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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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여성가족부 폐지’ 때문에 주변이 시끄럽다. 정부 기구란 없앨 수도 있고 확대할 수도 있는 터라 그 정책 자체가 문제는 아닌 듯하다. 소란의 까닭은 말의 정치적 맥락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 말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조장하여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기획이다. “페미니즘이 그렇게 혐오, 배제해야 할 대상인가? 성별 대결을 부추기는 것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도리인가?” 며칠째 윤 후보에게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 후보는 페미니즘을 비틀어 분열을 조장하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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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명, 김종인의 ‘협치’ 살려라 이재명의 외연 확장 행보가 거침없다. 박정희의 고속도로, 박태준의 포항제철은 물론 전두환의 삼저호황까지 주저하지 않고 불러낸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민망하고 어지러워 속이 울렁거린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전두환까지 호명해야 하나라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으로서는 절박한 모양이다. 역사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에서도 중도 성향 유권자에 대한 구애를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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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명 사과, 민주당 쇄신 계기 돼야 이재명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자유한국당이 비례의석을 더 챙기기 위해서 위성정당을 꼼수로 만들었는데 민주당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잘못을 하고 말았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의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민주당 후보로서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말이었다.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라는 ‘저강도’ 사과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진솔한 고해성사 같은 말을 들으니 이재명 후보가 왠지 예뻐 보인다. 모르긴 하지만 이 사과로 이 후보의 지지도가 조금은 올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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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두 번째 분단’의 경고, 대권보다 분권 경향신문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다루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첫 기사의 제목은 ‘두 번째 분단’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가리킨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쓰고 있던 ‘서울공화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표현이다. 서울공화국은 “서울은 한국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큰 도시가 아니라 한국 그 자체이다”라고 한 그레고리 헨더슨의 설명과 맞닿아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서울공화국과 그 밖의 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공화국, 그리고 두 개의 국민이 있다는 개념도 여기서 나왔다. ‘두 번째 분단’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뜻을 담은 것 같다. 말하자면, 오늘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는 민족분단에 버금가는 모순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기사 한 줄 한 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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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심수봉과 함께 보낸 추석 작년 추석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로 ‘테스형’ 돌풍을 일으켰던 KBS가 올 추석에는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올렸다. 이번에도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나름 한 것 같다. 나훈아가 우리의 가슴을 뒤흔든 회오리바람이었다면 심수봉은 우리의 가슴에 촉촉이 잦아드는 가을바람이었다. 심수봉도 국민가수였다. 방송 내내 우리 가족은 각자의 심수봉을 불러냈다. 할머니 품에서 자란 둘째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애창곡이었다는 기억을 꺼냈고, ‘백만 송이 장미’를 기다리던 아내는 그 노래가 끝머리를 장식하는 곡일 거라고 신통력을 보이며 우쭐했다. 1955년생 심수봉과 동갑인 나는 우리의 ‘세대’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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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준석, 국민의힘 강령 꺼내 들어야 이준석의 정치적 수사(修辭)는 훌륭했다. 그는 잡탕 정당(catch-all-party)이라는 어수선한 현실을 단숨에 비빔밥 정당(salad bawl)이라는 우아한 그림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각기 다른 색깔과 맛을 가진 고명의 의미를 덧붙였다. 다양성, 관용, 공존 등의 원칙으로 정당을 이끌어가겠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비빔밥론은 제법 그럴듯한 명분으로 보였으며 대선 후보경선 과정을 관리할 현실적 힘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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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그들의 내공과 품격은 어디로 갔나 이낙연,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공방이 격렬하다. 이번에는 지역주의가 쟁점이다. 몇 합을 겨루었는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두 캠프는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렇게 된 경위가 뭐든 보기에 안타깝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버스의 한쪽 바퀴가 도랑에 빠진 기분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는 이와 관련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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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윤석열의 노선은 강경 보수 보수정당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명을 바꾸고 변화를 도모할 때마다 노선 조정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왼쪽으로, 어떤 때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가장 긴 기간 동안 당명을 유지했던 한나라당이 연거푸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2012년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때 보수정당의 강령에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경제민주화’였다. 모두 놀랐다. 보수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보수정당 내부에서 대뜸 튀어나왔다. 보수정당의 기존 강령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성장’이 있었지 ‘경제민주화’란 말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제민주화와 마찬가지의 금기어였던 ‘복지’라는 용어도 이때 나타났다. 당시로는 놀랄 일이었다. 당연히 강경한 보수우파 노선을 견지하는 쪽에서 반발이 나왔다. 한 보수 논객은 그러한 변화를 가리켜 헌법정신을 배반하는 일이며 보수의 적이라고까지 비난했다. 투항노선이라는 매몰찬 얘기도 나왔고, 보수의 비극이라는 통탄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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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윤석열과 조국, 법률과 정치 두 법률전문가가 정치적 관심의 초점에 서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국 교수다. 윤석열은 보수진영 대권 후보 반열에서 최고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가끔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바깥 풍경을 살피고 있다. 조국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입은 상처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 상황이다. 보궐선거 패배 후에는 지지층 내부의 눈총마저 따가워져 SNS의 창을 통해 이웃들과 겨우 얘기를 나누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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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청년이여, 청년을 대표하라 정치인들이 앞다퉈 청년들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청년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을 거듭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신발 끈을 조이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당 대표 경쟁 샅바싸움을 시작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도 첫 번째 의제는 청년이다. 정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청년 문제로 분주한 것은 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온갖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세대론으로 청년 문제를 보려는 논객이 있는가 하면 계급론으로 보는 것이 더 적실하다는 학자도 있다. 청년담론은 젠더론과 결합하기도 하여 연일 상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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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두 정당 모두 패배했다 선거, 잔치는 끝났다. 아니다. 이것은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수십년 동안 이렇게 여야 정당이 동시에 망가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승리한 측에 재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다. 승패와는 별개로 정당 모두가 패배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번 선거를 돌아보라. 이게 어떻게 정당정치인가. 시종일관 서로 삿대질 말고 한 게 뭐가 있나.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이라 하니 어떤 정당이든 찍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당에도 신뢰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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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구로 성지순례 오지 마라 지난주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텔레비전에서 그를 보는 일이 편치 않아 짐짓 딴청을 피우고 있는데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고향에 온 느낌입니다.” 포토라인에 선 윤석열의 소회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미디어에 불이 났다. 윤석열이 왜 대구를 방문했는가. 대구를 고향이라고 느낀다는 그의 말은 무슨 뜻인가. 결론적으로 그는 정치를 하기 위한 준비로 보수의 성지 순례를 왔다는 얘기다. 나로서는 윤석열이 정치를 하건 말건 다툴 생각이 없다. 그런데 그가 보수의 성지 순례로 대구를 방문했다는 대목은 신경에 거슬린다.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대구를 찾아왔다는 윤석열의 속내가 마뜩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