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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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헌신 빙자한 착취로 플랫폼 노동환경 악화…콜센터가 문제의 원형” 한국 사회에서 콜센터는 불공정한 노동시장의 프랙털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1970년대 구로공단 제조업 공장에서 수출 납기에 맞춰 고카페인 알약 ‘타이밍’을 삼키며 초과노동을 강요받던 저임금 여성들이, 2020년대 구로디지털단지 하청업체의 작은 부스에서 니코틴 성분에 의존해 밀려드는 전화상담을 처리하는 비정규직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노동자 1996명을 조사한 결과 48%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4명 중 1명은 업무가 많아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는 “50년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세금처럼 바치며 일하는 한국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면서 “헌신을 빙자한 노동착취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이 되면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노동환경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선의 단초는 “플랫폼노동의 원형인 콜센터”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11일 덕성여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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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비료대란 인류가 80억명에 이르러서도 ‘맬서스 함정(Malthusian trap)’에 빠지지 않은 것은 인공비료 덕분이다. 1908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질소 비료를 개발하면서 인류는 식량 걱정을 크게 덜었다. 그런데 비료 사용=식량 증대라는 등식이 깨질 위기가 닥치고 있다.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농가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고 있어서다. 세계은행의 비료가격지수는 지난 3월 237.6으로 전년 동월의 2.3배에 달한다. 비료 공급난은 비료의 3요소인 질소·칼륨·인산 모두에 걸쳐 있다. 작물 생육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질소 비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합성암모니아로 만든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약 50% 급등했다. 작물을 튼튼하게 하는 칼륨은 광산에서 채굴한다. 세계 생산량 1위인 러시아와 2위인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35%가량의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작물의 단백질 합성을 돕고 단맛을 높이는 인산은 중국이 최대 생산국인데, 가격불안을 이유로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인산염을 자원무기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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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머스크의 야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다. 온라인결제시스템 ‘페이팔’ 공동창업으로 28세에 억만장자가 되자 로켓개발업체 ‘스페이스X’, 전기차업체 ‘테슬라’, 인간 뇌와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뉴럴링크’를 잇따라 창업하며 미래경제 문법을 쓰고 있다. 순자산규모 2190억달러(약 268조원)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부호다. 그가 이번엔 미디어까지 삼켰다.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에서 팔로어 8340만명을 거느린 자칭 “언론의 자유 절대주의자”가 트위터 절대 군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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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상하이의 절규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다.” 인구 2500만의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가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봉쇄된 지 한 달째, 시민들의 절규가 당국 검열을 뚫고 분출하고 있다. ‘4월의 목소리’라는 6분짜리 온라인 동영상은 식량난으로 시위에 나선 주민들, 위중한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지 못한 아들, 부모와 떨어져 강제격리돼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 아이에게 먹일 해열제가 없다며 울먹이는 엄마의 육성을 담았다. 방역요원이 격리된 주민의 반려견을 둔기로 때려죽이거나, 무단외출한 시민이 삭발당하거나, 격리시설로 아파트가 징발돼 쫓겨난 주민들의 영상도 충격적이다. 흰옷의 방역요원들은 ‘백위병’으로 불린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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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아동과 성인은 동등한 당사자…노키즈존은 엄연한 차별이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고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이 말에 비추어본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부모의 학대로 맞아죽고, 방치돼 굶어죽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들의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는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고 경찰청은 집계한다. 아이들의 입장을 거부하는 ‘노키즈존’ 논란도 여전하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엄벌로 낙인찍고 배제하려 한다. 900만 아동인구는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되는 종속적 대상으로 여겨진다.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희진 변호사를 만나 한국 아동인권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그는 “아동은 발달단계에서 일정 기간 성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성인과 아동은 동등한 당사자”라며 “아동을 환대하고 존중함으로써 미래의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소재 김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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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나이 계산법 한국인들의 나이 집착은 유별나다. 조금만 친해지면 나이를 먼저 묻는다. 한 살 차이로 윗사람과 아랫사람, 높임말과 반말 서열이 갈린다. 그런데 그렇게 나이를 따지면서도 계산법은 들쭉날쭉이다. 나이 계산법은 세 종류나 된다. 먼저 ‘세는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친다. 12월31일 태어난 아기도 하루만 지나면 두 살이 된다. 태아도 사람으로 간주하는 인본주의라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그보다는 ‘0’이라는 숫자 개념이 없을 때 생긴 농경문화의 흔적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다.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도록 한 병역법, 만 19세가 되는 해의 첫날부터 술·담배 구입을 허용하는 청소년보호법에서 이 계산법을 쓴다.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한다. 일본은 1950년대, 중국도 1960년대에 ‘세는 나이’ 대신 ‘만 나이’를 법적·사회적 기준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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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경제효과 분석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청와대 시설 개방에 따른 경제효과가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의 보고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간 1670만명이 새로 단장한 청와대 시설을 방문하면 관광 수입 1조8000억원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이 최고 3조3000억원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무료 개방되는 광화문, 청계천을 인원 추산의 기준으로 삼은 데다 청와대 관광 비용을 1인당 10만원으로 계산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도 2003년 일반개방 직후에는 방문객이 몰렸지만 현재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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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명무실’ 유엔 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평화를 위해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강제력을 갖는 결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5개 상임이사국, 즉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구소련)가 실권을 쥐고 있다. 1945년 얄타회담에 모인 이들 나라는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거부권(veto)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가 성립할 수 없도록 유엔 헌장을 정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잇따른 냉전 와중에도 안보리는 교착상태였다. 예외라면 1950년 유엔군의 한국전 개입을 결정한 안보리 결의 제84호 정도다. 소련이 표결에 불참한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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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벨상 메달 경매 노벨상 메달의 액면가는 900만원쯤이다. 경제학상(185g)을 제외하고 18K 금 175g이 통일규격이다. 대략 46돈이다. 가끔 경매에 나오는데 낙찰가는 천차만별이다. 최초로 경매된 노벨상 메달은 1903년 영국의 평화운동가 윌리엄 랜들 크리머가 받은 평화상 메달이다. 1985년 고작 1만7000달러(약 2000만원)에 팔렸다. 매각이 불발된 적도 있다.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1949년 문학상 메달은 낮은 호가 때문에 경매가 취소됐다. 대부분 시작 가격은 보통 20만~30만달러다. 국내 이랜드그룹은 2015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자체 박물관 소장 용도로 약 39만달러에 낙찰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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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약자 연결되면 큰 파도…갈라치기 나쁜 정치는 역풍 두려워해야”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잘 걷지 못하게 된 여자아이는 고민이 많았다. 나는 왜 장애인이 됐을까. 우리 집은 어쩌다 가난할까. 왜 나는 공부를 못할까. 게다가 이름마저 ‘복주’라니. 세상에 없는 듯 조용하게 살고 싶었는데, 선생님들은 걸핏하면 이 특이한 이름을 불렀다. 아이들은 절름거리는 그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놀려댔다. 학교가 싫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장에 취직할 계획이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50)는 그때만 해도 자신이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성폭력 상담가로 20년 이상 경력을 쌓고,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며 거대 양당정치 구도에 도전하게 될 줄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일 함께 실시된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진보4당 단일 후보로 처음 출마해 선거비 전액을 보전받는 15.32%의 득표율을 거둔 그를 지난 17일 서울 통의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이 연결되면 정말 큰 파도가 된다”며 “시민들을 갈라치고 2등 시민으로 얕잡는 나쁜 정치는 역풍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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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화재와 전쟁 전쟁은 곧 문화재의 위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쪽 바위산에 새겨져 6세기부터 실크로드의 대상과 순례자들을 굽어보던 세계 최대 바미안 석불은 2001년 탈레반의 로켓포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에서는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1만5000점의 문화재가 통째로 털렸다. 인류의 문화유산들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면에는 누군가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직감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장 자크 조자르는 비밀리에 ‘모나리자’를 비롯한 주요 소장품을 1862개 나무상자와 차량 203대를 동원해 지방 각처에 분산 은닉했다. 1000조각 대리석을 이은 헬레니즘 시대의 걸작 ‘사모트라케의 니케’ 여신상도 간신히 피란길에 올랐다. 평소 문화재 긴급이송 훈련을 해온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민하게 움직였다. 결국, 예술품 수집광인 아돌프 히틀러는 텅 빈 루브르에서 쓴입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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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14번째 여성의날 코로나19 팬데믹은 성평등 시계태엽을 되감았다. 완전평등까지 99년 예상했던 일정이 136년으로 40년가량 늘었다고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여성의 실직 경험이 26%로 남성(20.4%)보다 5%포인트가량 높고, 학업을 중단한 경우는 1.21배, 가정 또는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우는 1.23배 늘어났다는 논문도 의학저널 란셋에 최근 실렸다. 여성의 사회·경제 참여가 더 후퇴하고, 생활은 더 위험해졌다는 말이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고용률은 전체적으로 회복세라는데 여성의 일자리 타격은 크다. 경력단절 여성 10명 중 4명은 그 이유로 자녀돌봄을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쪼그라드는 한국의 핵심노동인구(25~54세)는 여성의 경제참여로 메워야 하는데, 현재 해당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38개국 중 31위에 그친다. 남녀임금 격차도 여전해서 재작년 기준 남성 임금 근로자 평균 소득이 371만원, 여성은 247만원으로 1.5배 차이가 난다. 1990년대생인 20대 여성이 전체 자살 시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9.8%에서 2020년 20%로 급증했다. 취업·승진에서 좌절한 경험이나 범죄·폭력피해의 충격 등이 그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