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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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지속가능금융의 가능성과 기회 올해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도입됐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서, 2021년 12월 발표된 최종안을 일부 다듬어 새해부터 본격 시행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관련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녹색전환을 이끄는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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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새 시대의 서막 역사가들은 종종 ‘시대구분’은 필요악이라고 얘기한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좀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우리가 익숙하던 경제나 비즈니스 환경의 기본 틀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다시금 시대구분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궤적과 현재의 위치를 진단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대면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번 복합위기는 이른바 경기 사이클에 기반한 여느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 우리 경제 사상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주로 금융시장의 패닉과 결부된 수요 붕괴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오히려 물리적 차원의 공급 위기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그런 만큼 위기가 끝나면 다시 회복을 기약할 수 있는 순환적 위기보다는 구조적, 추세적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매킨지는 최근의 혼란을 일종의 지진에 비유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오랜 기간 단층선에 쌓인 기저의 강력한 힘이 분출하면서 광범위한 지각개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지는 이러한 지각개편의 5가지 차원, 즉 글로벌 질서, 기술, 인구구조, 자원 및 에너지, 그리고 자본화(capitalization: 자본 심화 내지 축적 흐름)에 주목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를 3개의 시대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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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통화긴축 시대의 새로운 정책조합 10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안도감을 낳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고물가 지속으로 금리 고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이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내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 탓에 미국과의 동조적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부동산이나 자금시장 경색 등과 맞물린 국내 금융불안을 고려하면 운신의 폭이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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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금융위기의 새로운 역학 물가 고공행진에 맞선 글로벌 차원의 공세적 통화긴축 행보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충격의 향배조차 아직 시장 반응이나 정책 행보에 온전히 소화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아니 20세기 초 국제질서의 붕괴와 같은 아마겟돈의 그림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낸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인플레이션 환경 헤쳐가기’를 주제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금융 안정상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IMF는 시장유동성의 위축에 주목한다. ‘시장유동성’은 주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에 의존하는 ‘화폐유동성’과 달리 금융시장에서 자산 매매의 용이성을 의미한다. 사실 코로나19 초입에서 나타났던 격렬한 금융시장의 발작은 이와 같은 시장유동성 증발 영향이 컸다. 대체로 시장유동성은 특정한 충격이 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증폭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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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지경학 시대’의 위험과 기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자국 내 생산 규제에다 외국인투자와 해외투자에 대해서도 안보 위험을 들어 기술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물론 주 타깃은 중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내 정치용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패권주의 야심을 지닌 권위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동맹을 규합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식의 패권적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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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복합위기 시대와 회복탄력사회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난 등 온갖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이른바 복합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본래 위기가 끔찍한 것은 그 충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곤 하는 탓이다. 지금도 코로나19에 맞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빚어지고 있고, 또 이에 맞선 공세적 금리 인상, 게다가 그 여파로 경기침체 위험이 뒤를 잇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로나19라는 자연재해 충격은 더욱 본질적인 기후변화의 위험을 절감케 하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각국 간 갈등은 이미 그 이전부터 들끓던 국제적 긴장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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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금융규제 혁신의 방향 지난 19일 금융규제 혁신회의가 출범했다.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인한 금융산업 구조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금융산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한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내정자 시절부터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가 있기에 기대가 크다. 산업 간 융·복합화의 진전과 함께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은 금융산업에서도 보편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편결제를 필두로 기술 기반 신규 사업자들이 출현하고, 플랫폼 기반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도 확대되어 왔다. 물론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디지털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금융소비자들은 언제부턴가 굳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조회, 이체와 같은 단순 업무뿐 아니라 예·적금, 투자, 대출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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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환율 1300원대의 또 다른 기억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발 통화 긴축 가속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이 가시면서 2021년 초 달러당 108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불과 1년 반 만에 1300원을 돌파한 것이다. 2020년 초 코로나의 영향으로 1296원까지 치솟은 적은 있지만, 1300원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강화되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지속되면서 국내 달러 수급이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본원적인 외자 공급 경로인 무역수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 1~5월 무역수지가 누적 기준 7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한동안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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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의 교훈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다. 지난 2월에 이미 1.1%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번에도 1.4%포인트나 상향한 것이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4.5%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7% 이후 최고치다. 내년에는 2.9%로 안정되겠지만, 내년 초까지는 4%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경제성장률 전망도 올해와 내년 2.7%, 2.5%로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하향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에 따른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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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데이터경제와 마이데이터 지난 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통합적, 맞춤형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 외에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민간이 함께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과 부처 간 칸막이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데이터를 네거티브 원칙하에 전면 개방하고, 정부 데이터와 서비스기능(API)을 제공함으로써 민간이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와 함께 마이데이터 관련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법제화하겠다고 한다. 또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하나의 정부를 지향하기 위해 민관 협력 디지털플랫폼정부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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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CBDC와 책임 있는 금융혁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9일 디지털자산의 ‘책임 있는’ 발전 보장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거나 표시되는, 지급 결제 혹은 투자에 이용되거나 자금 등을 이전하고 교환하는 데 사용되는 일체의 금융자산과 수단, 청구권을 의미한다. 예컨대 가상통화,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행정명령은 디지털자산 및 CBDC에 대한 미국의 핵심 정책 목표와 함께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들이 수행해야 하는 방대한 검토 과제와 일정을 적시하고 있다. 6대 핵심 정책 목표 중에서 두 가지가 주목할 만하다. 우선 미국과 글로벌 금융 안정을 보호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표이다. 다수의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과 서비스 제공자들은 규모나 복잡성 면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반면 적절한 규제나 감독은 받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동일 비즈니스, 동일 리스크, 동일 규칙’이라는 일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및 기술적·경제적 경쟁력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이다. 특히 CBDC와 관련된 항목에서 다른 나라 CBDC들과 상호 운용이 가능한 미국의 CBDC는 더욱 빠르고 저렴한 국경 간 지급 결제를 촉진하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의 중심 역할을 뒷받침하고 미국 달러화의 고유한 역할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CBDC와 관련해 재무부는 여러 관계 부처들과 협의해 6개월 내에 대통령에게 화폐와 지급 결제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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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암호화폐와 리스크 현대의 화폐는 공적화폐와 민간화폐 두 가지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중앙은행 화폐, 즉 현금이 공적화폐라면, 은행예금은 민간화폐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화폐(통화)의 95% 이상이 예금화폐이다. 중앙은행 화폐는 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거래에서 계산단위로 이용되며, 통화시스템의 기준(앵커)을 제공한다. 예금화폐는 거래의 지불수단이나 가치저장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지만, 그에 대한 신뢰는 예금화폐가 언제든지 중앙은행 화폐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공공의 믿음에 달려있다. 즉 은행의 부채인 예금을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으로 바꿔준다는, 정부의 신뢰성 있는 약속이 현대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작동을 위한 제도적 기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