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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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윤석열 타도’를 외치는가? ‘윤석열 퇴진’ ‘윤석열 해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타도’ ‘윤석열 정권 타도’ ‘윤석열 타도’ 등등.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외쳐진 정치 구호들일 게다. 대통령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민주화 이전에 자주 듣거나 생각했던 ‘타도’라는 단어를 역주행 유행을 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도의 국어사전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세력을 쳐서 거꾸러뜨림”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또는 대통령을 쳐서 거꾸러뜨리겠다는 걸까? 이들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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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박용진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위해 “민주당은 (…) 박용진 같은 ‘우수의원’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최하위 점수를 주는 등 ‘비명 제거’에 나섬으로써 대선 논쟁이 애당초 쇄신이 아니라 이재명의 향후 도전자 제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경향신문 손호철 칼럼) “박용진이 ‘하위 10%’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 이재명 대표는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박용진’을 ‘정봉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민주당의 지향인가.”(한겨레 권태호 칼럼) 지난 22일 아침 신문을 받아들고 이 두 칼럼을 읽으면서 픽 웃음이 나왔다. 물론 나는 이 두 칼럼의 내용에 100% 동의한다. 그렇다면 분노해야 마땅할 일에 왜 웃음이 나오는가?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파동’은 사실상 ‘공천 코미디’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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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치 근처에 얼씬거려선 안 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실천하는 세계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양분된 세계가 우리 현실이다. 윌 로저스라는 미국 코미디언이 오래전 그렇게 양분된 세계의 핵심을 건드리는 한마디를 남겼다. “선거에서 최고의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자신을 정치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왜 그렇게 끔찍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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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의 ‘순애보’를 어찌할 것인가 1961년 4월17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도 허술한 쿠바인 1400여명이 쿠바 피그스만 해안에 상륙했다. 이들은 미국에 망명 중인 반(反)카스트로 세력으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미 해군·공군·CIA의 지원을 받아 나선 것이었지만, 상륙 이틀 만에 쿠바군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참담한 실패 후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내가 어쩌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라고 한탄했다. 이 사건에 자극을 받은 예일대학의 심리학 교수 어빙 재니스는 훗날 어떻게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두뇌집단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면서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재니스는 ‘집단사고’를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라고 정의하면서 “집단 내부의 구성원들 사이에 호감과 단결심이 크면 클수록, 독립적인 비판적 사고가 집단사고에 의해 대체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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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한강의 기적’ 축복과 저주 서울에 살면서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 지방 사람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하지만, 내심 “그럼 네가 내려와서 살아봐라!”라고 말해주고 싶어한다. 근데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인가 보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가 남긴 다음 명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시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실은 그가 시골이 가장 좋아지는 것은 도시에서 시골에 관해 배우고 있을 때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선거가 다가오면 거의 예외 없이 벌이는 이벤트가 ‘서민 코스프레’와 더불어 ‘공동체 예찬 쇼’다. ‘서민 코스프레’는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공동체 예찬 쇼’는 그럴 위험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예찬하는 공동체는 오늘날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유권자 모두 똑같은 입장에서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공동체 사랑을 동병상련하는 심정으로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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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지역정당’에 대한 잔인한 오해 (1) “한국의 지방선거 제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거대 양당에 의한, 거대 양당을 위한 지방선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아야 지방의원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원이 주민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자의 눈치를 본다.”(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황해문화>, 2022년 가을) (2)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에서는 이른바 ‘지역정당’이라는 정치조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중략) 지역정당들은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대선 2차전’이니 하는 구호를 내걸지 않는다. 그런 구호는 중앙권력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정당이 한다.”(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호, <황해문화>, 2022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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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양비론 혐오’가 ‘정치 개혁’을 죽인다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패배한 쪽의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피바람 광풍을 여러 차례 겪었던 율곡은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 양시·양비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주변의 비난과 조롱만 받았다. 조선이 율곡이 죽은 지 8년 만에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앙에 처하게 된 건 오직 ‘반대편 죽이기’에 국력을 탕진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양비론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지금도 여전하다. 포털에서 ‘양비론’을 검색해보시라. 압도적으로 양비론에 대해 비판적 기사들이 많다. 기사 댓글의 거친 표현까지 감안하면 ‘양비론 혐오’가 흘러넘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진보 논객들의 대표적인 양비론 비판 4개만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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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우리는 정말 지역균형발전을 원하나 교육경제학을 연구하는 한밭대 교수 남기곤은 2018년 ‘경제학 연구’라는 학술지에 “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 사업’은 성공적이었는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주 좋은 논문이다. 지난 9월13일 중앙일보는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최근 통계까지 곁들이면서 “ ‘지방대 취업률 높이기’ 역설…되레 수도권으로 이탈 늘렸다”라는 제목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남기곤은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목표를 ‘취업률 향상’에 두는, 관행이 된 정책 방향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까지의 관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수하게 양성한 근로자일수록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버리는 역설을 지적하면서 “지방대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면 이들이 지역에 진출해 지역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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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지방을 더 이상 ‘식민지’로 묶어 두지 말라 “원정대의 지휘권을 평범한 능력을 가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출중한 두 사람에게 반씩 나누어 맡기는 것보다 더 낫다.”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다. 이후 상식처럼 통용된 이 원칙이 새만금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5인 공동위원장’ 체제와 이에 따른 ‘컨트롤타워 부재’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및 부실 운영의 최대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환경감시’를 제1의 존재 근거로 삼는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잼버리 대회의 실패 조짐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인가? 시인 김택근은 8월12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새만금 지역 인근에 사는 친구가 전화로 쏟아낸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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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김건희, 왜 직언을 탄압하는가 리투아니아 매체 “스타일 아이콘 김건희, 쇼핑 안 빼먹어” 민주당 “김건희, 호객 행위로 5개 매장서 예정 없던 쇼핑? 대통령실 입장 밝혀라” 박지원 “김건희 여사 명품점 ‘호객’ 행위? 닭 머리 가진 자도 이런 말 못해” 김건희 명품 쇼핑에 “문화 탐방… 하나의 외교” 국힘 쪽 망언 김건희 여사 쇼핑의 또 다른 논란, ‘과잉 경호’ 진중권 “영부인 쇼핑, 막는 사람 없던 게 문제의 본질” 영부인 명품샵 방문 논란에, 빛바랜 세일즈 외교 우크라까지 다녀왔지만… 尹 지지율 4%P↓, 명품쇼핑 악재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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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 이젠 끝장내자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눈뜨는 게 힘들고 괴롭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억울해 미치겠다.” 3년여 전인 2020년 2월4일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 PD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 아니 한(恨)이다. 그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과정에서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거짓증언 등 부당한 일을 당하던 중 1심 패소 직후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PD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PD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건강한 방송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눈물을 삼키며 다짐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다짐의 목소리가 모여, 80여개 단체·노동조합·진보정당들이 함께 결합한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6월22일 이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 PD 사망에 대한 청주방송 측 책임을 명시한 진상조사결과서가 발표되었으며, 7월21일에는 가족, 대책위, 언론노조와 청주방송으로 이루어진 4자 대표자회의에서 ‘진상조사보고서 결과 이행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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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대화에 열려 있는 팬덤은 가능한가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다. 양적 규모로만 보면 그렇다. 202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정당이 보고한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485만여명, 국민의힘 407만여명, 정의당 5만여명 등 전체 당원 수는 1042만여명에 달했다. 대중 정당의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는 영국·독일 등은 당원이 100만명이 안 되고 감소 추세인데 한국은 1000만 당원으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당원인 나라가 되었으니, 이 어찌 놀랄 일이 아니랴.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개한 <만들어진 당원: 우리는 어떻게 1천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란 제목의 보고서는 1000만 당원의 비밀을 “80%에 달하는 자신이 당원인지조차 모르는 ‘유령 당원’” “각종 공직 후보자들에 의해 ‘매집된 당원’” “대통령 후보자 등 특정 팬덤 리더를 위해 당을 ‘지배하려는 당원’” 등 3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