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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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 ‘보수’를 죽이고 ‘중도’마저 죽이나 대통령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령 나흘 후인 12월7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할 것이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 국민의힘 의원 김웅은 “한심하다”며 “총기 난사범이 앞으로 다시는 총을 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누가 그걸 믿어주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차피 진심 어린 사과는 기대도 안 했다. 그 정도 책임감은 평생 보여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일생 동안 보수만 학살하다 가는구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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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진보는 대기업 정규직만 챙기는가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2년 전에 나온 어느 최고급 아파트의 분양 광고 문구다. 이 광고엔 ‘천민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지만, 그런 비판을 한 사람들은 언제나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미국의 진보적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에릭 호퍼는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고 했다. “누군가가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는 자신이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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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유튜브가 집어삼킨 한국정치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사태는 아마도 알고리즘 중독에 의해 촉발된 세계 최초의 내란 사건일 것이다.” 뉴욕타임스(2025년 1월5일)가 인용한 전 민주당 의원 홍성국의 말이다. 정말 그랬을까?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CPO) 닐 모한은 2020년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전체 유튜브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윤석열의 유튜브 중독도 바로 그런 경우일까? 혹 윤석열에게 가장 큰, 아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존재인 부인 김건희가 미친 영향은 없었을까? 달리 말해, 김건희가 바로 알고리즘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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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경호 의전’ 보호막에 유폐된 윤석열 최고 지도자의 경호는 체제와 정권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경호를 보라. 경호원들이 김정은의 전용차량을 ‘브이(V)’자로 에워싸고 차량 속도에 맞춰 뛰거나 총기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경호하는 모습에선 사실상 전시체제라는 공포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한국도 독재정권 시절엔 대통령 경호에 얽힌 가십들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건 한결같이 경호 과정에서 일어난 경호원의 폭력과 관련된 살벌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통령이 신적 존재라는 걸 암시하려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겐 “꿈에도 소원은 민주화!”라는 결의를 다지게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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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은 왜 그랬을까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자멸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간 ‘김건희 방탄용’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지만, 그건 목표일 뿐 ‘자멸’의 이유를 설명하진 못한다. 윤석열의 성격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그는)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확 계엄 해버릴까’ 하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중앙일보 기자 허진·박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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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윤석열은 자신을 비하할까 대통령이 되기 전 윤석열은 반대 진영에서 ‘오만방자’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통령이 된 후엔 대통령을 향해 오만방자하다고 말하는 게 방자하게 여겨지는 걸 의식해서인지 ‘오만방자’는 많이 사라졌지만, ‘오만’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건재했다. 좋게 말하자면, 오만하다는 건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의 그런 모습에 반한 유권자들도 적잖이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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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눈치도 없는데 귀마저 닫으면 어떡하나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의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곧이곧대로 믿을 건 아니다. 강조의 취지를 감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모든 권력자는 다 실패하고 다 비참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닌가. 늘 예외는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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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배신·변절’을 팔아먹는 매카시즘 “우리는 해방정국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이 비극을 낳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좌익 내부의 갈등과 우익 내부의 갈등이 좌우익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했고 더 적의(敵意)에 차 있었으며 잔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방정국을 더욱 비극의 길로 몰아갔다는 점이다.” 원로 정치학자 신복룡이 최근 출간한 <해방정국의 풍경>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주간조선’에 한국 현대사 관련 글을 연재했는데 “좌우익 모두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해방정국의 언론인이자 중간파 지식인이었던 오기영이 ‘신천지’ 1946년 11월호에 쓴 “경애하는 지도자와 인민에게 호소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이 글에서 좌우는 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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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지식인들은 국민의 90%를 외면하는가 (1) 2019년 10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그 비율이 70.7%에 달했다. (2)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광고수익 유튜브 채널은 인구 529명당 1개꼴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5178만명을 수익창출 채널 9만7934개로 나눈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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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배신의 내로남불 사랑의 배신만 쓰라린 게 아니다.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도 배신은 늘 일어나며, 배신을 당한 상처가 남녀관계에서 일어나는 배신의 상처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는 다른 이성을 만나 치유될 수도 있지만,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 당한 배신으로 인해 아예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면, 이건 치유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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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아부의 저주 “아부의 친구는 자기만족이고 그 시녀는 자기기만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13)에서 한 말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부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군주는 아부의 먹이가 되고 만다. 궁정에 아부꾼이 가득하다면 매우 위험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사람이란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만족하게 되면, 그것에 미혹되어 해충 같은 아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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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한동훈은 왜 그랬을까 2023년 12월26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2024년 1월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된 김경율은 KBS와 SBS 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해 “3·4선 의원도 알고 있고, 대통령실도 알고 있고, 전직 장관도 알고 있음에도 여섯 글자(김건희 리스크)를 지금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의 핵심을 건드렸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70% 찬성 여론이 결국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그 자체라기보다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