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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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더 많은 정치방역이 필요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 목록에 오르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지만, 어쨌든 현재 대한민국 최고 미스터리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과학방역’이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그 실체를 본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주로 ‘정치방역’에 대비되어 쓰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정치란 당파적·음모론적·비과학적인 것이고, 그에 비해 과학은 불편부당·객관적·합리적이며 진리에 더 가까운 그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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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공리주의 수난시대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악당 타노스는 독특한 존재였다. 그전까지 영화 속 악당들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인자가 되겠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거나 파괴적 복수를 일삼는 자들이었다. 반면 타노스는 자신의 영광이나 복수, 눈먼 파괴욕이 아니라 전체 우주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악당이었다. 자원은 점차 줄어드는데 이렇게 인구가 늘어간다면 모두 고통스러운 삶을 맞이하리라. 그는 고심 끝에 우주 인구의 절반을 랜덤하고 공평하게,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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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건강불평등 줄이는 비장의 도구 “임금체불 일본의 16배, 최저임금 폭주 탓”, “최저임금 과속 인상 뒤 체불 임금 日 14배”. 주말에 발행된 유력 일간지들의 사설 제목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즌에 본격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영업자, 일자리가 사라진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를 예정이다. ‘알바 자리 잘리면 어쩌나’라는 기사를 쉽게 만날 것이다. 이런 기사와 마주치면 일단 날짜부터 확인해보자. 작년, 재작년, 아니면 10년 전 이맘때 기사일 수도 있다. 평소에도 영세자영업자, 저임금 노동자의 사정에 이렇듯 관심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 했는데, 한계 상황에 처한 이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전 국민 스포츠경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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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부재의 정치와 공생의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마침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이 공포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민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권력형 비리가 창궐할 것이라는 검찰의 시일야방성대곡에 아연실색했지만,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추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 국민의힘, 보수언론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 저렇게 돌파할 수 있는 거였구나, 그렇구나. 국민적 합의, 야당의 협조 타령을 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온 지난 5년의 진심을 매우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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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1호 기업이 궁금하지 않다 4월은 추모의달이다. 지난 세기 4·3 제주항쟁과 4·19 혁명이 있었고, 가까이는 4·16 세월호 참사가 있다. 그리고 4월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이다. 국내 노동단체들도 2006년부터 해마다 4·28을 전후하여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해왔다. 이전 해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거나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한 해 동안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불명예스러운 수상을 한 기업들은 해명자료를 내거나 언론사에 항의를 하고, 때로는 선정 과정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무언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캠페인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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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두려움의 군주’ 넘어 희망의 정치로 국내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저작의 원래 제목은 ‘두려움이라는 군주’였다. 두려움이라는 절대 군주의 지배에 휘둘릴 때, 사람들은 증오, 분노, 혐오에 사로잡힌다. 난민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여성의 안전을 위협할까봐 두렵다, 외국인이 흥청망청 이용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이 두렵다, 위험천만한 페미니즘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저지르지도 않은 성범죄로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 큰일이다. 추방하고 억누르고 통제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빨리. 위험이 임박했으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려움이라는 군주에 지배당하고, 분노에 불이 붙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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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미룰 수 없는 ‘시기상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귀신같이 들추어내고 있다. 제노포비아와 백신 불평등 같은 국제적 이슈에서부터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불안정 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성벽이 하나씩 무너지더니 이제 ‘의료전달체계’까지 왔다. 사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최약체로 지목받았지만, 다른 곳이 먼저 포화에 휩싸이면서 용케 버텨오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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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K평행우주, 814명의 A씨 “2021·12·1 11시경, 부두의 컨테이너 고정 구조물 결합작업 현장에서 강풍으로 인해 용접 부분이 파단되면서 교수 두 명이 11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여 교수 A씨(35)가 숨짐.” “2021·12·1 11시56분경, 지붕 빔 철골 설치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빔 철골 자재를 옮기던 중 돌풍에 의해 회전한 자재에 부딪혀, 지방자치단체장 A씨 사망.” “2021·12·1 8시30분경, 회사 건물 옥상에서 우수배관 규격을 확인하던 검사 A씨가 옥상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2021·12·2 9시8분경,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현장 발코니 난간대에서 작업 중이던 대형 건설사 회장 A씨가 난간대가 떨어지면서 함께 떨어져 사망.” “2021·12·2 8시경,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윈치가 작동되지 않아 최상부에서 윈치 상태를 직접 확인하던 중 변호사 A씨가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1·12·4 13시경, 벌목 현장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목재를 운반하던 중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고용노동부 정책관 A씨가 장비와 함께 약 30m의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사망.” “2021·12·5 14시57분경,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설치된 6m 높이 작업대에서 방음벽 설치를 하던 중 국회의원 2명이 떨어지는 사고 발생. 이 사고로 국회의원 A씨(50대)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상을 입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