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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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헌신 빙자한 착취로 플랫폼 노동환경 악화…콜센터가 문제의 원형”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2003년 의대 졸업 후 진료실에서 만난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높은 흡연율에 의문을 품게 된 이후 흡연과 중독, 감정노동과 건강이란 주제에 천착해왔다. 2013년 서울대에서 의료인류학 석사, 2018년 영국 더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지난해까지 의사로 일하면서 인류학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다. 최근에는 과학적 입증 가능성 너머의 피해자들인 콜센터 상담사, 이주노동자, 부랑인시설 입소자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굿바이 니코틴홀릭> <사람입니다, 고객님>, 공저로는 <아프면 보이는 것들>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등이 있다. -
여적 비료대란 인류가 80억명에 이르러서도 ‘맬서스 함정(Malthusian trap)’에 빠지지 않은 것은 인공비료 덕분이다. 1908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질소 비료를 개발하면서 인류는 식량 걱정을 크게 덜었다. 그런데 비료 사용=식량 증대라는 등식이 깨질 위기가 닥치고 있다.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농가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고 있어서다. 세계은행의 비료가격지수는 지난 3월 237.6으로 전년 동월의 2.3배에 달한다. -
여적 머스크의 야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다. 온라인결제시스템 ‘페이팔’ 공동창업으로 28세에 억만장자가 되자 로켓개발업체 ‘스페이스X’, 전기차업체 ‘테슬라’, 인간 뇌와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뉴럴링크’를 잇따라 창업하며 미래경제 문법을 쓰고 있다. 순자산규모 2190억달러(약 268조원)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부호다. 그가 이번엔 미디어까지 삼켰다.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에서 팔로어 8340만명을 거느린 자칭 “언론의 자유 절대주의자”가 트위터 절대 군주가 된 것이다. -
여적 상하이의 절규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다.” 인구 2500만의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가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봉쇄된 지 한 달째, 시민들의 절규가 당국 검열을 뚫고 분출하고 있다. ‘4월의 목소리’라는 6분짜리 온라인 동영상은 식량난으로 시위에 나선 주민들, 위중한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지 못한 아들, 부모와 떨어져 강제격리돼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 아이에게 먹일 해열제가 없다며 울먹이는 엄마의 육성을 담았다. 방역요원이 격리된 주민의 반려견을 둔기로 때려죽이거나, 무단외출한 시민이 삭발당하거나, 격리시설로 아파트가 징발돼 쫓겨난 주민들의 영상도 충격적이다. 흰옷의 방역요원들은 ‘백위병’으로 불린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에 비유한 것이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아동과 성인은 동등한 당사자…노키즈존은 엄연한 차별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34세 변호사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아동인권 보호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 인권증진을 위한 포럼 등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 아동보호체계 및 아동사법제도 개선, 참정권 연령 하향 등 다양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개월 아이를 키우면서 성공회대 박사과정에서 아동인권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2019년에 책 <아동인권>을 냈다. -
여적 나이 계산법 한국인들의 나이 집착은 유별나다. 조금만 친해지면 나이를 먼저 묻는다. 한 살 차이로 윗사람과 아랫사람, 높임말과 반말 서열이 갈린다. 그런데 그렇게 나이를 따지면서도 계산법은 들쭉날쭉이다. 나이 계산법은 세 종류나 된다. 먼저 ‘세는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친다. 12월31일 태어난 아기도 하루만 지나면 두 살이 된다. 태아도 사람으로 간주하는 인본주의라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그보다는 ‘0’이라는 숫자 개념이 없을 때 생긴 농경문화의 흔적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다.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도록 한 병역법, 만 19세가 되는 해의 첫날부터 술·담배 구입을 허용하는 청소년보호법에서 이 계산법을 쓴다.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한다. 일본은 1950년대, 중국도 1960년대에 ‘세는 나이’ 대신 ‘만 나이’를 법적·사회적 기준으로 바꿨다. -
여적 경제효과 분석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청와대 시설 개방에 따른 경제효과가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의 보고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간 1670만명이 새로 단장한 청와대 시설을 방문하면 관광 수입 1조8000억원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이 최고 3조3000억원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무료 개방되는 광화문, 청계천을 인원 추산의 기준으로 삼은 데다 청와대 관광 비용을 1인당 10만원으로 계산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도 2003년 일반개방 직후에는 방문객이 몰렸지만 현재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
여적 ‘유명무실’ 유엔 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평화를 위해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강제력을 갖는 결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5개 상임이사국, 즉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구소련)가 실권을 쥐고 있다. 1945년 얄타회담에 모인 이들 나라는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거부권(veto)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가 성립할 수 없도록 유엔 헌장을 정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잇따른 냉전 와중에도 안보리는 교착상태였다. 예외라면 1950년 유엔군의 한국전 개입을 결정한 안보리 결의 제84호 정도다. 소련이 표결에 불참한 덕이었다. -
여적 노벨상 메달 경매 노벨상 메달의 액면가는 900만원쯤이다. 경제학상(185g)을 제외하고 18K 금 175g이 통일규격이다. 대략 46돈이다. 가끔 경매에 나오는데 낙찰가는 천차만별이다. 최초로 경매된 노벨상 메달은 1903년 영국의 평화운동가 윌리엄 랜들 크리머가 받은 평화상 메달이다. 1985년 고작 1만7000달러(약 2000만원)에 팔렸다. 매각이 불발된 적도 있다.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1949년 문학상 메달은 낮은 호가 때문에 경매가 취소됐다. 대부분 시작 가격은 보통 20만~30만달러다. 국내 이랜드그룹은 2015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자체 박물관 소장 용도로 약 39만달러에 낙찰받은 바 있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약자 연결되면 큰 파도…갈라치기 나쁜 정치는 역풍 두려워해야” 1971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고, 3세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인이 됐다. 1998년 여성장애인 인권운동단체 ‘장애여성공감’을 창립해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지원해왔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이 됐고, 2018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했다. 2020년 정의당에 영입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하며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정의당 당직선거에서 부대표로 선출됐으며, 2021년 정의당 성추행 사건 당시 원칙에 입각한 문제 해결 과정을 주도했다. 지난 9일 치러진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진보4당 단일 후보로 출마해 15%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
여적 문화재와 전쟁 전쟁은 곧 문화재의 위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쪽 바위산에 새겨져 6세기부터 실크로드의 대상과 순례자들을 굽어보던 세계 최대 바미안 석불은 2001년 탈레반의 로켓포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에서는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1만5000점의 문화재가 통째로 털렸다. 인류의 문화유산들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면에는 누군가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직감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장 자크 조자르는 비밀리에 ‘모나리자’를 비롯한 주요 소장품을 1862개 나무상자와 차량 203대를 동원해 지방 각처에 분산 은닉했다. 1000조각 대리석을 이은 헬레니즘 시대의 걸작 ‘사모트라케의 니케’ 여신상도 간신히 피란길에 올랐다. 평소 문화재 긴급이송 훈련을 해온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민하게 움직였다. 결국, 예술품 수집광인 아돌프 히틀러는 텅 빈 루브르에서 쓴입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
여적 114번째 여성의날 코로나19 팬데믹은 성평등 시계태엽을 되감았다. 완전평등까지 99년 예상했던 일정이 136년으로 40년가량 늘었다고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여성의 실직 경험이 26%로 남성(20.4%)보다 5%포인트가량 높고, 학업을 중단한 경우는 1.21배, 가정 또는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우는 1.23배 늘어났다는 논문도 의학저널 란셋에 최근 실렸다. 여성의 사회·경제 참여가 더 후퇴하고, 생활은 더 위험해졌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