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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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보수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최근 한국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를 찔리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황당한 집단에 대해서 우리는 신랄한 평가를 하고 기대를 버려야 한다.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보수, 더 정확히 말하면 보수를 참칭하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 그리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된 엘리트 집단이 단순히 경제운영 능력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경제운영을 맡겨서는 안 되는 집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대한 사익추구집단에 불과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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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불신지옥 카카오는 2023년 여러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으며, 창업자 김범수 의장도 조사를 받고 올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나왔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매출 과대 계상 혐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등도 연달아 터졌다. 당시 김 의장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을 쇄신의 구원투수로 영입했는데 얼마 후 이분의 유명한 발언이 나온다.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이다.” 나는 이 발언을 듣고 처음에는 황당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카카오 쇄신의 중책을 맡은 사람이 카카오 문제의 원인을 임직원들의 과한 골프로 꼽다니 말이다. 본질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전자 위기론을 접하면서 이 발언을 다시 곱씹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 관련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데 거의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인은 삼성전자에 언젠가부터 ‘공무원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직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문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조직문화는 조직의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경제학자들이 풀지 못하는 국가 간, 기업 간 생산성 차이의 원인을 문화나 관습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조직의 위기 돌파를 위해 홍위병을 동원한 ‘문화대혁명’을 하려는 거 아니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결국 문화에 있어서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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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권력자는 족쇄를 차야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그들은 국가 번영에 대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법의 지배가 불완전하고 인구를 착취하는 제도를 가진 사회는 성장이나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이제 그들은 거장이 되었다. 원래 거장이 되면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는다. 사람마다 그들의 연구를 해석하는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내가 그들의 연구를 이해한 방식과 한국사회에 어떤 교훈을 던져줄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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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트럼프의 숨겨진 폐해 미국 대선이 5주 앞으로 다가왔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해 중국에는 60% 관세, 그 외 국가에는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른다. 더 이상 자유무역은 없다며 환율전쟁까지 예고한다. 뭐, 따지고 보면 해리스 부통령도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정책을 펼칠 테니 별다를 거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난 트럼프의 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공화당이지만 전통 보수는 아니다. 보수가 지켜왔던 시장자율, 자유무역, 중앙은행의 독립성 등은 가볍게 무시한다. 트럼프가 독립성이 보장되는 미국 연준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건 유명하다. 자신의 집권기간에 현재 연준 의장인 파월이 금리를 계속 올려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유례없는 의장 해고까지 검토했다. 그래서 우파 포퓰리스트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게 파격의 통쾌함을 주면서 다른 나라 정치인들에게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롤모델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은 심지어 중앙은행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이게 순전히 자기 생각이겠나. 트럼프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보수 정치인, 심지어 야당인 민주당에 주는 폐해도 만만치 않은 거 같다. 현재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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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윤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하는 이유 한동안 쪼개진 광복절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용산에 밀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8·15 경축식에 불참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반쪽 경축식에서 윤 대통령은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가동을 이야기했다. 화룡점정은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찍었다. 누구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의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흉기라며 검은 선동 세력에 우리 국민들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 후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멘토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8·15 경축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참모들에게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말을 그대로 돌려드려야 할 거 같다. 다수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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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재벌총수는 하고 싶은 거 다 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재벌의 분할·합병이 다시 시작되었다. 계열사를 떼고 붙이는 것 말이다. 두산그룹은 3단계 떼고 붙이기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존속법인)와 신설 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하고, 신설 투자법인이 두산밥캣의 지분을 소유한다. 그리고 두산로보틱스는 신설 투자법인과 합병한다. 마지막으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주주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로 만든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지분 89.5%를 소유하고 있는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완전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각각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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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현 정권은 아무것도 안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기준으로 20% 중반, 리얼미터 기준으로 30% 초반에 갇혀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정책을 끊임없이 쏟아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유전 개발 브리핑과 저출생 관련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했고, 종합부동산세 폐지·상속세율 인하 등 정치적으로 가장 달콤한 감세 패키지까지 들고나왔는데 말이다. 이러기도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의 말을 다수가 믿지 않는다는 거다.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보다는 “도대체 윤 대통령은 누구 말을 듣고 저런 이야기를 할까, 실현 가능성은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앞선다. 이런 의심이 근거 없는 삐딱함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현명하다. 윤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보수들의 말과 행동을 분석해보면 결국 현 정부는 임기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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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21세기 들어 전 세계 국가들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탈규제와 금융 폭주, 자동화와 세계화가 초래한 경제 구조 변화, 이에 따른 노동 계급 감소와 영향력 저하. 이런 위협에 대응키 위해 사회민주주의(social-democratic compact)를 새롭게 개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략) 가장 중요한 건 독점 대기업 권력을 줄이고, 공공 의료와 공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넓히는 정책적 결단이다. 더불어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해야 하며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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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윤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 현 정권의 남은 3년은 불확실성만 가득 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리더십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국무회의를 통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다 더 낮은 자세와 더 많은 소통”이 여당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었지만 그 첫 시험대였던 영수회담 이후 정국은 더 꼬여버렸다. 아주 좋게 봐서 관료 중심으로 일상적인 국가 운영은 이루어진다고 치자.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개혁과제는 국회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특히, 불안한 대통령을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시간을 보낼 여당보다는 야당 의원들이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의원들이 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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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정권안정론은 허상 거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은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온다. 지난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여당의 정권안정론이 먹혔고, 지난 대선에서는 부동산 가격상승 등에 대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힌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안정론과 심판론이 등장했는데 우리에게는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왜 정권을 안정시켜줘야 하는지, 왜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안정론이 경제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보자. 우선 여당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권 지지를 해달라고 말한다. 만약 현 정권 들어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막혔으면 이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여당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데 야당이 막은 게 아니다. 오히려 추경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물가안정정책은 물가담당 사무관까지 지정하면서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가 이끌어왔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유지하는데 야당이 멱살 잡고 금리를 끌어내린 것도 아니다. 경제에서의 문제는 거야의 몽니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찍었다. 향후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높은 편이다. 그 원인으로는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건전재정정책 때문에 물가가 잡혔다는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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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사익 추구 한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친명’을 심고 ‘친문’을 찍어내는 공천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의원들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심리적 접근도 있었으며 자신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공천의 목적에 이 대표의 사익 추구가 끼어 있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은 조용하다는 평 일색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용한 공천이 감동적이라며 승복한 분들의 감동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연 이 대표의 시끄러운 공천과 한 위원장의 조용한 공천이 이 대표만 사익을 추구했고 한 위원장은 공정을 추구했기 때문일까? 지나가던 소도 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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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보수가 나라를 갉아먹는 방법 한국에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권력자들의 수준은 한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오직 선거 승리가 목적인 보수를 사칭하는 선거결사체인데 이들이 나라를 갉아먹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우선, 보수 사칭 선거결사체들은 권력 쟁취라는 사익 추구가 목적이지 공공성 이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은 검사 시절 재벌 수사로 공정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쌓고 그것을 기반으로 심지어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재벌총수를 사면하고 심지어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법원에서 이례적인 전부 무죄가 나오는데 전혀 창피함이 없이 무죄판결이 재벌총수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검찰의 기소 논리를 무력화시키려는 재계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판결을 옹호하기까지 한다. 얼마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그들은 검사 시절에도 공정, 정의를 위한 사명감보다는 굵직한 재벌 사건을 해야 검찰에서 출세하기 때문에 수사했던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국가 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성도 일관성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