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청파교회 목사
최신기사
-
사유와 성찰 성급함이라는 원죄 ‘미라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구출해낸 작전명이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이 아니라 연약한 존재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책임감이 일으킨 기적이다. 영·유아를 포함한 아프간인 390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정부는 군 수송기를 보내 그들을 안전하게 모셔왔다. 주아프간 대사관, 바그람 한국병원,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가족들이 마침내 공포로부터 벗어났다. 앞으로 그들이 감내해야 할 생의 무게가 만만치 않겠지만, 그나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들은 당분간 충북 진천의 국가 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머물 예정이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세상에는 일상을 기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
사유와 성찰 심연에서 빛을 보는 사람들 경계선 너머를 꿈꾸지 않을 때정신은 늙어가기 시작한다인간 정신의 숭고함은 언제나비범한 고통을 통해 발현된다정신의 위대함 없다면 역사는 쇠퇴 히말라야의 브로드피크를 등정한 후 하산길에 실종된 김홍빈 대장은 결국 그 무심한 설산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 그는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최초의 장애인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소중한 것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극하려는 도전 정신이다. 그는 일찍이 북미 대륙의 최고봉인 매킨리 단독 등반 도중 조난 사고를 당해 열 손가락을 다 잃었다. 잠시 암울한 시간을 통과해야 했지만 그는 자기 삶의 조건을 씩씩하게 받아들였고, 불굴의 도전 정신을 발휘했다. 일곱 대륙의 극점에 도전했고, 마침내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꿈을 이루고 말았다. 사고였지만 그는 마치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사유와 성찰 확실함과 모호함 사이를 걷다 여백 없는 확신으로 가득찰 때우리의 삶은 천박해진다극단주의자들에게 장악되면종교는 더 이상 통합 기제 아냐광신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 오늘은 기독교 전통에서 성 토마스를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그는 ‘의심하는 토마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다른 장소에 있었다. 나중에 동료들을 통해 예수 부활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그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승의 옆구리에 난 창 자국에 손을 넣어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실증주의적 태도이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의심하는 사람’이라는 찌지를 붙여 구별했다.
-
사유와 성찰 우리를 속박하는 편견 대화는 타인에 대한 존중서 시작그의 의견을 수용할 여백 있어야편견 없이 세상을 살 수 있을 것 참다운 인식을 가로막는 편견그 틀 깨부수면 성찰의 계기될 것 오랜 세월이 흘러가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일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시간이 있다. 만해 한용운이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라고 노래하던 바로 그 순간 말이다. 그 순간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발생한다. 예측할 수 없기에 대비할 수도 없다. 그리스 사람들은 그런 시간을 가리켜 카이로스라 했다. 그것은 계측할 수 없는 시간, 우리 일상 속에 수직으로 파고드는 시간이다.
-
사유와 성찰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세상의 어떤 이론도 지혜도인간 마음 온전히 이해 못해방향타 잃은 도시적 삶은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 ‘머뭇거림’은 겸허함의 자세지금 시대에 필요한 태도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멀린다의 이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이혼의 변이다. 언표된 말보다 숨겨진 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부부간의 내밀한 속사정을 누가 알까?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책임을 지는 것이고, 지향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길이 자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물을 피해 이리저리 에돌다보면 방향을 잃기 일쑤라는 데 있다. 프랑스 조각가 자코메티의 ‘광장을 가로지르는 남자’처럼 우리는 어딘가로 향하지만, 근원적 쓸쓸함으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한다.
-
사유와 성찰 ‘지구 문해력’을 높일 때 코로나라는 자연의 역습받고도생태계 파괴 가속페달 안멈춰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대선’에‘대중 욕망’ 제어 대신 눈치만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정부의 실정과 다수당인 여당의 무책임에 대한 국민의 추궁이 매서웠다. 승리와 패배의 요인에 대한 분석 기사들이 넘쳐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보며 시민들은 여와 야 사이에 이념이나 도덕성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삶은 위태롭고 미래의 전망 또한 암울할 때 사람들이 집권 여당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경제와 정치가 우리 삶을 과잉 대표할 때 현실을 차분하게 진단하고 역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
사유와 성찰 훼손된 행성의 손님으로 살기 공공의 것을 사유화하는 건슬기로운 투자 생활이 아니라직무유기며 죄의 뿌리다인간은 잠시 머무는 나그네인데소유욕에 빠져 불행 자초해 신도시 건설을 기획하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비밀스러운 정보를 활용하여 그 지역의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으밀아밀 정보를 건네면서 그들은 ‘꿩 잡는 게 매’라고 생각했을까? 지상에 방 한 칸 마련하려고 온갖 굴욕을 감수하며 살아온 이들의 마음에 후림불이 당겨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다 그런 거 아니냐고 심드렁하게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어쩌면 객체화된 권력에 길들여진 사람들일 것이다. 직무와 관련되어 취득한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슬기로운 투자 생활이 아니라 직무 유기이다. 공공의 것을 사유화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죄의 뿌리이다.
-
사유와 성찰 ‘묵화’ 같은 세상의 꿈 사람을 고립시키는 자본주의그리고 불안에 사로잡힌 영혼…곳곳이 장벽으로 막힌 사회정말 필요한 건 연대의 용기 생과 사의 경계선을 상정하고 살지만 삶은 언제나 그러한 인간의 가정을 배신하곤 한다. 느닷없이 닥쳐온 별리의 아픔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삶의 의미를 물어올 때면 그저 가슴만 먹먹해진다. 나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쓸쓸함, 분주하게 살고는 있지만 실상은 지향을 잃고 맴돌고 있다는 자각이 찾아올 때면 돌연 세상은 낯선 곳으로 변하고 만다. 자신의 존재를 문제로 파악하는 인간은, 부여받은 삶의 언저리를 맴돌며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바장인다. 다른 이들은 다 자기 삶에 어떤 형태로든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데, 홀로 무의미의 심연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같은 아뜩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지성의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답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그런 말이 지금 슬픔의 심연 앞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에게 무슨 위로가 될까.
-
사유와 성찰 표정을 잃은 사람들 학대받다가 죽음에 이른 정인이가해자인 양부모는 ‘기독교인’성찰하지 않는 종교는 허위의식아이들 얼굴에 ‘표정’을 돌려주자 함석헌 선생은 우리가 세상에 온 것은 참얼굴 하나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 나를 잊게 되는 얼굴. 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아지고, 남을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일어나는 얼굴, 마주 앉아 그저 바라보고 싶은 얼굴 말이다. 때로는 햇빛처럼 환하게 빛나고, 풍랑 속에서도 태산처럼 평안히 잠이 들고, 세상의 온갖 아픔을 짊어진 듯 통곡할 줄도 아는 얼굴이야말로 참사람의 얼굴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