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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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정보, 먹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맛있는 글을 전해드립니다. 매주 금요일에 보내드리는 '끼니로그'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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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한끼 한 시간 줄 서는 건 바보같은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뭐지 이 맛은? 정신을 차린 건 ‘밥 먹을 때 누가 입 벌리고 있냐’ 지인이 핀잔을 준 뒤였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어떤 식재료든 튀기기만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며 한 유명 셰프가 이런 말을 했다. 동의한다. 배가 주릴 때 깨알 글씨 빽빽한 사전같은 ‘김밥○○’ 메뉴판을 보면 눈길은 어느새 튀김 요리를 향해 있다. 종종 실망하긴 하지만, 튀김은 어디서든 일정 수준의 맛을 보장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학교에서 ‘맥도날디제이션’말로 세계 획일화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배웠던 적이 있는데, 미지의 장소에 떨어진 인간이 익숙한 맛을 찾으려고 하는 건 본능에 가깝다고 믿는다. -
내가 사랑한 한끼 가지런한 마음이 필요한 날에는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친구의 친구였던 나무(별명)와 지난 2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나는 살 곳과 같이 살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무는 집이 있었고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무는 룸메이트를 구한다며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요가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요가도 요리도 실제로 좋아하지만 나무 앞에서는 더 좋아하는 척을 했다. 나무는 내게 안방을 내줬다. -
내가 사랑한 한끼 금요일 밤 날로 먹는 미더덕의 맛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특식 : [명사] 특별히 잘 차려진 식사.’ 밥벌이하는 이들에게 특식이란 금요일 저녁 밥상에 올려지는 음식 아닐까. 일주일을 잘 버텨낸 나에게 보상이 될 만한 게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해 고른 그 음식 말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내게 특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해산물’을 꼽겠다. 그때그때 가장 끌리는 해산물을 배달 앱으로 주문하거나, 배송일을 금요일에 맞추고 산지 업체에서 주문한다. 해삼, 멍게, 개불, 전복 등이 한꺼번에 담긴 ‘모둠 해산물’을 먹을 때도 있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땐 단품을 시켜 먹는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맥주나 청하를 곁들인다. -
내가 사랑한 한끼 술 권하는 사회에서 알코올 없이 버티기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꿀벌아, 너는 대체 무슨 낙으로 사냐?” 입사 초기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 문장에는 반드시 다음 세 구절이 생략돼 있는데 바로 ‘술도 안 먹고’ 이다.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정확히는 ‘못’ 먹는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없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평생 술을 즐기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유전일 것이다. -
내가 사랑한 한끼 나의 친애하는 망한 요리들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너는 평소에 맛있는 것 많이 먹어서 좋겠다. 사먹는 것보다 맛있어!” 집에 누군가를 초대해서 한상 차려내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평소에 내가 그 레시피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맛없는 시작품들을 먹어치워냈는지 말이다. 요리를 많이 한다는 것은 망한 요리를 많이 먹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곤한 자취러로서 최대한 재료의 낭비를 막고, 공리주의 차원에서 나의 최소 절망 최대 행복을 위해 바람직한 결과물을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행복은 하나지만, 수천가지 불행엔 수천가지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나의 실패작들은 하나하나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 -
내가 사랑한 한끼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먹나 하고, 가게 문앞을 기웃거리고 옆 테이블의 음식을 엿보던 일들이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떠날 수 없는 때. 멀어지는 추억이나마 붙잡는 마음으로 사진 폴더를 뒤적여 보았다. 어떤 화려한 식사 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수수한 아침식사다.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평소엔 곧잘 거르는 아침을 가급적 든든하게 챙겨 먹는 편이다.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길을 나섰을 때 전에 허기가 발목을 잡으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해서, 에너지를 채우자는 마음으로 충분히 먹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