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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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훔볼트와 자귀나무 “토이푸들이 천연기념물인가요? 내공 45 갑니다.” 지식검색 포털에 올라온 ‘사랑스러운’ 질문이다. 이 질문을 올린 사람은 반려견이 천연기념물처럼 소중하고 귀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포털 사이트에 천연기념물을 검색하면 용어의 출처나 유래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그 대상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용어는 약 200년 전 독일의 자연과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처음으로 제창한 용어다. 훔볼트 해류, 훔볼트 펭귄, 훔볼트 오징어 등과 관련된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딴 동식물이 30여종에 달한다. 남미의 해발 6255m 침보라소산을 오르면서 몸소 겪었던 고산병이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낸 사람도 훔볼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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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손기정과 올림픽 월계수 지금으로부터 85년 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는 시상대에서 고개를 떨군 채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고 있었다. 독일 언론의 표현대로 ‘가장 슬픈 올림픽 우승자’였다. 그는 이제 고인이 되었고 광기에 휩싸였던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과거도 점점 잊혀 가는 듯하다. 일장기를 가렸던 월계수(정식 명칭은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이다)는 어느덧 90살 가까이 되어 손기정체육공원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수종명이 대왕참나무로 되어 있다. 대왕참나무는 미국이 원산지이다. 월계수도 아니고 참나무, 그것도 미국산이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독일 국민의 씸볼 상수리’라는 제목으로 당시 손기정 우승 기록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만 봐도 그렇다. 일부에서는 ‘히틀러가 잘못 알았다’라거나, ‘월계수를 구할 수 없어 대왕참나무로 대신했다’ 등으로 그 내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독일을 대표하는 나무가 참나무인데 하필 미국산 대왕참나무를 부상으로 수여할 만큼 히틀러가 생각 없는 인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