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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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공항의 시간, 다시 찾는 여행책 여행의 계절이다. 여름휴가를 떠올리는 시기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날 곳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드디어 여행의 계절이라 부를 수 있겠다. 스마트폰으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목적지에 닿는 가장 빠른 길과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어 과거보다 필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행의 계절에는 역시 여행서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봄의 향기가 여름의 열기로 바뀌는 즈음 늘어나곤 했던 여행서 찾는 손길과 눈길을 오랜만에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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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출판사의 시간, 그 기억과 기록 작가의 책과 삶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럿일 텐데,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실현되는 그리고 주목받는 방식은 탄생이나 서거 100년, 출간 100주년 같은 시간 단위의 기념이다. 이에 비해 그 작가와 그 책을 함께 만들어 세상에 전한 출판사의 시간은 따로 기억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4월 말 파주출판도시에서 시작한 전시회 ‘사계절40, 책·사람·자연’은 <임꺽정> <반갑다, 논리야>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의 창립 40주년을 돌아보는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오랜 세월 시대와 호흡하며 꾸준히 독자를 만나온 사계절 출판사의 공과 덕에 전하는 박수뿐 아니라 출판사의 역사를 돌아보는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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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머리말로 읽는 ‘번역가의 마음’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나 유명하게 알려져 버렸다. 문학계와 언론계와 출판계에 선풍 같은 붐이 일어났다.” <닥터 지바고>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시집을 한국어로 번역한 김광섭의 ‘서문’이다. 시집은 1958년 번역 출간되었고 노벨 문학상 수상도 같은 해였으니, 지금도 매해 가을이면 벌어지는 노벨 문학상 화제는 당시에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던가? 그러면 반공산주의자로서 지금 소련을 보고 있는가? 이런 문제에 한국의 문학계나 지식계는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하면서 파스테르나크의 경기에 휩쓸리고 있을까? 게다가 무자비하고 냉혹한 출판 경쟁이 들어붙었다. 소련 작가가 한국의 부진한, 그래서 잠자는 듯하던 출판계를 열광케 했다. 그 결과는 문학이냐 돈이냐 하는 노골적인 도박 같은 괴현상이 빚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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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저쪽이 싫어 투표하는 민주주의 5년마다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거리마다 현수막과 확성기 소리가 가득하고, 세상만사가 대통령 선거와 연결되는 분위기다. 문득 그리고 당연히 책과 출판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보니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담당자로 일하며 두 차례 대선을 겪었는데, 출판사로 자리를 옮겨서인지 대선 관련 책 소식이 이전 같지 않은 듯하다. 2017년에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판과 역사 연구자 심용환의 <헌법의 상상력> 등이 탄핵 정국과 촛불혁명 이후의 시대적 물음과 과제를 논하며 많은 독자와 만났고, 후보 관련 저작으로는 같은 해 나온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와 당선 이후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이 2017년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후보 도서로는 당시 유승민 후보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가 교보문고 집계 정치사회 분야 연간 20위권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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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새해 목표와는 거리가 먼 삶이라 요즘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으나, 역시 빠지지 않는 주제는 독서 아닐까 싶다. 하루에 30분 읽기라든지 1년에 100권 읽기처럼 달성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명의 저자를 정해 작품을 집중해서 읽는다든지 특정 시리즈를 독파하는 방식의 계획도 익숙하다. 주변에는 독서보다는 책 구매를 다짐하는 경우가 잦은데,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읽어내지도 못하고 쌓인 책을 쳐다보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덜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상황인데, 성공 사례가 드문 걸 보면 역시 방향을 돌려 더 열심히 많이 읽는 쪽으로 향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독서 목표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면, 1년 후 어떤 모습을 떠올리든 출발이 중요해진다. 백 번째 책을 먼저 정해놓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첫 번째 책으로 무엇을 택할지는 만만찮은 고민이고, 여기에서 막혀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설 명절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핑계로 올해의 독서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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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올해의 책 제목, #메타버스 #NFT 올해 책 제목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무엇일까? 연말이 되면 포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나 SNS에서 인기를 모은 해시태그가 발표되어 관심을 끄는데, 아쉽게도 책의 세계에서는 이런 통계나 자료가 취합되거나 발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바탕으로 실제 상황을 확인해볼 수는 있겠다. 근래 출판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메타버스일 텐데, 제목이나 부제 등에서 이를 담아낸 첫 책은 김상균 강원대 교수의 저작 <메타버스>이다. 놀라운 건 이 책이 출간된 때가 불과 1년 전, 그러니까 2020년 12월이라는 점이다. 이후 1년 동안 메타버스를 주요하게 다룬 책은 80여종이 출간되었다. 내년에는 확산세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데, 관련하여 새롭게 떠오른 단어는 NFT(대체불가능토큰)이다. 지난 6월 첫 책이 나온 뒤 지금까지 아홉 종이 출간되었고 새해에도 여러 책이 연이어 나올 거라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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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전두환의 저자 소개’는 어떻게 바뀔까 전두환이 사망한 후 각 언론사에서 소식을 전하며 그를 어떻게 지칭했는지가 화제다. 한국 언론의 경우 대개 전두환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나눠지는데, 외신에서는 독재자, 군사독재자 등으로 평가를 함께 전하는 모양새다. 전두환은 짧은 유언을 남겼는데, 생전에 쓴 회고록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한다. 총 세 권으로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가운데 1권은 5·18민주화운동 왜곡으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아 현재는 절판 상태다. 이 책의 저자 소개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해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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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올해의 책, 누가 어떤 이유로 선정할까 대통령 후보 선출 앞뒤로 각 당이 분주하다. 최종 후보 선정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며칠 전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4지선다형 질문으로 확정했다. 질문의 내용과 진행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터라 후보별로 유불리를 따져 원하는 방향을 주장했는데, 일대일 가상 양자대결과 본선 경쟁력 두 주장을 조합하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니 한 달 후 즈음부터 속속 발표될 ‘올해의 책’이 떠올랐다. 유불리를 따질 일은 아니지만 어떤 방식이 명실상부한 올해의 책을 꼽는 과정일까 고민해보는 게 올해의 책 선정 결과 못지않게 흥미롭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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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적정 출판’의 새로운 상상 이맘때가 되면 서점가에는 트렌드 서적이 속속 줄을 잇는다. 몇 년 전만 해도 9월은 아니었다. 다가오는 한 해를 조금이라도 먼저 내다보려는 독자의 마음, 트렌드 책 가운데 가장 앞에 서서 주목을 받고자 하는 출판사의 마음 가운데 어느 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일까. 트렌드 책뿐 아니라 매해 반복해서 나오는 가계부나 다이어리도 선보이는 시기를 앞당기다 보니 이제 9월이면 2022라는 숫자를 서점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올해 마음먹은 일이 적지 않게 남은 상황에서 벌써 다음해를 재촉하는 모양새에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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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띠지의 편집관, 그 가능성과 필요성 띠지를 둘러싼 논쟁은 출판계에서 주목을 끌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 독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종종 논쟁거리로 떠오르곤 한다. 사용자인 독자 관점에서 보면 구매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구매 후에는 쓸모가 사라져 쓰레기로 버리게 되고 왠지 아쉬워 보관하려니 손상이 잦기 때문이겠다. 제작자인 출판사 안으로 들어와 보면 띠지의 사용 유무를 판단하거나 검토하는 경우가 의외로 드물다. 너무 흔히 사용되다 보니 책의 꼴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띠지는 당연한 전제가 되었다. 띠지의 사용 유무보다는 어떤 문구를 담을지가 고민의 내용이고, 베스트셀러나 수상 문구를 드러내는 동그란 딱지 모양 별표를 세 개만 넣을지 다섯 개나 담을지가 고려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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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여름 책’아, 더위를 부탁해 출판시장에서 여름은 성수기로 여겨진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여유롭게 책을 만나는 시간, 더위에 지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시원하게 읽을 이야기, 모처럼 맞은 휴가에 잊지 못할 기억을 더해줄 몇 권의 책들 때문이겠다. 서점에서는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소설을 앞으로 꺼내고, 그만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역사책을 찾는 중장년 독자의 발걸음도 늘어나는 시기다. 그런데 매해 돌아오는 무더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앞서 소개한 출판계의 여름 풍경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름 성수기와 평상시의 판매 격차는 줄어들었고 눈에 띄는 몇몇 분야의 상승세도 두드러지지 않아 여름이 전하는 계절감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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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책이야기꾼의 ‘아무튼 이름’ 지난달 10년 넘게 일하던 온라인 서점을 떠나 출판사로 일터를 옮겼다. 당연히 하는 일이 바뀌고 불리는 이름도 바뀌었다. 주변에서는 나의 운명보다는 ‘바갈라딘’이라는 별명이 어찌 되는지에 관심이 컸다. 성씨 ‘박’에 회사 이름 ‘알라딘’이 연결된 모양새라 직장에 모든 걸 쏟아붓는 사람처럼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선생님이 우연히 지어주신 별명이라 애착을 갖고 지내온 세월이 쌓였고, 업계 동료들 사이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부캐’처럼 여겨지며 본명보다 자주 불렸기 때문이다. 마침 새로 일하게 된 회사에서는 수평 호칭으로 별칭을 사용하기에 자연스레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고, 앞으로 한동안은 ‘테오(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로 숱한 편지를 받으며 살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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