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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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까치밥, 김부겸·이정현이 생각나는 아침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 김부겸과 새누리당 이정현은 각자의 ‘적진에’ 깃발을 꽂았다. 김부겸은 대구 수성구에서, 이정현은 전남 순천에서 눈물겨운 승리를 했다. 기쁨은 두 사람의 것만이 아니었다. 이편저편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갈채가 쏟아졌다. 참 소중한 결실이었다. 누군가 그것을 겨울 감나무에 걸려 있는 ‘까치밥’이라고 했다. 감나무 가지 꼭대기에 겨우내 까치가 먹으라고 남겨놓는 홍시라는 얘기다. 까치밥은 까치도 와서 먹고 딱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고 가는 달콤한 겨울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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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손을 잡으러 가자 재난 보도를 비롯한 재난 수습 지침서는 재난으로 해체된 공동체 회복과정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잘 구별해서 다루어야 하고, 책임 추궁이 원인 규명에 앞서지 말아야 한다고 깨우친다. 책임 추궁이 선행할 경우, ‘회피 전략’이 횡행하여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 두 가지를 분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책임 있는 자들의 ‘의도적 회피’가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책임 추궁을 단호하게 앞세워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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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자 두 인터넷 매체가 10·29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고 나서 며칠째 동네가 시끄럽다. 판단은 어렵지 않다.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이름 공개는 문제가 있다.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재난 보도의 규범이 필요하다는 공론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으면서 떠올랐는데 ‘재난 보도 준칙’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고 나서였다. 이 강령에는 지금 우리가 논란하고 있는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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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준석의 ‘비빔밥론’ 실패 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주말 대구에 있는 ‘김광석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가 영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보니 담대하기까지 하다. 그는 돌아갈 다리를 불태워버린 것 같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쟁점은 ‘당대표의 품행이 문제인가, 아니면 당 주류의 독선이 문제인가?’라는 것이었다. 이준석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와 같은 그간의 쟁론을 다른 국면으로 바꾸려는 것 같았다. 그는 지루해지고 점점 더 민망해지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 권력투쟁을 ‘가치’투쟁으로 끌어올려 윤석열 대통령과 맞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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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 ‘허대만 법’ 만들라 여의도에서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한 정치인의 부고가 잔잔한 울림을 만들고 있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전 경북도당 위원장의 얘기다. 어제(24일) 아침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장례식이 있었다. 향년 54세, 한창 일할 나이, 암 투병 끝에 부인과 3남 1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타계 소식이 애달팠던 것은 그러한 사정 때문만은 아니다. 특별한 그의 정치 여정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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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항명 쿠데타인가, 친위 쿠데타인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이라는 정책 이슈가 난데없이 쿠데타 논쟁으로 비화했다. 행안부 장관이 불을 질렀다. 그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의 발언이 뉴스를 타자 사람들이 경악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아무리 마뜩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끔찍한 군사반란에 비유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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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김동연이 놓치고 있는 것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도정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여의도 나들이를 시작한다. 며칠 전 그는 민주당 국민통합정치교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과 그가 후보연대를 하면서 선언한 약속의 하나였는데, 승자독식을 넘어서는 정치제도 개혁을 추진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힘을 실어주면서 세간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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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제2국무회의’ 열어 지방시대 논하길 지난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지방(非地方) 선거였다. 대선이 끝나고 돌아서서 치른 선거라 그 연장전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지방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날지는 몰랐다. 한쪽에서는 민심의 향방이 아니라 윤심의 소재가 관전 포인트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선에 나갔던 후보의 흥행몰이가 제대로 먹히느냐가 전략의 핵심이었다. 지방선거 기간에 ‘지방자치’의 현실에 대해 어떤 고민도 들을 수 없었으며 지연되고 있는 ‘지방시대’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그림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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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임미애, 소는 누가 키우나? 민주당이 경북도지사 후보로 임미애를 공천한다고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한다. 의아했다. 소는 누가 키우나?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을 놀릴 때 쓰는, KBS 예능이 만든 유행어가 아닌가? 알고 보니 임미애에게 하는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진심 그를 걱정해서 하는 얘기였다. 그는 정말 소를 수십마리 기르고 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갈 경우 ‘소는 누가 키우나?’는 그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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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전향 요구 땐 국민통합 또 실패한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부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런데 모든 대통령은 ‘국민통합’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대자나 비판자를 전향·투항케 하여 동일집단화하는 것을 국민통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국민통합에 참여하는 일은 변절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 자체가 께름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어떤 국민통합이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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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민통합, 잘돼야 할 텐데 “국민통합 하겠다. 진보 정책, 보수 정책 가리지 않고 쓰겠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 다양한 정치세력과 늘 소통하고 협치하겠다.” 이번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이 쏟아낸 ‘국민통합’ 관련 말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선거운동 과정은 비난 공방으로 얼룩졌으나 ‘국민통합’이라는 말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부터 선거운동을 마감하는 심야 연설장까지 후보들은 ‘국민통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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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안철수, 무소의 뿔처럼 가라 안철수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오래 이어지고 있는 그의 정치적 부진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흐뭇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지치지 않는 정치적 도전을 보노라면 그렇다. 그가 정치사회에 들어와서 겪은 조롱과 모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잘 삼키며 견디고 있다. ‘삼키다(swallow)’는 정치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그는 거듭되는 좌절을 속으로 삭이며, 끈질긴 노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정치 영역에서도 보려고 한다. 그 점은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