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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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형사사건은 왜 이렇게 느려지나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신고 안 할 걸 그랬어요.” 3년 전 납치 강간현장에서 탈출한 후 신고한 아동이 올해 초 성인이 되어 한 말이다. 이 사건은 아직도 수사 중이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계속 이사를 다니는지 이송만 4번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바뀐 수사관도 열 명은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사건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는커녕 어느 기관에 사건이 가 있는지 묻는 것도 지칠 지경이다. 문제는 신고 후 1년이 훨씬 넘도록 수사기관만 뱅뱅 맴도는 이런 사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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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 대안 경악했다. 지난해 12월23일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이 담긴 영상은 진술 당시 피해자와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의 증언이 있으면 증거로 쓴다”라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설마 헌법재판소가 십수 년째 정착한 이 중요한 제도를 공개 변론도 열지 않고 ‘단순위헌’ 결정으로 단칼에 날려버렸다니. 법정에 연이어 불려나갈 어린 성폭력 피해자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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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5일 후면 도래할 ‘무죄공화국’ “내년부터 피고인이 법정에서 ‘아니요’ 한마디만 하면, 수사받은 내용이 전부 사라진다면서?” 유언비어가 아니다. 2022년부터 대한민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 인정 안 합니다’라고 조서(서류)를 부인하면, 그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던 모든 내용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는 휴지조각이 된다. 판사가 그 조서를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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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빅데이터로 아동학대 막을 수 있나 영·유아 아동학대 살해 사건이 또 터졌다. 아이는 태어나서 겨우 세 번째 생일을 지나오는 동안 참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였고, 아빠는 새엄마와 재혼하였으며, 그 새엄마는 동생을 낳았다. 상시적인 학대와 가혹한 폭력 앞에서 우는 것 말고 별달리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아이는 네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도 못하고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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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자립준비청년들의 각자도생 여기 ‘열여덟 어른’이 된 두 사람이 있다. 부모 이혼과 가정 빈곤으로 초등학생 때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한 A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시설 생활이 몹시 답답해졌다.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자퇴하고 시설에서 나왔다. B는 첫돌도 되기 전에 어머니가 가출한 이후 아버지와 살아왔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와 대립이 심해졌고 이웃의 아동학대 신고로 쉼터를 거쳐 공동생활가정에 살게 되었다. 낯선 그룹홈 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도 그리웠기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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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장애인권리법, 새 술은 새 부대에 장애인복지법이 만들어진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60번도 넘게 개정이 있었던 이 법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9년 장애등급제가 형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장애인의 온전한 권리보장과 사회참여 실현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2018년 발표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사회’라는 목적 아래 5대 분야 22개 중점과제 및 69개 세부 정책목표를 담고 있다. 종합계획의 핵심은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지원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체계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 지난 8월,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탈시설 지원 로드맵’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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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가장 취약한 목소리도 담아내길 대한민국은 참 빠르다. 웬만한 음식점 요리를 배달 앱 하나로 집에서 받을 수 있고, 오후에 모바일로 주문하면 새벽에 물건들이 현관 앞에 배달된다. 행정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행정 서류를 정부24 사이트에서 발급받을 수 있고, 여권 재발급은 물론 출생신고처럼 중요한 신고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표된 ‘디지털 뉴딜’정책은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산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의 빠른 업무 처리속도는 공공 빅데이터의 축적과 맞물려 더 진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 빨라지는 속도와 비례하여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쉽게 소외되는 듯하다. 디지털 위주의 사회는 옆에서 대신해줄 사람 없이 고립된 사람, 스스로의 빈곤과 어려움을 입증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제도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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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열악한 아동보호전담요원제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때, 전환 전후의 에너지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 이 법칙의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덥더라도 냉장고를 열어 두지는 않는다. 냉장고 문 앞은 잠깐 시원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만큼의 열에너지가 냉장고 뒤쪽에서 더 발생해서 공간은 더 더워지기 때문이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어떤 ‘사건’에 투여되는 에너지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가령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현장 조사를 하고, 누군가는 그 아동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찾아 연결한다. 피해 아동의 변호인인 나는 수사기관을 비롯한 여러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아동에게 필요한 법률 지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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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피해자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대검찰청 회의를 마치고, 당시 검찰총장과 다 같이 오찬을 하게 되었다. “검찰을 위한 쓴소리는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강조하여 말씀하시기에, 초면이지만 사뭇 진지하게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총장님, 검찰 콜센터인 1301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보고를 받을 수 있기에 굳이 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할 이유는 없었으리라. 왜 묻는지 다들 궁금해하기에 밝은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혹시 짧은 시간을 들여 갑자기 기분을 망치고 싶을 때가 있으시면, 한번 이용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참석자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 무렵, 검찰 콜센터가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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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나에게 맞는 언어를 쓸 권리 현충일인 일요일 오전, 사이렌이 울린다. 묵념을 하고 나니 추념식 화면이 들어온다. 화면 귀퉁이에 자리 잡은 수어통역사의 손이 표정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인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의하면 6월4일부터 정부 주관 기념일 행사는 반드시 한국수어 통역이나 점자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에는 국경일과 일부 기념일에만 수어 통역이나 점자자료가 제공되었지만, 이제는 3·15의거 기념일을 비롯해 정부가 정한 53개 ‘모든 기념일’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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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범소년이 아니라 위기아동이다 학창 시절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숨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 잠시 그 시절 나에게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 적이 있는지 한 번 물어보자. 첫째,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적이 있었다. 둘째,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 적이 있었다. 셋째,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을 접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을 소년법은 ‘우범소년’이라고 본다.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아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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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다음 선거 전에 꼭 바꿔봅시다 성인 대다수는 첫 투표의 기억이 있다. 설렜을 수도, 귀찮았을 수도 있는 그 처음 투표의 경험은 ‘나도 이 사회에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주권의식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기도 한다. 투표 방식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21세기가 된 지 언제인데 아직도 전자투표가 아닌 종이투표를 고집해야 하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거의 공정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 정도 고생은 시민이라면 당연히 감내할 만한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