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융희
문화연구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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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쿠팡은 타인의 삶을 착취한다 최근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몇년 전에 비해 광고의 비율이 무척 늘었다. 광고의 방식도 기묘해졌다. 실제 제품의 판매 회사들이 직접 광고 제품을 게시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마치 자신이 광고가 아닌 것처럼 위장한 플랫폼의 광고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이런 광고는 아래의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우선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페이지가 노골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글 제목과 내용을 미리보기로 제공하며 내 타임라인에 노출된다. 그러한 글들은 예를 들자면 ‘바람난 애인이 이때까지 데이트한 비용을 더치페이하자고 2년치 가계부를 1000원 단위까지 기록해 보냈네요’ 같은 방식이다. 쉽게 분노할 대상이 있고, 답답해하는 글쓴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그래서 분노의 대상에게 속 시원한 응징이 가해지길 바라며 글이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고 싶은 형태이다. 이러한 글들은 공감할 만한 타깃을 넓게 잡은 것인지 군대에서 있었던 신기한 무용담을 다루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있었던 야한 순간이나 선정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며, 결혼 생활의 파탄을 다루는 등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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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꼰대의 거래방식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 장면 중 술자리가 있다. 꽤 거대한 집단의 수장들이 술집에 모여 양주를 잔에 따르고 주거니 받거니 술자리를 즐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주요 프로젝트의 가부를 결정한다. 이런 장면들이 대중 콘텐츠에서 수없이 재생되는 까닭은 이 모습이 현실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내가 사회에 나와 배운 건 사회생활의 처음과 끝이 거의 술로 끝난다는 사실이었다. 회사에 입사하면 회식부터 시작해 친해지기 위해 워크숍을 가고, 연초엔 신년회, 연말엔 송년회, 그리고 중간중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술 한잔 하자’라는 상사와 후임의 이야기까지. 이 사회는 술이 너무나 많이 필요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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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학교폭력이라는 스펙터클 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둘러싼 학교폭력 의혹 논란이 일었다. 해당 멤버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당 멤버와 그의 친구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해당 아이돌의 기획사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음을 비판하며,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답을 촉구하였다. 이에 기획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실은 왜곡된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방의 입장만이 전달됨에 따라 생긴 오해이며, 의혹을 바로잡는 동시에 허위사실과 악의적 왜곡을 바로잡고, 해당 아이돌이 반성하고 있으며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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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사과의 리더십 코로나19 팬데믹이 서서히 마무리되는 듯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비롯해 각종 제한이 단계별로 풀리고 있으며, 확진자 숫자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물론 이것이 실제 회복인지, 아니면 코로나19 현상이 일상적으로 변해가면서 무덤덤해지는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하겠지만 향후 1년, 어쩌면 그보다도 좀 더 빠른 시기 안에 우리는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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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분화된 세계관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전의 선거와 달리 여러모로 감회가 드는 선거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유달리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나와 다른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끼리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었다는 점이다. 분명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 대화가 채 성립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빗겨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대화를 시도한 끝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관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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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교육과 저작권 웹소설부터 에세이 쓰기, 브런치 작가, 텀블벅 모금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출구전략 및 영역의 확대가 이루어진 글쓰기를 통해 생계유지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글쓰기 교육’ 상품이 성황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각종 SNS에서는 너도나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은 제대로 된 지식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글을 썼다는 광고가 줄을 잇는다. 인세 수입이 이만큼 났다고 통장의 수익을 공개하는 영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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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정치 광신 선거를 앞두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광신도들의 전쟁터가 된다. 본디 SNS는 개인과 개인을 이어가며 세상 모든 이슈를 수집하는 공간인데 이 모든 것들에 정치와 관련된 사족이 붙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한 사람이 오늘따라 기르던 개의 이빨이 예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올린다. 그걸 본 다른 누군가가, ‘이 개는 정말 예쁘네요! 정치권에 있는 그 개는 정말 더럽게 생겼는데…’ 같은 댓글을 단다. 기르던 개가 좀 많이 짖어 속상해 글을 올렸더니, ‘온 세상에 개 짖는 소리가 가득하네요. 오늘 TV에서도…’ 같은 댓글이 달린다. 꽃 사진을 올리면 어느 순간 자연경관과 환경 개발에 대한 정책 얘기가 달리고, 심지어 게임 플레이 사진 하나만 올려도 게임 관련 정책으로 토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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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각주의 유혹 지난 몇 주간 정치 관련 기사의 패턴은 소위 ‘주석 달기’ 구조의 반복이었다. 정치인 누구가 어떤 공개 석상에서 이러저러한 발언을 한다. 이 발언을 A라고 하자. 그 즉시 뉴스 포털과 SNS 등이 A와 관련된 수많은 논평으로 도배된다. 대부분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의 메시지들이다. 어떻게 A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냐고, A가 이루어진 맥락과 배경을 삭제한 채 A를 끊임없이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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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터넷의 재현 <오징어 게임>에서 <지옥>까지.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드라마의 선전은 놀라울 정도이다. 유튜브를 탐험하다 보면 <오징어 게임>의 파급력을 보다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기존에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해외에서 이슈가 되면 외국인들이 영상을 청취하고 반응하는 리액션 영상 정도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영상들은 작중에 나온 한국 전통의 놀이를 체험해보는 영상들부터 ‘형’ ‘사장님’ 등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함의가 담긴 대사가 어떤 의미인지 해설해주는 영상까지, 외국인들로 하여금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넘어 한국 문화에도 집중하게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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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급변하는 대학 청년문화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은 올해를 ‘2년제 전문대생 중 단 한 번도 등교하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취업전선에 나오는 때’라고 평했다. 비단 전문대생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년에 고3이었다가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비대면으로 하고, 대학교 입학 역시 비대면으로 했으리라. 3년제나 4년제 대학생들도 졸업 학기까지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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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비평의 책무 비평을 공부해 밥 벌어먹고 살다보니 콘텐츠가 유행하면 그 콘텐츠에 대한 비평을 작성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비평을 했는지 종종 찾아보게 된다. 비평문의 마지막 문장을 적고 메일함에 전송하기 전 꼭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혹시 이 비평을 게으르게 작성한 것이 아닌지 말이다. 게으르게 맺은 비평이란 아래와 같다. ‘이 콘텐츠는 지금 현대 사회를 반영했다’식의 마무리 말이다. 이건 한국 사람들의 주식은 밥이란 소리처럼 모두 아는 얘길 거창한 듯 마무리한 것에 불과하다. 좋은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비평은 거기서 어떤 사회를, 어떻게, 왜 반영하는지 더 나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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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그 행사 꼭 필요한가요 1979년 출간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SF소설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작품은 주인공 아서 덴트가 1인 시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건설회사 사람들이 우회로 건설을 위해 아서 덴트의 집을 철거하고자 방문했고 아서 덴트는 그에 불응하며 건설차량 앞에 드러눕는다. 우스꽝스러운 대치가 이루어지는 그때, 갑작스럽게 친구인 포드 프리펙트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