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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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포괄적 성교육은 건강한 시민 길러내…성범죄 막기 위해서도 필요” 한국 사회는 성(性)에 대해 이중적이다. 성을 상품화하면서도 정작 성을 정면으로 언급하는 것은 꺼린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2차 성징기 아이들은 성착취 영상물 등으로 비뚤어진 성을 접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학교에서는 성교육이 후퇴할 조짐마저 보인다. 성교육이 무분별한 성생활을 부추길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년 동안 성교육을 해온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는 “네덜란드나 독일의 경우, 성교육을 했더니 첫 성경험 시기가 오히려 늦춰졌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개인의 육체·정신·사회적 건강과 관계맺기를 아우르는 포괄적 성교육은 자아존중감 높은 건강한 시민을 길러낸다”며 “유네스코의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성의 즐거움과 소통의 필요성, 개인의 다양한 성 정체성 또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역행하는 교육은 아이들의 행복과도 멀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배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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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바버라 월터스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미국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는 성공비결로 ‘절실함’을 꼽았다. 연극 프로듀서 출신으로 파산한 아버지, 무능력한 어머니, 발달장애인 언니의 생계를 위해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밥벌이”였어도 버텨야 했다. 1961년 NBC 아침 뉴스쇼 작가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 우연히 대타로 마이크를 잡았다가 매끄러운 진행을 인정받아 앵커 자리를 꿰찼다. 1976년 미국 방송 사상 최초로 연봉 100만달러에 ABC로 이적한 그의 장기는 단연 인터뷰였다. 1970년대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지도자 등과 인터뷰를 잇따라 성사시킨 그는 여성 진행자에게 날씨나 생활정보 같은 뉴스만 맡기던 방송계의 유리천장을 부쉈다. 태도는 친밀하되 섭외는 집요했고 질문은 거리낌 없었다. 소련 비밀경찰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사람을 죽인 일이 있느냐”,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에게 “사람들은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당신 생각은?”, 영화배우 숀 코너리에게 “정말 여자는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인터뷰 대상이 정해지면 예상 질문 250개를 뽑아 준비할 정도로 치열했다. 귀를 기울이며 공감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모니카 르윈스키는 인터뷰 대가로 300만달러를 주겠다는 폭스뉴스를 마다하고 월터스를 택했다. 게스트들은 속엣말을 꺼내며 종종 울었는데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마저 무장해제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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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굿바이 ‘마기꾼’ 코로나19 방역조치 가운데 마지막 남은 ‘실내 마스크’를 드디어 벗게 될까. 정부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내년 1월, 늦어도 3월에는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7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장소 불문하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격히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맞설 인류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의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지고, 메신저RNA(mRNA) 신기술을 이용한 백신이 신속하게 도입되고 치료제도 개발되면서 ‘독감’ 수준의 엔데믹(풍토병)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코로나19 면역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마스크의 한계효용이 사실상 다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지난 5월 완화하고 9월 전면 해제한 데 이어 실내 마스크도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날 소식에 화장품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하관을 가려 실물보다 멋져 보이는 ‘마기꾼’(마스크+사기꾼)도, 손해 보는 ‘마해자’(마스크+피해자)도 다시 얼굴을 가꿀 것이란 기대감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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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마약 환자 뇌 손상 어릴수록 심각…금단현상은 지옥의 고통”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최근 또 발생했다. 마약사범이 연간 1만명을 넘고 전국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불법마약류 성분이 검출되는 한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할 인프라도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마약전담 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은 겨우 2곳에 불과하다. 그중 한 곳인 인천참사랑병원에서 마약치료전문의로 일하는 천영훈 원장을 지난 10월26일 만났다. 천 원장은 “마약 환자의 지능지수는 중독되기 전 정상 범주에서 중독 후엔 지체지능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다. 젊을수록 이 같은 뇌 손상은 심각해진다”며 “확산하는 마약에 대응하려면 치료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의 대마초는 개량종이라 1960~1970년대와 다르므로 합법화해선 안 된다”며 “처방전으로 남용되는 약물 중독 문제는 미국보다 우리가 더 심각하다. 의료계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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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필수부문 파업 전 세계 필수부문 파업이 거세다. 106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간호사노조는 이달 10만명이 이틀간 파업에 돌입한다. 저임금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주노동자 대체인력이 부족해 업무강도는 세졌다. 영국 의사협회도 정부가 임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인데다 철도, 구급차, 우체국, 학교까지 멈춰서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에서는 법복 입은 예심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과로에 시달리던 젊은 판사가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도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프랑스 의사들도 정부에 공공의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이례적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노조와 남아공 공무원노조 등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공공부문 긴축으로 노동여건이 악화되고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깎이면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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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중국과 ‘노 마스크 월드컵’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에 당혹하고 있다. 관중 수만 명이 거리 두기는커녕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중계방송으로 보고 충격받은 것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저곳은 축제인데 이곳은 공공장소에도 못 모인다니”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가 당국 검열 탓인지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 팬데믹 시작 이래 최악이다. 지난 23일 기준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인 3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임기 시작에 맞춰 완화되던 방역은 다시 48개 도시 봉쇄 및 광범위한 이동제한 조치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3월 주민 2500만명이 두 달간 자택에 격리돼 식량난에 시달렸던 상하이 봉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망자가 발생한 수도 베이징은 표적봉쇄가 확대되면서 침묵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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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랜스젠더의 가족 생물학적 남성 A씨는 결혼한 뒤에야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았다. 2018년 이혼한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듬해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냈다.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는 것이었다. 1·2심은 이를 불허했다. 미성년인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여성’이 되면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의 행복 추구보다 부모로서 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본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이를 뒤집고 A씨에게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성별정정이)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거나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행복추구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누려야 할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성별표기의 모순을 견뎌야 한다면 “개인의 고통이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혼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으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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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95세 신인가수 올해 95세인 가수 겸 작곡가 앙헬라 알바레스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라틴그래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고령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90세에 데뷔해 이룬 성과다. 등이 꼿꼿하고 눈빛이 맑은 그는 수상 소감에서 “삶은 고되지만 믿음과 사랑을 통해 꿈을 이룰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여러분께 장담컨대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927년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14세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수의 꿈은 아버지의 반대로 접어야 했다. 평온했던 가정주부로서의 삶 역시 1962년 쿠바혁명으로 흔들렸다. 미국으로 건너간 알바레스는 네 자녀를 보육원에 맡긴 채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2년 만에 아이들을 되찾고 기반을 잡는가 했더니 남편과 딸이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난과 실의에 빠진 알바레스를 위로한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가족들이 모이면 기타를 꺼내 노래를 들려줬다. 음악프로듀서인 손자가 할머니의 노래를 가족용 기록으로 남기려고 지난해 첫 앨범을 제작했는데 뜻밖에 수상으로 이어졌다. 80년 만에 가수의 꿈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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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빅테크의 감원 바람 빅테크 기업들에 살벌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은 기술직을 포함해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1만1000명, 트위터는 인원의 절반을 이미 해고했다. 올해 인텔 등 약 790개 테크기업에서 12만명이 잘린 것으로 집계된다. 실리콘밸리가 20년 전 ‘닷컴버블’ 기시감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 감원 칼바람의 직접적 요인은 실적 부진이다. 메타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고, 트위터는 파산 경고까지 나왔다. 아마존은 연말특수에도 4분기 매출 전망이 좋지 않다. 물가 폭등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소비자와 광고주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코로나19 때 풀렸던 돈이 거둬들여지면서 투자자들도 깐깐해졌다. 거액의 연봉을 들이며 대대적인 인력 채용으로 성장을 과시하는 빅테크들의 전략도 한계에 이르렀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은 분위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빅테크들은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면대면 만남이 가능해지자 비대면 메타버스 등은 순식간에 외면받았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미국 5대 빅테크기업 시가총액이 300조원 넘게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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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가대표 ‘민경장군’ 개그우먼 김민경씨가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는 19일부터 태국에서 100여개국 1600여명이 겨루는 국제사격대회 ‘2022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에 출전한다. 1년 전 샷건을 처음 쥐던 날, 하늘의 나는 과녁까지 백발백중 맞히던 그가 마흔한 살 늦깎이로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김씨의 천부적 재능은 2020년 ‘먹방’인 <맛있는 녀석들>의 5주년 기념 건강프로젝트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뒤늦게 발견됐다. “운동이 너무너무 싫어서 숨쉬기 말고는 해본 게 없다”던 그는 첫회 만에 ‘로보캅’ 별명을 얻었다. 유도, 권투, 이종격투기, 야구, 축구, 골프까지 배우는 즉시 척척 해내는 그를 두고 “태릉이 빼앗긴 금메달리스트” “체육 대신 제육을 선택한 자”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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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치유는 정의와 함께할 때 가장 효과…지도자 책임있는 행동도 중요” 지난 6일 아침, 서울광장 한쪽에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의 흰 천막이 주황색 띠를 침묵처럼 두른 채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난 것은 국가애도기간뿐이다.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들, 그리고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시민들이 겪어내야 할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태원 참사가 또 다른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이날 서울 중구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백 교수는 “재난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게 선진국”이라며 “치유는 정의와 함께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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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힐즈버러 참사 1989년 4월15일,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가 열린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94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버풀 팬들의 전세버스가 도로정체로 연착해 한꺼번에 몰린 게 시작이었다. 검표소에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었다. 몰려드는 관중은 통제되지 않았다. 양측면에는 다소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인파는 이미 초만원이던 중앙구역으로 몰렸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보호철망이 무너지며 아비규환이 빚어졌다. 경찰은 술에 취한 훌리건들이 표도 없이 경기장에 난입해 벌어진 단순사고라고 발표했다. 황색언론들은 리버풀 팬이 출입문을 열었다는 등 경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썼다. 유족들은 경찰로부터 사망자가 술꾼 아니었느냐는 추궁까지 당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끈질긴 진상조사 요구 끝에 2012년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왔다. 출입문을 열라고 지시한 사람은 당시 경찰 책임자였던 더켄필드 총경이었다. 대규모 경비를 관리해본 경험이 없는 그가 경기장 구조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가 사고를 촉발한 것이다. 직무태만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대형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