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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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하늘을 맑게 지켜주는 느티나무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무려 500만장의 잎이 달린다고 한다. 대략 300년쯤, 큰 가지의 훼손 없이 건강하게 자란 느티나무의 경우다. 이 많은 잎들은 제가끔 기공(氣孔)이라 부르는 숨구멍을 가졌다. 기공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흡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잎이 많으면 자연히 기공이 많아지고, 기공이 많으면 공기정화 효과가 높아진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민족의 삶을 지탱해 준 ‘참나무’ 참나무 종류의 하나인 졸참나무 한 그루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됐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마을 숲의 중심이 되는 나무다. 졸참나무로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나무는 갈참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상수리나무 등 참나뭇과에 속하는 나무 중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졸병’을 뜻하는 ‘졸’자를 넣어 졸참나무라고 부른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도시에 살아남은 자연유산 한때 ‘보물 1호’ ‘천연기념물 1호’를 맞히는 건 퀴즈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지정번호는 문화재 관리를 위한 것이지, 중요도를 가리키는 신호가 아니다. 문화재청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모든 문화재의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인 천연기념물 가운데 지정번호 제1호를 부여받았던 건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다. 대구 도동의 절벽에서 자라는 여러 그루의 측백나무를 묶어 지정한 것이다. 대구 외에 단양, 영양, 안동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측백나무 숲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사람살이와 함께해 온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는 증거다. 같은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향나무에 비해 측백나무는 덜 알려진 탓에 일반에게 다소 생경한 게 사실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숲을 이룬 자란 측백나무 외에 홀로 긴 세월을 살아온 노거수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의 측백나무가 유일하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여름을 붉게 태우는 배롱나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의 계절이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짙푸른 초록을 이길 수 없는 시절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여름에도 짙은 녹음을 깨고 붉은빛으로 눈길을 끄는 꽃이 있다. 초여름부터 피어나 초가을까지 무려 백일 넘게 꽃을 피우는 나무여서 ‘백일홍나무’라고 부르다가 ‘배롱나무’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된 나무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당산제와 당산나무 하늘이 베푸는 만큼만 먹고 살 수 있었던 농경문화 시절, 사람은 세상의 모든 소원을 하늘에 빌었다. 비를 내려달라고 빌었고, 햇살을 더 따스하게 쬐어달라고 또 빌었다. 사람의 생살여탈권이 온전히 하늘에 달렸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었지만, 저 높은 하늘까지 사람의 소원이 닿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하릴없이 넋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던 그 순간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큰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