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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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명,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기를 선거제도를 두고 민주당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 같다. 선거제도 문제는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과 경로, 그리고 참여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무겁게 생각해야 하는 기억 하나를 깨우치고자 한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뜨거워지던 때다. 2021년 11월11~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그 전해에 있었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이 잘못이라는 사과였다. 사실, 이 후보의 사과는 저강도였다.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갈채(喝采)는 고강도였다. “민주당과 이재명이 달라졌다. 내로남불이라 했더니 아니구나. 지난날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아네. 민주당이 변하고 있나 보다.” 이 후보의 사과로 유권자의 호의가 부쩍 커졌다. 내친김에 이 후보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위성정당방지법 제정을 민주당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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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비만 고양이’에게 바란다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기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에게 ‘비만 고양이’라 조롱을 당하고 있다. 그 말이 참 아픈 모양이다. ‘비만 고양이’란 주는 밥이나 먹고 햇볕 따신 창가에 앉아서 졸기나 하는 게으른 고양이라는 뜻이 아닌가? 주인의 눈치나 살피는 무능한 고양이 꼴이라는 비유다. 이보다 더한 능멸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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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 혁신은 문재인 정부 성찰로부터 다시 찾아온 혁신의 시간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크게 이겼다. 선거 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 지시에 지레 주눅이 들어 변화는커녕 숨만 겨우 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도는 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민주당이 잘해서 이룬 성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궐선거의 승리도 민주당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패배이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혁신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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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내래 ○○○ 모가지 따러 왔수다” 1968년 1월 어느 날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청년의 목소리에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나는 어린 중학생이었지만 그 소리가 북한 말투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름이 김신조이며,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군 소속으로 청와대를 기습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러 왔다고 말했다. 31명의 게릴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는 일찍이 우리 군에 생포되었다. 한국전쟁에서 전면전으로 실패한 북한은 1960년대에 들어와 비정규군으로 남쪽을 공격하곤 했는데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은 그러한 게릴라전의 대표적 사례였다. 그 일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반세기도 더 지난 지금까지 우리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김신조의 입에서 나온 “내래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는 말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 그리고 분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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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 ‘조직’ 혁신 보류해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여러 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다.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조직혁신 의제다. 혁신위원회는 대의원과 당원의 권력 배분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당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혁신안을 내놓게 된 배경은 첫째,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돈봉투 의혹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당직 선거에 숫자가 많은 당원의 권한을 키우는 게 현실적 대안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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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홍준표의 이상한 하방(下放) 홍준표가 대구로 ‘하방’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방(下放)’이란 중국 공산당이 고급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그들을 공장이나 농촌으로 내려보내 현장학습을 하도록 한 것 아닌가? 지도자들이 인민 위에 군림하지 말고 노동을 함께하면서 인민의 삶을 체감하라는 정책이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대구에 오겠다는 홍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하방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그는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가르치려고 했다.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호통을 즐겼다. 대구의 기득권을 깨겠다고 기염을 토했으나 가장 강력한 기득권은 그 자신이었다. 그의 하방은 허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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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일단 멈추라 윤석열 대통령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도다. 정치적 후견주의란 점잖은 표현인데 속된 말로는 ‘정치적 장악’이다.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계획이다. 그것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의 본질이다. 그러니 이 정부가 말하는 이유가 타당하냐 아니냐를 가지고 떠들 필요도 없다. 공영방송 길들이기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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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진보정당’의 정치연합을 기대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엎치락뒤치락 뉴스만 쏟아지는 가운데 언제부턴가 ‘진보정당’이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은 여의도에서 낯선 이름이 돼버렸다. 민주노동당이 어느 날 당당하게 제도 정치의 한 축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때를 기억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민주노동당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교육·무상의료 등 진보 의제를 보편화하면서 정치개혁을 추동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같은 담론을 보수정당이 수용할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 장애인 차별금지법 등 불후의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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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 처절한 부활의 제의가 필요하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오갔다는 혐의 때문에 민주당 분위기가 가위 눌린 듯하다. 이재명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고, 송영길 전 대표는 프랑스에서 급히 귀국해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분명치 않다. 민주당에 대한 윤석열 정부 검찰의 압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검찰의 권력 남용, 부당 행사, 불공정에 대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외부의 공격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나 언제까지 방패 노릇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상황을 주도해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03년 열린우리당이 직면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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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제주 4·3을 두고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있지 않은가? 새삼 논란을 벌일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나라 최고 주권기구인 대한민국 국회가 이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고, 사법부는 판단에 이를 적용하였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였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은 2000년 1월이었고 그것에 따라 작성한 ‘4·3사건 진상 보고서’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그 후 특별법은 수차례 부분 개정과 전면 개정 등을 거쳐 최근까지 내용이 보완되고 있으며,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진상규명, 명예회복, 피해보상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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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제 시선은 민주당의 혁신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났다. 정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두 가지를 결정한다. 간판과 깃발이다. 간판은 당의 지도부를 말하고 깃발은 당의 노선을 가리킨다. 국민의힘이 이것을 정하는 과정에는 정말 ‘얼척없는’ 일이 많았다. 화제의 시작과 끝은 대통령이었다. 후보 조정, 대세몰이, 지지 동원 등 사안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대통령의 측근이 구설에 올랐다. 정치 시계가 제왕적 총재 때로 돌아간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최고 권력의 전당대회 개입이 공공연했다. 어쨌든 잔치는 끝났고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향해 잰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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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통령은 부디 칼을 거두시라 정월 보름 달빛을 받아 칼이 차갑게 번득인다. 이미 여러 사람을 친 칼이다. 이준석을 자르고, 나경원을 베고, 안철수를 찔렀다. 비빔밥이라는 화려한 개념으로 잡탕 정당을 한 그릇에 담으려 했던 이준석도, 몸 아끼지 않고 정치 현장을 누볐던 보수정당의 오랜 지킴이 나경원도, 정권교체에 자신의 마지막 남은 중도정치 자산을 다 털어 넣었던 안철수도, 바람을 가르는 칼날에 풍비박산했다. 강호 무림의 최고 칼잡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솜씨다. 칼끝을 겨누기만 했을 뿐인데 유승민은 깊은 내상을 입고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