 보통 1만2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장님이 폐업을 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대표가 사죄한다. 이재웅씨는 혁신적으로 국회와 국가 탓을 했다. 더 황당한 것은 통보 방식이다. 과거에는 문자해고가 문제가 됐는데, 오늘날 혁신가들은 페이스북으로 폐업과 해고 통보를 한다. 대표의 페친이 아니라면, 회사가 망했는지도 알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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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엔딩크레디트의 죽음 몇 년 전 지상파 방송국과 최저임금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는 청년 한명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가 꺼낸 카메라엔 방송국 마크가 찍혀있지 않았다. 외주사 프리랜서 직원이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들이 받을 피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걸 찍는 방송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장님이었다. 인터뷰는 이야기가 되어, 방송국 비정규직 문제로 이어졌다. 라이더유니온을 시작한 이후에는 특고신분의 라이더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찍고 싶어 하는 방송국 PD와 카메라맨들을 자주 만났다. 하루는 촬영이 밤 10시가 넘어가 슬슬 짜증이 났다. “지금부터 야간출연료 주셔야 하는 거 아시죠?”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우리는 야간수당 못 받는 프리랜서예요”라고 받았다.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돌려 자신을 찍으면 거기에 바로 일 시킬 땐 직원, 문제 생기면 사장님인 프리랜서의 애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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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플랫폼의 신종 노무관리 우아한 형제들이 불공정한 형제들로 변했다. 합병 전이던 지난해 9월 최소배달료 6000원으로 라이더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하더니, 11월6일부터 12월3일까지는 4500원으로, 12월4일부터는 기본배달료 3000원에 500~2000원의 프로모션을 매일매일 변동해서 지급했다가 합병 후인 올 2월1일부터는 3000원으로 배달료를 삭감했다. 불과 5개월 새 벌어진 변화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의 6000원 요금제는 신입 라이더에게만 적용됐고, 기존 라이더에겐 3000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유롭게 로그인, 로그아웃하는 형태의 배민커넥터를 모집했는데, 이들에겐 기본료 5000원에 500~1000원의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꿀콜이라 불리는 단거리 콜을 먼저 볼 수 있게 했다. 렌털비, 배달 개수 등이 기존 라이더, 배민커넥터, 신규 라이더 간 모두 달랐고, 이들 사이에 위화감이 커지고 갈등이 벌어졌다. 라이더 간 갈등으로 회사에서 운영하던 단체대화방이 폭파되는 사건도 있었다. 단결은커녕 원수가 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보인다. 배민은 이를 잘 이용했다. 배민커넥터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배민라이더스의 불만이 고조되니까 커넥터에 대한 20시간 근무 제한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노조가 매일 바뀌는 프로모션에 문제를 제기하니까 프로모션을 없애버렸다. 일부 라이더들은 노조가 설쳐서 근무조건이 불리하게 바뀌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2만명이 출근하는 공장도, 함께 밥을 먹는 식당도 없기 때문에 노조가 이에 대해 해명하는 전단 한 장도 뿌릴 수 없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을 악용해 노조를 탄압했던 대기업들이 한 수 배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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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문중원씨의 ‘마지막 주문’을 배달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 문중원씨는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기수였다. 2019년 11월29일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의 선물을 받았다. 문중원씨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택배로 장난감 화장대세트와 레고를 주문했고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하늘에서도 가족을 위해 달렸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했던 손과 세상에 대한 마지막 주문을 글로 남겼던 손. 행복과 절망의 양손 사이 어딘가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이 있었을 것이다. 그 손을 잡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