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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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최순우와 용담 꽃에는 서정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정도 다채롭다. 화려한 제 얼굴을 자랑하듯 뽐내거나 은근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물러서 있는 꽃도 있다. 또 자기를 보아달라고 노골적으로 들이대거나 얌전하고 수줍게 서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꽃을, 또 어떤 이는 조촐하고 자잘한 꽃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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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엘리자베스 2세와 머틀 ‘굿바이, 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세상을 떴다. 향년 96세. 서거 이틀 전까지 화사하게 웃으며 신임 총리를 맞이했으니, 이쯤 되면 가히 호상이라 할 만하다. 23년 전 조선시대 진연(進宴)에 버금가는 여왕의 73세 생일상을 우리가 차려줬던 터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여왕은 1999년 4월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중 안동 하회마을 방문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안동시에서는 하회마을의 민박간판과 음식점 등을 정비하고 자판기도 철거했다. 여왕을 위한 배려가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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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해바라기 눈부신 태양과 정열을 노래한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 유럽에서도 청명한 날이 많고, 열정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이탈리아다운 민요다. 북유럽 사람들은 지중해의 태양을 그리워하여 여름이면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에서 휴가를 즐긴다. 음울한 날씨의 북유럽보다 화창한 남유럽이 훨씬 더 밝고 활기차다. 그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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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이미륵과 꽈리 예전에는 집 주변이나 길가에서 흔히 보았던 식물이 요즘은 무척 귀해졌다. 꽈리도 그중 하나다. 늦여름 붉은빛으로 변해 홍등(紅燈)을 연상시키는 꽃받침과 그 속의 열매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특히 붉게 익은 열매는 씨를 빼고 입에 넣어 씹으면 ‘꽈~악, 꽈~악’하며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노리개였다. 소싯적에 ‘꽈리 좀 씹어 보신 분’은 이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되었을 것이다. 꽈리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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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폴 시냐크와 우산소나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온통 장안의 화제다. 사건의 결과보다 과정과 인물의 배경에 초점을 맞춘 특성 때문일까. 그 인기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우영우 신드롬이 엉뚱한(?) 곳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극 중 등장한 ‘소덕동 당산나무’는 경남 창원에 실재하는 팽나무인데, 연일 관람객들이 몰려 인증샷을 찍으며 야단법석이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주민들은 반가워하면서도 혹시 팽나무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뭔가 유명하다고 하면 바로 몰려가 북새통을 떨다가 결딴내기 일쑤인 우리 행태를 돌아보면 괜한 걱정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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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중종과 홍도화 오랫동안 닫혀 있던 청와대가 개방되니 연일 관람객으로 넘쳐난다. 주말은 물론 평일 아침부터 경복궁 담장을 따라 성지 순례하듯 수많은 사람이 몰려간다. 이런 민심에 부응하려는 것일까. 정부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사례로 청와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베르사유 궁전’이라 하니, 일제강점기 경복궁 전체를 베르사유 궁전과 흡사하게 바꾸려 했던 계획이 떠오른다. 1916년 일제는 경복궁 전체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도쿄의 히비야공원을 본떠 총독 관저와 야외음악당, 분수대 등 부속 공원을 계획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유럽풍 정원 양식을 그대로 도입하려 했다. 전체 배치도가 마치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연상시키는 공간 계획은 다행히 실행되지 못했지만, 상세 도면은 지금까지 전해진다. 또한 일제는 조선물산공진회, 조선박람회 등을 개최하며 경복궁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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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칼 라거펠트의 난초와 수국 은발의 꽁지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칼 라거펠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마치 피아노 건반의 흑백 대비를 보는 것 같다. ‘패션계의 교황’ ‘패션계의 카멜레온’ 등 수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고전적 형태를 현대적 디자인 모티브로 재해석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창조적 디자이너 라거펠트. ‘책은 과하게 복용해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마약과도 같다’던 그는 독서광이자 장서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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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이근우와 능소화 꽃이 귀한 여름, 오렌지 빛깔의 꽃을 피우는 능소화는 격려의 꽃이다. 무더위와 장마에 지친 사람들에게 손나팔을 불며 ‘기운 차리시라’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담장을 타고 오르는 줄기도 역동적이다. 능소화는 한자로 凌宵花로 표기하여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고, ‘양반꽃’이라고도 불려 조선시대까지 귀한 대접을 받았다. 1830년 유본예의 <한경지략>에는 김한신이 살던 자하문, 덕흥대원군의 사당이 있던 사직동, 그리고 심상규가 살던 중학동에 자랐다고 전한다. 1930년대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덕흥대원군 사당의 능소화가 서울 안에 남은 유일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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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공자와 살구나무 며칠 전 마트에서 살구를 만나니, 마치 오랜 친구를 본 듯 반가웠다. 좀처럼 전통 과일을 보기 힘든 요즘, 특히 앵두와 살구는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찾기 어렵다. ‘나에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중국이 고향인 살구나무는 <산해경>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가 오래다. 요염한 꽃과 달콤한 열매가 일품이며,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고사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살구나무 단의 행단(杏壇)을 어떤 이는 은행나무 단이라 한다. 이런 논쟁이 요즘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이수광과 정약용은 행단의 나무를 살구나무로, 이규경과 허목 등은 은행나무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칭화대학의 팽림(彭林) 교수는 공자의 행단에 심긴 나무가 살구나무였음을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입증했다. 그는 공자의 45대손인 공도보가 북송 천희 2년(1018)에 행단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북송시대 이전의 문헌에는 은행이라는 명칭 자체가 사용되지 않았고, 남방 지역에서만 자랐다고 한다. 진(晉)나라 때는 은행을 평중, 송나라 때에는 압각수라 불렀고, 은행이라는 명칭은 1054년 구양수의 시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하니 꽤 설득력 있다. 팽림 교수는 은행나무가 한국과 일본으로 전래된 것은 당나라 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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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앤디 워홀과 무궁화 2500억원! 지난 5월 중순,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 초상화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세기 미술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이는 세계 미술 경매 사상 역대 두 번째 가격이다.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마오쩌둥 등 유명인의 초상뿐 아니라, 코카콜라나 캠벨 수프 캔처럼 일상의 소재를 예술로 끌어들인 앤디 워홀. 그는 고상하고 젠체하는 엘리트 중심의 순수예술에 소시민들의 대중문화와 상업주의를 들이민 팝아트의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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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이승만과 양버즘나무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권력의 상징이던 청와대는 원래 경복궁의 후원으로, 경무대라고 불리다가 윤보선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옛 경무대 앞길이었던 청와대의 분수 광장에서 경복궁 서쪽 담장을 따라 조성된 효자로에는 오래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 있다.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는 도심 가로수 중에 가장 많이 심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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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법정 스님과 일본목련 도량(度量)이 넓은 김영한이 법정 스님께 시주하여 도량(道場)이 된 길상사. 서울 도심에 있는 사찰이지만, 성북동의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계곡을 끼고 있어 불자가 아니더라도 산책과 사색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계곡을 따라 들어서면 큰 나무들이 제법 울창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와 있는 듯하다. 그 안쪽의 호젓한 곳에는 법정 스님이 잠시 거처했던 진영각이 있는데, 안에 전시된 원고와 평소 쓰시던 소품 등이 스님의 검박한 품성을 짐작게 한다. 툇마루 옆에는 일명 빠삐용 의자도 놓여 있어 흡사 불일암을 옮겨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