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직
문학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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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대의 우울’을 건너는 법 우울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의 영향이 크겠지만, 세상일도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우울한 마음 상태에 사로잡힌 경우가 적지 않다. 내 주변에도 혼자 사는 것은 외롭지만, 같이 사는 것은 괴롭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상에서 ‘기쁨’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알 리 만무하다. 우울증은 심지어 자기 자신은 물론이요, 공동체까지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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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름’을 잘 지킨다는 것 사람의 격(格)을 생각한다. 사람의 격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에서 비롯한다. 타인에 대해 무례하고, 타인을 혐오하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두고 품격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줄 아는 ‘내공’을 가진 사람이 품격이 있는 사람이다. 말이 곧 사람이다. 하지만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말의 타락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것 같다. 특히 가난을 혐오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경멸하는 가난포비아(Aporofobia)의 말들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소득 감소에 따른 가난을 두려워하고,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부동산 파동 이면에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의 사회심리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옳다. 소위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8명이 자신을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통계는 불안심리를 잘 말해준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오늘은 물론이요, 자신의 미래마저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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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와 커피와 고요 어느 장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을 ‘케렌시아’라고 부른다. 원래는 에스파냐어로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라는 뜻이었으나, 자신만의 피난처 또는 안식처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나를 위한 장소라고나 할까. 누구나 나를 위한 장소가 있다. 그곳이 동네 술집과 카페 같은 곳일 수 있고, 작은 서점·도서관일 수 있으며, 산·바다·강 같은 특정한 자연 공간일 수 있다. 나를 위한 케렌시아는 구체적인 장소를 지칭한다. 그런 장소에서는 나 자신이 편해지고 충만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 역시 동네 단골 술집을 비롯해 유독 마음 편한 장소들이 여럿 있다. 이곳에 가면 나 자신이 주인장이라도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음 간 누군가를 위해 환대할 용기를 곧잘 발휘하곤 한다. 그런 장소들 중 한 곳이 제주 조천읍에 소재한 북카페 ‘시인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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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인생, 두 번은 없다 2021년 한 해가 저문다. 저무는 붉은 해를 보면 마음이 바빠진다. 한 해가 저문다는 시간성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보내는 나만의 ‘의례’를 갖곤 한다. 40대 초반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사표를 던진 후 갖게 된 나만의 루틴이다. 평소 좀처럼 시간이 없어 탐독할 여유를 내지 못한 두툼한 책을 끼고 집에서 ‘홈뒹굴링’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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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 시민, 사라지는 매개자 입동이 지나고, 소설도 지났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한바탕 내리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만산홍엽의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떨어진다.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는 것이야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고 하지만, 가는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아마도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더 많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가으내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벌써 세밑이라니, 뭔가 헛헛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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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나를 위한 시간 60+ 노년 세대가 출간한 일기를 읽는다. 2018년에 출간된 1922년생 이옥남의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에 이어, 지난봄 ‘촌놈일기’를 표방하는 1954년생 베이비부머 이종옥의 일기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를 읽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일기 외에도 60+ 노년 세대가 쓰는 비공식적 일기, 자서전 같은 기록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60+ 당사자들이 쓰는 노년 문학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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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당신의 ‘인생책’은 뭔가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길이 없다. 다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책 속에는 길이 없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똑똑한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 역설이 자주 성립되는 이 땅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길이 있다. 입신출세를 하기 위해 읽는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나이 듦을 성찰하며,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읽는 책을 뜻한다. 지난해 서울시민대학 전공세미나 과정에서 만난 송영구씨가 그런 경우였다. 1957년생 닭띠인 송씨는 1차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세대로서 오로지 한 직장에서만 33년간 일하다 2017년 퇴직했다. 위암 발병 때문이었다. 송씨는 33년 동안 한 직장에서만 근무했다. 이 기간 중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말레이시아 등 8개국 11개 해외현장에서만 무려 22년을 근무했다. 송씨가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책읽기였다. 특별한 목적 없이 닥치는 대로 읽었다. 러셀과 니체 같은 철학자의 책을 비롯해 고전, 대중소설 가리지 않고 섭렵했다. 그런 고독의 시간은 고립된 시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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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항노에서 향노로 20대 시절을 소환하는 놀이가 페이스북에서 대유행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년 이용자들이 옛 시절을 추억하며 한때 자신에게도 리즈 시절이 있었다는 걸 대놓고 자랑질한다. 언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 밈 문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 시작된 릴레이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며 여름 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었다. 나 또한 20대를 회상하는 사진을 ‘투척’할까 하는 노출의 유혹을 가까스로 참으며 누구에게나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의 한 순간이었을 20대 시절을 회상하는 페친들의 옛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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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시민’의 새로운 서사 “아름다운 것들은/ 땅에 있다// 시인들이여// 호박순 하나/ 걸 수 없는/ 허공을 파지 말라// 땅을 파라.” 이순을 훌쩍 넘겨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를 출간한 김용만 시인의 ‘시인’이라는 작품이다. 일체의 분식을 생략하면서 나르시시즘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담담한 태도가 퍽 인상적이다. “호박순 하나”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농업, 농촌, 농민의 삶을 온전히 껴안으려는 시인의 태도가 잘 느껴진다. “높은 산 보고/ 낮게 사는 법”(‘산중 풍경’)을 배운 사람 특유의 당당한 겸손의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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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늙어가는 삶, 익어가는 삶 ‘나는 늙어가는데/ 너는 익어가는구나.’ 전남 신안 태생의 K-1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 시인이자 요리사인 김옥종 시인의 ‘통닭구이’라는 작품의 한 대목이다. 지난해 이 시를 처음 읽고 배꼽을 잡았다. 오도송 같은 시 자체의 통찰력에 먼저 놀랐고, 전직 격투기 선수 출신 시인이자 요리사라는 인생유전 이야기에도 눈길이 갔다. 시집 <민어의 노래>를 일별하며 느낀 것은 시인의 삶은 신산했을지언정 이토록 당당한 겸손함이 묻어나는 ‘전환’의 삶에 대한 부러움이 솔직히 말해 더 컸다는 점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