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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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1인당 64만원꼴 추경예산, 어디에 쓰나 당신에게 64만원이 생겼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쓸까요. 1일 정부가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경이 편성되기는 여섯 번째입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2019년 기준 5171만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1인당 64만원 꼴을 예산으로 추가 지출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추경은 특이하게도 국채 발행, 그러니까 정부가 돈을 꿔오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많이 들어와서 굳이 이자 내고 돈을 꿀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가 기존에 ‘저금통’에 남은 돈까지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개인과 기업 등이 정부에 낸 세금을 정부가 다시 민간에 돌려주는 격인데, ‘조’나 ‘억’ 단위의 숫자가 워낙 크므로 1인당 지출항목을 짚어보는 방식으로 어렴풋한 추경의 지출 윤곽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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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심리스 착취사회 알게 된 이상 더는 같을 수 없었다. 그날, 스마트폰에서 쿠팡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로켓 같은 배송속도의 이면에 냉난방도 되지 않는 숨막히는 물류창고에서 소모용 기계부품처럼 ‘뼈와 살을 갈아’ 상품을 픽업해온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화재로 드러난 흉한 골조처럼 적나라하게 폭로된 이상 이것은 윤리의 문제였다. 쿠팡 측은 과로사가 아니라지만 지난 1년여간 사망한 쿠팡 물류 노동자가 9명이다. 시가총액 100조원으로 올 초 미 뉴욕 증시 상장 신화를 쓴 거대 ‘유니콘 기업’의 이면은 그뿐이 아니었다. 며칠 뒤엔 ‘새우튀김’ 한 조각 때문에 무례한 손님에게 ‘별점 한 개’ 테러를 당한 김밥가게 사장이 쿠팡이츠로부터도 압박을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플랫폼 운영기업이 수수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중재는커녕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책임을 전가해왔던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결제버튼만 누르면 물건과 음식이 마법처럼 문 앞까지 찾아오는 쾌적한 소비경험은 사람이 사람을 착취해서 가능했던 셈이다. ‘심리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중요시하는 테크기업이 일궈놓은 매끈한 착취시스템의 공모자로 일조했던 건 아닐까, 화재현장의 연기를 들이마시기라도 한 듯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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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경제정책, 서둘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큰 것(bigness)이 악(惡)’이라는 경제민주화의 기계적 관점에 매몰된 정부가 ‘성장’이라는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소득·자산 양극화라는 불평등 해소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 등이 지난주 서울사회경제연구소·한국경제발전학회 심포지엄에서 내놓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은 분석과 제안 모두 생각해볼 점이 많다. 이들은 달라진 사회에 맞춰 정부가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방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직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다. 정부가 달성 여부를 연간, 분기 단위로 발표하는 건 산업화 시대의 관성이지만 요즘은 국가가 성장해도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으니 문제다.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정책목표가 아닌 다양한 정책성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결과”일 뿐인데 주객이 전도됐다. ‘상위 10%’와 ‘나머지 90%’라는 양극화가 임계점에 다다른 오늘날의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성장의 과실은 ‘상위 10%’에만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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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딜리아의 입바른 소리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서 막내딸 코딜리아는 아첨을 좋아하는 늙은 부왕 앞에서 입바른 소리만 하다가 땅 한 뙈기도 얻지 못하고 왕궁에서 쫓겨난다. 언니들처럼 입에 발린 소리로 재산을 얻어내기엔 그는 너무 맑았다. 그리고 리어왕은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 들었다. 칠판 앞에서 나이 지긋한 교수님이 툭 던진 말씀이 기억나곤 한다. “이 작품의 교훈이 뭔지 아는가? 사람은 늙어 죽는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자는 바른말을 싫어한다. 일반적인 속성이다.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자아는 나르시시즘으로 비대해진다. 체중을 감량하듯 매일같이 덜어내지 않는다면 나르시시즘은 권력자의 사고체계를 삼켜버리고, 자아성찰 능력을 마비시킨다. 권력을 쥔 이는 매일같이 홀로 자신과의 외로운 전쟁을 견뎌야 한다. <반지의 제왕> 속 ‘절대반지’의 유혹과 싸우느라 프로도가 겪는 고난은 선량한 이의 내면마저 잠식하는 권력의 속성을 상징한다. 주변의 선한 이들이 그를 도울 순 있어도 무거운 내면의 그림자는 오롯이 그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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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섭게 오르는 비트코인 가상통화의 ‘대장’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지난 주말 1조달러(약 1154조원)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거의 두 배 올랐는데, 해당업계에서는 현 5만달러인 개당 가격이 25만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대담한 전망도 나온다. 반면 고전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작년 8만원대까지 내다봤던 국내 금값(한국거래소 1g 기준)은 지난주 들어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금에다 돈을 묻었던 ‘안전제일’ 분위기는 어느새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대체재로 급부상하는 위험 선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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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미 민주당,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 발의 미 민주당이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소추안을 11일(현지시간) 발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탄핵소추안 발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의회 난입을 선동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탄핵안 표결을 12일이나 13일쯤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하원 435석 중 222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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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를 갈라놓는 능력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최근의 사태는 오늘날 분열된 미국을 상징한다. 몰락한 중산층은 엘리트 민주주의에 분노하고, 정치인들은 ‘선동에 휘둘리는’ 이들을 경멸한다. 다원주의 공동체는 사라지고 서로 다른 ‘정치적 부족들’로 나라가 갈라졌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실패로 이어진 경제 실패의 뿌리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흘려들을 남 얘기가 아니다. 능력주의는 개인이 공평한 기회를 바탕으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얻는다는 자유주의의 핵심 이념이다. 노력하면 계급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으니, 혈연으로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귀족체제보다 언뜻 공정해보인다. 하지만 1958년 이 단어를 처음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마저 승자들이 패자들을 배제하고 모욕하는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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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동산 수장 교체, 이미 늦었다 뻥 뚫린 도로에서 차가 막히기도 한다. 앞차의 브레이크 한 번이 교통체증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다. 흐름이 유지되려면 탄탄한 도로설계와 정밀한 신호체계가 필요하다. 시장 역시 흐름이다. 때로는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24번에 걸친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 ‘신호등’ 개편에 그나마 굴러가던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코로나19 위기에 푼 유동성에 집값은 ‘과속’하며 상승했고, 세입자보호 ‘파란불’을 켰더니 되레 전세시장이 멈춰 섰다. ‘차 막힌다’ ‘저 차만 과속하냐’ 여론의 아우성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신호체계를 발작적으로 바꿨다. 아무래도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은 부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한 게 아득하기만 하다. 이제 시장에서 정부의 ‘신호등’은 씨알도 안 먹힌다. 전세대책을 내놨는데 전국 전셋값은 또 올랐다.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면서 내 집 마련이 멀어진 800만 무주택자는 망연자실이다. 몸에 좋다는 건강보충제를 마구 섞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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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로소득과 노동의 가치 최근 만난 한 50대 정부 관계자는 “요즘 사람들은 주식투자로 버는 돈이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사전적 정의로 불로(不勞)소득은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얻는 수익, 이자, 배당금, 지대 등을 뜻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말의 분위기가 문제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만이 진짜고 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로 낮잡아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불쾌해한다. 시간을 들여 보고서도 읽고 나름 노력(努力)해 번 돈인데 어째서 ‘불로’냐는 것이다. 일할 ‘노’(勞)와 힘쓸 ‘노’(努)가 다르다는 사소한 사실은 넘어가도록 하자. 어쩌면 이런 이견은 그간 신성시돼온 ‘노동의 가치’가 21세기에 주춧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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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테슬라와 버블 위험 동력이 떨어진 걸까. 올해 들어서만 5배나 오르며 파죽지세로 달리던 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지난주부터 심상치 않다. 이달 초 장중 한때 주당 500달러를 돌파했으나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400달러 선이 무너졌다. S&P500 지수에 테슬라가 신규 편입될 경우 펀드 자금이 테슬라 주식을 더 사들이고 주가는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에 힘입었던 오름세가 이날 ‘편입 실패’ 소식에 푹 꺼진 것이다. 포드·도요타·폭스바겐을 합친 것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세계 1위’ 자동차업체는 왜 지수에 못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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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시가 총액 2조 달러 돌파...미 상장기업 최초 애플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58조원)를 돌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018년 8월 시가 총액 1조달러를 찍은 지 약 2년 만이다. 애플 주가는 이날 오전 뉴욕 증시에서 장중 주당 467.97달러까지 오르면서 시총 2조달러가 되기 위한 허들(467.77달러)를 넘었다. 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이 셧다운되고 소매점이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애플의 시가총액은 올해 60%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하지 못하는 애플의 충성 고객들이 아이폰 및 관련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면서 지난 2분기 애플은 큰 폭의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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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의전을 내려놓자 21세기 한국 사회에는 봉건주의의 흔적이 여전히 조류처럼 흐른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사이로 스민다. 누구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애써 성찰하고 떨쳐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물이 들기 마련이다. 권력자 개인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과잉 의전’은 대표적인 잔재이다. 강력한 위계질서 속에 생살여탈권을 쥔 윗사람을 떠받들어 모신다. 예로 16세기 일본의 무장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자신이 모시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신발을 눈이 오는 겨울날 가슴에 품어 따뜻하게 데웠다는 설화가 있다. 상사에 대한 지극정성이 이쯤 돼야 출세할 수 있다는 비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