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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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백성 구해낸 정치인이 찾은 나무 마흔다섯 살의 사내 이약동(李約東·1416~1493)이 사람살이를 보살필 사명으로 제주목사로 부임한 건 500년쯤 전이다. 재임 내내 백성의 삶을 평안하게 지키기 위해 헌신한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말 채찍조차 남기고 떠난 청렴한 삶을 실천한 그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과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청백리의 본보기로 기록돼 있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는 나무 소원을 떠올리게 되는 새해다. 사람의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는 나무라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사람의 마을에서 살아온 영험한 나무가 있다. 이야기 못지않게 신비로운 생김새를 간직한 이 나무는 1996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천 도립리 반룡송’이다. ‘하늘로 오르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용’이라는 뜻의 ‘반룡(蟠龍)’이라는 이름의 이 소나무는 무엇보다 생김새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눈길을 압도하는 나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생김새가 특이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형목’으로의 보존가치가 인정된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부부’처럼 껴안은 소나무 한 쌍 ‘부부송(夫婦松)’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기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의 소나무 한 쌍이 그 나무다. 두 그루의 소나무가 가까이 붙어 서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듯한 모습이어서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부부송’이라고 불렀다. 두 그루 가운데 한 그루는 300년, 다른 한 그루는 150년쯤으로 수령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공룡 시대의 나무 ‘메타세쿼이아’ 공룡 시대에 번성한 나무 가운데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4000만년 전에 찾아온 빙하기에 멸종한 식물로 알려졌던 이 특별한 나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1941년이다. 그때 양쯔강 상류에서 중국의 산림공무원이 발견한 특별한 나무가 세상에서 이미 사라진 걸로 알려졌던 세쿼이아 종류의 나무임을 밝혀내고, 세쿼이아 이상의 나무라는 뜻에서 ‘메타세쿼이아’라는 학명을 붙였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선비의 충절 지킨 천년의 나무 ‘압각수’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 은행나무가 있다. 충북 청주시 중앙공원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은행나무(사진)다. 압각수는 잎이 오리의 발을 닮았다 해서 오리 압(鴨)과 다리 각(脚)을 써서 중국에서 불러온 은행나무의 별명 가운데 하나다. 한자 문화권의 학문을 중시하던 유학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나무라는 게 특별한 명명의 시작이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농경문화의 자취를 지켜온 나무 매오로시 나무는 풍요로운 삶의 지표다. 풍년을 기원하며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올리는 건 물론이고, 살림터를 표시하기 위해서도 사람들은 나무를 심었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으로 꼽는 충주 수안보 화천리 은행정 마을에서 500년 가까이 평화와 안녕을 지켜온 것도 한 그루의 은행나무였다. 은행나무가 상징이어서 마을 이름까지 ‘은행정 마을’이다. 높이 32m에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20m 가까이 펼쳤다. 규모도 장대하지만, 벌판 언덕배기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의 자태는 더없이 아름답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세상서 가장 작은 집 마당의 큰 나무 은행나무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인 충남 아산의 맹사성 고택에 살던 조선의 청백리 맹사성(孟思誠·1360~1438)도 자신의 집 마당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를 사람들은 ‘맹씨행단’이라고 부른다. ‘행단(杏壇)’은 공자가 학문을 설파하던 자리가 은행나무 그늘이었다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은행나무 그늘의 별칭으로 불러온 이름이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가장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제가끔 다르겠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대상에서 받는 경이로움의 느낌이 일쑤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기 십상이다. 또 사람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걸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는 데에 모두 공감하는 나무가 있다. 은행나무 가운데에는 단연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꼽는다. 수령 800년의 이 나무는 높이 32m, 줄기둘레 16m로 무척 크다. 나뭇가지를 펼친 품은 사방으로 30m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경이로움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나무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살이 품은 단풍나무 들녘의 빛깔이 달라졌다. 길가의 나무들도 초록빛을 내려놓고 가을빛을 머금었다. 은행나무에서 도토리나무까지 숲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물들 채비를 마쳤다. 가을빛의 백미는 단연 단풍나무 붉은빛이다. 정읍 내장산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단풍나무 숲의 최고 절경으로 일컬어져왔다. 자연 상태에서 빽빽이 군락을 이룬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면 가을 풍경의 진수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표적인 단풍나무 숲이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하늘을 맑게 지켜주는 느티나무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무려 500만장의 잎이 달린다고 한다. 대략 300년쯤, 큰 가지의 훼손 없이 건강하게 자란 느티나무의 경우다. 이 많은 잎들은 제가끔 기공(氣孔)이라 부르는 숨구멍을 가졌다. 기공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흡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잎이 많으면 자연히 기공이 많아지고, 기공이 많으면 공기정화 효과가 높아진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민족의 삶을 지탱해 준 ‘참나무’ 참나무 종류의 하나인 졸참나무 한 그루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됐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마을 숲의 중심이 되는 나무다. 졸참나무로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나무는 갈참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상수리나무 등 참나뭇과에 속하는 나무 중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졸병’을 뜻하는 ‘졸’자를 넣어 졸참나무라고 부른다.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도시에 살아남은 자연유산 한때 ‘보물 1호’ ‘천연기념물 1호’를 맞히는 건 퀴즈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지정번호는 문화재 관리를 위한 것이지, 중요도를 가리키는 신호가 아니다. 문화재청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모든 문화재의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인 천연기념물 가운데 지정번호 제1호를 부여받았던 건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다. 대구 도동의 절벽에서 자라는 여러 그루의 측백나무를 묶어 지정한 것이다. 대구 외에 단양, 영양, 안동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측백나무 숲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사람살이와 함께해 온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는 증거다. 같은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향나무에 비해 측백나무는 덜 알려진 탓에 일반에게 다소 생경한 게 사실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숲을 이룬 자란 측백나무 외에 홀로 긴 세월을 살아온 노거수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의 측백나무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