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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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1호 기업이 궁금하지 않다 4월은 추모의달이다. 지난 세기 4·3 제주항쟁과 4·19 혁명이 있었고, 가까이는 4·16 세월호 참사가 있다. 그리고 4월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이다. 국내 노동단체들도 2006년부터 해마다 4·28을 전후하여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해왔다. 이전 해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거나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한 해 동안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불명예스러운 수상을 한 기업들은 해명자료를 내거나 언론사에 항의를 하고, 때로는 선정 과정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무언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캠페인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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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두려움의 군주’ 넘어 희망의 정치로 국내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저작의 원래 제목은 ‘두려움이라는 군주’였다. 두려움이라는 절대 군주의 지배에 휘둘릴 때, 사람들은 증오, 분노, 혐오에 사로잡힌다. 난민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여성의 안전을 위협할까봐 두렵다, 외국인이 흥청망청 이용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이 두렵다, 위험천만한 페미니즘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저지르지도 않은 성범죄로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 큰일이다. 추방하고 억누르고 통제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빨리. 위험이 임박했으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려움이라는 군주에 지배당하고, 분노에 불이 붙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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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미룰 수 없는 ‘시기상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귀신같이 들추어내고 있다. 제노포비아와 백신 불평등 같은 국제적 이슈에서부터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불안정 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성벽이 하나씩 무너지더니 이제 ‘의료전달체계’까지 왔다. 사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최약체로 지목받았지만, 다른 곳이 먼저 포화에 휩싸이면서 용케 버텨오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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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K평행우주, 814명의 A씨 “2021·12·1 11시경, 부두의 컨테이너 고정 구조물 결합작업 현장에서 강풍으로 인해 용접 부분이 파단되면서 교수 두 명이 11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여 교수 A씨(35)가 숨짐.” “2021·12·1 11시56분경, 지붕 빔 철골 설치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빔 철골 자재를 옮기던 중 돌풍에 의해 회전한 자재에 부딪혀, 지방자치단체장 A씨 사망.” “2021·12·1 8시30분경, 회사 건물 옥상에서 우수배관 규격을 확인하던 검사 A씨가 옥상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2021·12·2 9시8분경,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현장 발코니 난간대에서 작업 중이던 대형 건설사 회장 A씨가 난간대가 떨어지면서 함께 떨어져 사망.” “2021·12·2 8시경,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윈치가 작동되지 않아 최상부에서 윈치 상태를 직접 확인하던 중 변호사 A씨가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1·12·4 13시경, 벌목 현장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목재를 운반하던 중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고용노동부 정책관 A씨가 장비와 함께 약 30m의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사망.” “2021·12·5 14시57분경,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설치된 6m 높이 작업대에서 방음벽 설치를 하던 중 국회의원 2명이 떨어지는 사고 발생. 이 사고로 국회의원 A씨(50대)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상을 입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