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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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대통령과 영업사원 사이 대통령이 쓰는 언어는 잠꼬대와 귓속말 빼고는 공적언어다. 레토릭이라 불리는 수사학은 공적언어를 사용하여 정치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배워야 하는 언어의 기술, 설득의 기법이다. 외교적 수사는 특히 국가의 이익과 운명이 걸린 주요사안이므로 직설화법보다는 완곡한 표현이 주로 사용된다. 적, 보복, 침략, 전쟁 등의 단어는 대표적 금기어다. ‘바이든/날리면’ 듣기평가에 이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양국이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외교부는 부랴부랴 불필요한 확대 해석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전 북한의 드론 침범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응징, 보복, 전쟁이라는 금기어를 사용했다. 차라리 군 수뇌부의 대응이었다면 모양새가 나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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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노조 때리기가 노동 개혁이냐? 정부의 노동조합(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 몰아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을 언급하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 깜깜이회계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노조 비리가 건설단가와 분양가 상승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결같이 노조를 회계 도둑으로 만든다. 노조 때리기가 노동 개혁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노조는 조합원의 고용조건에 대해 경영진과 교섭하고, 노동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며, 파업 등의 쟁의를 통한 불평등 시정을 위해 존재한다. 운영비는 조합원 가맹비로 충당하며, 보조금이나 위탁사업비는 중앙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다. 조합원이 낸 돈의 회계를 국가가 보겠다니, 동창회비와 동호회비 회계도 보겠다고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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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정의와 철학이 사라진 한국 정치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종료 5년 뒤, 그의 나이 70세에 받은 재판에서였다. 플라톤은 지혜를 사랑하다, 죄 없이 죽임을 당한 소크라테스를 보면서 참지식을 사랑하고, 철학적 올바름을 지닌 사람들이 국정에 참여할 때만 정의의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오오. 인간들이여, 너희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지혜가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아는 자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에 대한 자각은 ‘모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지식’이라고 말한 공자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이는 자기 생각만 옳다는 독단을 경계하는 의미를 포함하기도 하고, 새로운 배움으로 나아가는 열린 마음을 지향하기도 한다. 위정자의 지혜가 모자라면 정치는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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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이 정부를 어찌하오리까 비상 경제 시국이다. 미 달러당 원화 가격이 지난 9월22일을 기점으로 1400원대를 찍은 후 ‘강달러’는 계속되고 있다. 11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이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환율과 금리는 요동칠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상승폭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된 채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은 ‘돈맥경화’ 위기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또한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달러를 매도한 결과 9월 말 외화보유액은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두 번째 높은 감소치다. 만만치 않은 국내외 여건에 국민의 삶(민생)은 고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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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대통령 윤석열과 임금 세종 임금의 장인을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장모를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시켜 관가의 노비로 삼았음은 물론, 왕비를 폐위시키려 한 신하가 있다면 왕의 친정체제 아래서 이런 신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선의 임금 세종은 이런 행위를 한 박은, 유정현, 이직 등의 신하를 정치 보복하는 대신 고위 관료로 기용했다. 아버지 태종의 가혹한 정치 사슬을 끊음으로써 세종은 위대한 그의 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위대한 시대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로 나타난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통령의 언행은 국가의 얼굴이다. 사태의 본질은 비속어이지 외교 성과나 동맹관계 훼손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성공적 외교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실이 발끈하고, 국민의힘이 문화방송을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진상이 상세히 밝혀져야 함을 피력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은 이런 진흙탕 싸움을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글로벌 경제위기 앞에서 좀 더 세련된 외교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발끈하는 모습 말고, 비속어를 쓰지 않는 세련된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의 낯이 깎이지 않게(쪽팔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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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노동교육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미국에서 공부한 고등학생 아들은 저학년 때는 어린이 캠프에서 여름 방학 내내 일했다. 대학교 지원을 마친 뒤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일했다. 아들은 용돈벌이가 목적이었지만, 노동자로 사회를 경험하는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은 차별, 안전사고 문제를 포함해 마음 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 시작 전 노동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서명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일말의 안도감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중·고교생은 사회 교과 시간에 노동운동의 역사와 노동절의 의미를 시작으로 해서 노동자의 인권, 양질의 노동 조건에 접근할 권리,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강제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차별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단체를 결성하고 교섭할 권리 등에 대해 배운다.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단체 교섭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노동조합과 단체 교섭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노동자의 파업은 노동 조건을 바꾸는 수단이라 배운다. 물론 다양한 역할극을 통해 회사, 노동자, 노조, 비노조, 찬반투표, 갈등, 중재, 정부 입장에 관해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당당한 인권을 지닌 노동자로, 사회 발전의 주역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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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한 절망이다 올여름의 높은 습도와 무더위를 서울에서 맞았다. 도시의 짙은 녹음이 절정에 이르자 매미의 높은 음이 짧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생의 전주곡을 마친 그들이 나무에서 수직 낙하했다. 매미의 죽음을 지켜본 내게 그들이 말한다. 기다려온 시간이 허무하다 말하지 마라. 길바닥에 버려진 내 주검에 행여 동정하려거든 아서라. 난 긴 세월을 흙 속에서 보냈다. 바람이 지나가 가려움을 긁어 주었고, 여름 소나기가 갈증을 덜어 주었다. 눈 덮인 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살았다. 기나긴 내 삶이 오늘처럼 바닥에 누울 때 난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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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법대로’ 3인방 ‘법대로’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법대를 졸업했으니 그들이 다녔던 길 역시 ‘법대로’였을 것이다. 사법시험을 보고 검사가 되었으니 삶 대부분을 ‘법대로’ 보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서 계속된 보수 단체의 시위에 대해서도 ‘법대로’를 외친 대가는 현직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진 데자뷔 시위였다. 징계받던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되자 복사하듯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식물 총장은커녕 검찰총장은 아직 공석이다. 지난달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법대로’의 대응을 강조했다. ‘법대로’의 테두리에 갇힌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강해 부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고, 후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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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교수 식당이 대학을 죽인다 한국의 대학 건물 중 괴물 같은 명칭은 단연 교수 식당 내지는 교직원 식당이다. 밥 먹을 때도 신분 직함을 따져 장소를 갈라놓았으니, 갈라치기의 원조 격이다. 한적한 교수 식당에 비해 학생 식당은 늘 많은 사람으로 긴 줄을 서야 한다. 허기를 달고 사는 학생들은 낮은 가격의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너 시간 뒤 시장기로 뒤틀린 창자의 교향곡을 들으며 공부하고 연구한다. 미국 대학에 오니, 교수나 학생 구분 없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에 줄만 서면 되었다. 먹는 장소의 차별이 신분에 따라, 그것도 지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에 버젓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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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다시 써본 취임사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함께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제게 위임해주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랜 기간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경제적 고통과 기후, 식량, 에너지 등 다양한 위기가 지구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 간 분쟁은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으며, 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자산 양극화의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현안들의 궁극적 해결은 지혜로운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정치란 바르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이 기울지 않고 고르게 살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 했습니다. 정직과 청렴을 겸비한 정치인만이 이를 실현할 적임자라 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도덕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둔 탕평의 인사를 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립니다. 과거를 들추던 검사의 시각이 아니라, 천리안을 지닌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협된 경주마의 시선에서 벗어나 우산과 짚신을 파는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을 지닌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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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나쁜 놈과 검찰 수사권 “검찰은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 검사장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자가 된 뒤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간주한다는 원칙이다. ‘나쁜 놈’이 되는 것은 수사를 통한 범죄증거를 기반으로, 검찰의 기소를 거쳐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피의사실만 가지고 피의자를 이미 범죄자 취급하고 있으니, 이런 인식 소유자의 장관 자격을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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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장막을 걷어라, 행복의 나라로 유엔 소속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18일 공개한 한국의 행복 순위는 전 세계 146개국 중 59위다. 행복 지수는 나라별 1000여명 시민의 갤럽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1인당 국민소득, 건강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관용,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등의 항목에 대한 응답 3년 치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다. 경제 대국 10위권이라는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1위 핀란드를 선두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 모두가 상위 10위에 올라서 있다. 구매력 기준 소득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핀란드와 큰 차이가 없다. 기대수명은 오히려 핀란드보다 높다. 비슷하게 벌고, 오래 사는데 왜 행복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