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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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틀린 질문과 옳은 답 며칠 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만한 필즈상을 한국인이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했었고, 어느 수학자의 강연에 매료되어 늦깎이로 수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학은 지적 유희로서의 놀이와 같다고 했다. 몇달 전에 개봉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배경은 영재들만 다닌다는 어느 명문고. 주인공 아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회적 배려자로 이 학교에 입학했지만 수학성적이 최하위이다. 반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학교 경비(최민식이 연기했다)는 탈북한 수학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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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제는 대학원 시대를 준비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육지표 2021’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은근히 자랑하는 것처럼 한국의 25~64세 인구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약 5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그런데 수준별 고등교육 구성비를 보면 따져볼 점이 좀 있다. 먼저,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2년제 전문대(14%)와 4년제 대학(32%), 그리고 대학원 과정(4%)을 합한 개념이다. 한국은 일본, 캐나다 등과 함께 2~3년 단기 전문대 졸업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반면 독일,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등은 우리보다 대학원 졸업자가 훨씬 많다. 만일 전문대를 제외하고 4년제 대학학위와 석사학위 취득자만을 합하여 비교하면 양상은 많이 달라진다. 한국이 36%인 데 반해 스위스 43%, 네덜란드 40%, 룩셈부르크 44%, 아일랜드 43%, 핀란드 37%, 영국 38%, 미국 37% 등으로 우리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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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선 후보들 교육 공약을 알고 싶다 오늘날 교육문제는 대부분 실천 차원이라기보다는 그 실천을 규정하는 프레임 차원의 문제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는지 등의 방식을 규정한다. 교사와 학생들의 활동들은 그 프레임의 한계 내에서 생산되고 재생산되며, 프레임이 잘못되면 그 안의 모든 성과가 무의미해진다. 비록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교사들도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더라도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라면 쓸데없는 헛고생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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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학력저하’현상 뒤집기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언론들은 앞다투어 ‘전반적 학력저하’를 문제 삼고 있다. 전반적인 학업성취분포가 M자형을 그리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상위권 분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종의 위기상황으로 인식하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에 이러한 학력저하의 상당부분은 ‘이해부족’에 있기보다는 ‘연습부족’에 기인한다. 교육이 주력하는 부분은 논리와 추론 등 깊게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실제로 시험점수를 좌우하는 것은 자동화된 연산능력을 강화하는 연습량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성적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오는 이유는 바로 연습에 의한 자동화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자동화 연습은 지겹고, 그래서 흥미도가 떨어진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PISA 성취도는 높게 나오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낮게 나오는 이유다. 기술 강국들에서는 이런 연습을 우리보다 훨씬 덜 하고 PISA 성적도 낮게 나오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포스트-휴먼’시대에는 그리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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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교육문제의 복잡성 “천재일우의 기회다.” 2017년 5월 대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한 말이다. 당시 진보의 상징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경기도 교육감 시절 혁신학교 바람을 일으켰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서 새로운 진보개혁의 삼두마차가 완성되었다고 본 것이다. 촛불혁명을 배경으로 한 이런 분위기는 그해 출범한 국가교육회의로까지 이어지면서 나름 교육변화의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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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상대적 서열화가 지배하는 사회 ‘상대적 서열화’의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다. 상대적 서열화란 서로 비교된 차이를 수직적 우열관계로 재배치함으로써 사회적 질서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을 말한다. 학교에서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성적과 등급, 상대적으로 서열화된 대학들, 연봉에 의해 서열화된 일자리들, 수도권으로부터의 거리로 서열화된 전국 시·도, 은행 신용등급 등등. 우리는 서열화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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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고교학점제가 일으킬 ‘나비효과’ 고등학생들은 덩치도 클뿐더러 생각하고 말하는 품이 기성세대 어른들을 능가한다. 이들을 청소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소년’보다는 ‘청년’에 가깝다. 이런 청년들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반편성을 하고 학습하며 시험을 치르도록 해왔다. 이들의 신체적·지적 발달 수준에 맞춰서 고등학교 교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즉 고교 교육과정을 현재 대학 교양과정에 버금가도록 개혁하며, 물리적 시공간 구조도 ‘캠퍼스’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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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불로소득이 판치는 세상과 학교 공부 우리는 불로소득시대에 살고 있다. 작년 중반, 이미 경실련은 지난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을 493조원으로 추정했다. 저금리 시대에 민간투자금은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부동산, 동학개미, 코인시장 등 돈의 쓰나미는 무섭게 휘몰아친다. 한국 현대사에서 불로소득은 1970년대 압축성장, 개발경제, 1997년 외환위기 등의 여파로 탄생한 잉여가치를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한 시대적 산물이다. 자산소득은 이미 오래전에 근로소득을 앞질렀고, 노동시장 양극화로 질 낮은 일자리의 비중이 점차 늘어났다. 시중의 유동자금은 상시적 투기현상을 낳았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한 정부의 정책실패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한국 현대사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온 자본소득 과속 현상의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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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평생교육을 말하다 1972년 유네스코 국제교육발전위원회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교육개혁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는 ‘존재를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을 발표한다. 이 문건 작성은 68혁명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에드가르 포르가 주도했다. 그가 교육부 장관이던 시절 프랑스의 대학은 극도로 폐쇄적이고 엘리트 중심적이었으며 교수의 권위는 하늘을 찔렀다. 당시 소르본 대학에서 시작된 68혁명은 이런 낡아빠진 교육 관행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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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교육개혁은 사회개혁을 통해 완성된다 우리의 공교육은 표준화교육 모형에 기초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단위로 표준화된 목표에 따라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과정이라는 ‘트랙’을 제시하며, 학생들은 동일한 과제를 경쟁적으로 수행하는 ‘트랙 주자’가 된다. 오직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리되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차이는 비교하기 쉬우며, 인간의 우열을 나누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학교는 이 기준에 따라 졸업장과 성적을 발급할 독점권을 가지게 되었고, 학생의 장래를 결정할 엄청난 권력을 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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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초당적 장치 올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문민정부 이후 여러 교육개혁 관련 대통령자문기구들이 있었지만 이번 국교위는 개혁을 위한 임시자문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 관한 포괄적 의사결정을 일상화하는 새로운 초당적 교육권력기구라는 점에서 새롭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교위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과 정책을 논의 결정하고, 교육부가 그것을 집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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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퍼스트레이디는 평생교육자 닥터(Dr.) 질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의 부인이다. 트위터에는 자신을 “평생교육자(lifelong educator)”라고 소개한다. 왜 하필이면 이 단어를 선택했을까? 질 바이든은 평범한 여성들처럼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이미 이혼 경력이 있는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두 아들을 홀로 기르고 있던 조 바이든을 만나 결혼한다. 결혼 후 교사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그는 웨스트 체스터 주립대학에서 읽기교육 분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전일제로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학기당 한 과목씩밖에 수강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얼마 후 딸이 태어났고,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