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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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북극 특사 기후위기가 역설적으로 북극 개발에는 기회다. 걸프스트림 영향으로 북극 일부 지역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8배 상승하고 빙하가 녹으면서 기존 수에즈 항로보다 30% 단축된 북극 항로가 열렸다. 2조달러 이상의 광물자원과 전 세계 미개발 원유·천연가스의 약 25%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촘촘하게 배치했던 북극에서 강대국들이 신냉전 패권의 샅바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미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북극 특사’ 신설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존 ‘북극 조정관’에서 급을 올려 이해당사국들과 미국의 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약 2조원의 헐값에 사들인 이후 북극은 대체로 미국의 관심 밖이었지만, 북극의 맹주 러시아와 ‘북극 실크로드’를 내건 중국이 손잡으며 상황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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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인권은 약자 보호 최소한의 수단…제로섬 넘어 인권 파이 키워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귀가 큰 사람’이다. 인권침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 억울한 목소리를 듣는다. 동시에 눈이 밝고 붓은 곧아야 한다. 사건을 조사해 세상에 알려 공론화하는 것도 이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최은숙 인권위 조사관은 2002년 인권위 출범 원년부터 지금까지 만 20년째 이런 일을 해왔다. 그는 “목소리를 세상에 알릴 마이크가 없는 분들의 웅얼거리는 이야기들 안에 우리가 해결하려는 인권 문제가 담겨 있다”면서 “20년 새 인권감수성이 높아졌지만, 오늘 당연한 일이 훗날엔 인권침해로 여겨질 수도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인권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명동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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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푸틴의 홍차 러시아 경제개방을 설계한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경제고문이 이탈리아 휴가 도중 중태에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에서 사임한 최고위급 인사인 그는 뇌 신경 염증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현지 검찰은 독극물 중독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신자와 정적을 독살한다는 의혹으로 악명이 높아서다. 이른바 ‘푸틴의 홍차’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리트비넨코가 2006년 호텔 레스토랑에서 옛 동료들과 차를 마신 지 3주 뒤 건강 악화로 숨진 게 대표적이다. 청산가리 독성의 200만배인 방사성물질 폴로늄-210 중독이었다. 그는 KGB 후신 연방보안국(FSB)이 독성물질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 중이며, 우크라이나 대선 때 유셴코 후보 독살 기도의 배후라고 폭로한 바 있다.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한 언론인 폴리트코프스카야도 2004년 차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결국 2년 뒤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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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치가 키운 백래시…풀뿌리 여성운동 있는 한 성평등 퇴행은 없다” 백래시(backlash·반동)의 시대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성폭력을 공론화한 ‘미투’ 운동, 2020년 실태가 드러난 성착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강력해진 청년세대 페미니즘 흐름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은 성별을 갈라치며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했고, 윤석열 정부는 대선공약에 따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반여성주의 백래시의 기원은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성평등한 노동시장 정책의 학술적 토대를 만들어온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개인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 교수는 “여성운동의 성과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백래시가 나타나며, 정치 양극화와 경제위기 상황에 특히 심각해진다. 현재의 백래시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풀뿌리 여성운동이 있는 한 백래시는 퇴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은 여성을 억압하는 혐오선동보다 실제로 청년세대를 지원하는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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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박지현은 안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유튜버가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하며 그의 자택 앞에서 공개 스트리밍 방송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주거지 정보가 노출돼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은 디지털성범죄집단 n번방의 실체를 폭로한 ‘추적단 불꽃’으로 익명 활동을 하면서 갖은 보복 위협을 받아온 터다. 그는 “기어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를 위해 마스크를 벗기까지 수천 번 고뇌했던 이유”라며 “이것은 젊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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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달 전쟁 달은 하늘에 뜬 광산이다. 지구에서 귀하게 취급받는 희토류가 풍부하고, 헬륨3도 많다. 헬륨3는 1g을 핵융합하면 석탄 40t어치 에너지를 내면서도 방사성물질은 내뿜지 않는 꿈의 연료다. 티타늄·알루미늄·규소를 비롯한 광물도 지구의 6분의 1 중력으로 캘 수 있다. 달 면적은 지구의 7.5%인데, 그중 노른자위는 얼음이 많은 남극이다. 물을 수소·산소로 분리하면 태양계로 나가는 우주 추진체를 돌릴 연료 생산이 가능하다. 달 개발이 우주 상업개발의 첫 단추로 불리는 까닭이다. 20세기 우주경쟁이 미·소 간 순진한 기술력 대결이었다면, 21세기는 ‘우주 확장판 골드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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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음악 표절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민요부터 재즈까지 닥치는 대로 악상을 훔치는 “희귀한 도벽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민요 여럿을 베껴다가 대표작 ‘봄의 제전’으로 다시 빚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도둑질한 돌을 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남의 작품 베끼기로 악명 높았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는 정서는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12음계라는 제약 속에 원작과 다르거나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만 한다면 고유의 창작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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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애플의 첫 노조 미국 청년세대에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거세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에도 첫 노조 등장이 임박했다. 18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의 한 애플스토어가 찬성 65 대 반대 33으로 노조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전미노동관계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승인하면 미국 내 270여개 애플스토어 6만5000여명 노동자에게 그간 애플 사측이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원칙은 깨지게 된다. 앞서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에서도 1971년 설립 이래 50년간 유지돼온 무노조 원칙이 깨졌다. 지난해 12월 뉴욕 버펄로 소재 매장에서 노조가 처음 결성된 이래 미국 내 9000여개 매장 중 140여곳에서 노조가 출범했다. 지난해 4월에는 e커머스 공룡기업 아마존에서 창고노동자 8300명이 처음 노조를 결성했다. 이외에도 대학원생, 박물관 직원, 간호사, 언론인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서 노조 결성이 잇따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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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이번 식량위기는 쉽게 진정 안 될 것…지금은 농업을 보호할 때” 밀가루부터 삼겹살까지 장바구니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국제 곡물가와 유가, 비료값 폭등에다 가뭄이 더해진 탓이다. 30년간 유지돼온 세계화가 글로벌 공급 마비와 신냉전 구도로 끝나면서 ‘저렴한 식량’ 시대가 마감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유엔 세계식량계획)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량 수출을 제한한 국가도 30곳이 넘는다. 식량 무기화 시대에 우리 식탁은 무방비 노출 상태다. 2020년 기준 45.8%에 불과한 식량자급률, 사료까지 포함하면 20.2%에 불과한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수입에 의존해온 제2의 주식 밀(0.5%)과 가축용 사료가 많은 옥수수(0.7%) 자급률은 극히 미미하다. 정부는 세금을 깎아서 식품물가를 잡겠다지만 원가가 더 오르면 소비자 체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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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소 트림 소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테인(methane)을 트림으로 뿜는다. 메테인 농도가 방귀의 20배다. 되새김질하는 1·2번 반추위에서 위액 1㎖당 약 1000억마리인 미생물이 먹이를 휘발성지방산 등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5%를 축산업이 배출하며, 그중 육우 및 젖소 비중이 65%라고 집계한다. 젖소 한 마리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형차 한 대에 맞먹는다. 단백질 1㎏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고기가 295㎏으로, 돼지(55㎏), 달걀(31㎏)을 압도한다. 최근 한 위성업체는 소 트림을 우주에서 관측했더니 미국 소 목장 한 곳에서만 연간 1만5400가구에 전력공급이 가능한 메테인이 발생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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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왕따의 상처 인간의 뇌는 심리적 외로움을 육체적 고통과 동일한 부위에서 인식한다. 집단을 이룰 때에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개인이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유전자에 경고기능이 각인돼서라고 한다. 특히 어릴 적 왕따(집단따돌림)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 삼성서울병원이 31일 어릴 적 또래집단에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면 후유증으로 성인기에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4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청소년기가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10대의 뇌> 저자 프랜시스 젠슨 박사에 따르면 뇌의 신경세포 배선 가운데 최종 20%가 청소년기에 완성된다. 빠른 학습으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빠른 학습을 가능케 하는 뇌의 가소성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왕따 피해라는 심리적 충격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한다. 영양실조가 신체의 발육부진을 초래하듯, 심한 왕따 경험이 뇌의 용적을 위축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작용이다. 이에 따돌림 피해자는 학업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비만이나 약물남용과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한다. 우울증이나 피해망상 등으로 타인과 관계맺기도 어렵다. 청소년기 상처가 장기간 손실을 유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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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소울리스좌 영혼 없는 눈빛, 타성에 젖은 걸음과 대비되는 생기발랄한 속사포랩으로 놀이기구 이용안내를 하는 ‘소울리스좌’가 화제다. 유튜브 동영상이 22일 기준 1200만뷰를 돌파했다. 주인공은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전직 캐스트(계약직 직원) 김한나씨(23)다. 표정은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듯한데 업무 수행은 완벽한 ‘반전’에 직장인들이 특히 열광한다. 김씨는 BBC코리아 인터뷰에서 “영혼이 없다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최적의 효율을 찾아서 일을 한다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혼 없는’이란 부정적 의미의 ‘소울리스(soulless)’가 노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적화한 상태라는 새로운 맥락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