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최신기사
-
경제직필 보수들의 ‘봉숭아학당’ 최근 윤석열 정권의 위기는 좋지 않은 경제, 부산 엑스포 참패, 김건희 리스크 등이 겹친 것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한국 보수의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보수를 자처하지만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없는 백지상태이다. 그런데 주변 참모·국민의힘·보수지식인들은 “대통령님, 저요! 저요!”하면서 대통령에게 각자 준비한 개인기를 들이밀기 바쁘다. 한마디로 봉숭아학당식 난장판인데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거야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이니 별문제가 아닐까? 아니다. 윤 정부는 한국 보수가 공유하는 철학 없이 오직 권력을 위한 선거결사체로 변질된 지 오래인데, 정권 1년 반이 지나도록 이렇게 오리무중 정국을 만들기도 쉽지는 않다.
-
경제직필 우파 포퓰리스트는 사방을 난사한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어려울 때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결국 보궐선거 이후 한 달 동안 “의대 정원 확대-김포 서울 편입-공매도 금지-은행 다시 때려잡기-상속세 폐지” 등이 쏟아져 나왔다. 또 보수언론마저 포퓰리즘 정부라 비판하는 와중에, 자기들은 포퓰리즘이 아니며 젊은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정부라면서 있는 대로 힘을 주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중 두 개는 퇴로를 찾는 중이다.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만 담긴 맹탕개혁안을 국회로 던져버렸고, 노동개혁은 노사가 원할 경우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겠다면서 세부적인 개선 방안은 노사정 대화로 넘겨버렸다. 총선 전까지(어쩌면 다음 대선 전까지) 윤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우파 포퓰리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직필 국민은 계속 피곤해질 것이다 경제학에 ‘주인-대리인’ 이론이 있다. 주인이 직접 자신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리인에게 맡겨 놓는 경우 대리인의 사익추구·도덕적 해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주인이 대리인을 완벽하게 감시·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것도 광의의 주인-대리인 문제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인인 대통령에게 통치를 맡겨 놓는데 이 와중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이 정권에게 통치를 온전히 위임할 수 있으면 사실 가장 좋다. 내 일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전히 통치를 맡길 수 없으면 국민이 피곤해진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반성하지만 앞으로 국민은 계속 피곤할 것이다. 이유는 세가지이다.
-
경제직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몇가지 예측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한참 동안 과연 이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헷갈려 했다. 그런데 향후를 예측해 볼 만한 몇 가지 근거들이 쌓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은 한국 역사상 초유의 매우 부정적인 의미의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다는 우파 포퓰리즘 정권은 미래를 망치게 한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형태라는 게 일반적인 정의인데 이는 정교하지 못하고 일부 좌파는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 경제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더 구체적인 정의를 사용한다. 우선 포퓰리즘 정권은 공통의 이데올로기가 없다. 좌파 포퓰리즘 못지않게 우파 포퓰리즘도 광범위하게 관찰되는데 히틀러·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해서 공통의 의제가 많지도 않다. 즉, 트럼프의 의제로 윤석열 정권의 의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경제직필 선거는 괴벨스를 원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의 80%가 반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깔아뭉개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MB정권 괴벨스”라고 불리기까지 한 인물이다.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독일 시절 언론장악을 통한 유대인 척결 선동으로 악명이 높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 위원장이 “가짜뉴스 척결과 언론 공정화의 적임자”라는 옹호와 “내년 총선을 위한 언론장악 노림수”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옹호와 비판 중 비판이 논리적으로 더 견고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제학 특유의 ‘우울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면 선거는 괴벨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치시대 라디오에 대한 실증연구를 보면 미디어는 선거에서의 영향력이 제법 크다. 괴벨스가 주도한 반유대인 선동은 나치의 득표율을 높였다. 또 나치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속적인 선동은 원래 반유대인 정서가 강했던 지역의 반유대인 정서를 더욱 강화시켰으나 그렇지 않았던 곳에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정권의 지지층을 더욱 강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울한 것은 이게 단지 1930년대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
경제직필 ‘앵그리버드 정치인’의 해악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질 능력은 안 되고 내가 주목하는 것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같은 정치인의 행태이다. 그는 갑자기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그러더니 연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민주당 간판 걸고 붙자” 등 버럭하며 핏대를 세웠다. 요즘 정치인들이 언론 앞에 나와 기자와 국민들을 겁박하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국민들이 무서워서 찍소리나 하겠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앵그리버드 정치인’들의 해악은 상당하다. 우선 원인부터 알아보자. 도대체 왜 원 장관 같은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핏대를 세울까? 최고권력자와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것은 제외하고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전략적 분노이다.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이다. 1950년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당장이라도 핵전쟁을 할 것처럼 밀어붙여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던 외교적 협상전술인데 이를 국내 정치에 차용하는 것이다.
-
경제직필 슈퍼빌런의 경제학 경제학에 슈퍼스타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소위 말하는 셀럽들 사이에서 소수의 최상위가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어느 분야든 최상위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엄청난 소득의 독식을 설명하기 어렵다. 벌어지는 소득 차이만큼 최상위의 능력이 차상위에 비해 좋아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들이 탄생하는 데에는 기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BTS는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시장을 어렵지 않게 커버하는데 그게 인터넷일 수도 있고 유튜브일 수도 있다. BTS가 세계적 슈퍼스타가 된 데에는 그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IT기술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
경제직필 신념과 아집의 혼동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경제적인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서 행동한다는 건 협소하고 건조하다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가정치고는 과히 나쁘지 않다. 꽤나 많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인간의 행동을 잘 설명하는 건 자기합리화이다. 자기합리화를 잘 묘사해주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불법 무기상의 대사이다. “자동차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알아? 사람들이 자동차를 팔지 않으면 나도 무기 안 팔아. 적어도 내 총은 안전장치라도 있어.” 자신의 행동을 사후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이 자기합리화인데 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럴듯한 논리를 개발해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도 하고, 뭔가 책임이 필요한 행동에는 자기합리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듯 보이는 이유가 있어야 본인이 책임을 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좋게 생각하면 적당한 자기합리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다. 듣는 사람이야 ‘아, 저 인간은 왜 또 저렇게 억지를 부리나’ 짜증나겠지만 자신의 모든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피곤해서 못 산다. 그러나 이게 적정선을 넘어서면 사회적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자신의 행동과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기 시작하면 집착에 가까운 자기합리화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합리화와 권력이 합쳐지면 무서운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드는 집단을 찍어내는 것이다.
-
경제직필 한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위험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특이하다. 대통령이 돼서도 특이했지만 그전에도 특이했다. 그는 기업인이었다.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정치경력은 없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1999년 중도정당인 개혁당에 들어가 대통령 출마를 고려했다. 2000년대에는 정치적 성향이 민주당과 거의 일치했다는 평가가 있고, 실제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의 현재 이미지인 ‘사방과 싸우며 좌충우돌하는 강한 자(strong man)’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
경제직필 금융시장 공포조장자들은 걸러내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지는 않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이랄까. 정말 누가 알겠나 싶다. SVB에서 지난 3월9일 하루 동안 약 55조원이 인출되었다는데 이런 건 예측하기도, 감당하기도 힘들 것이다. 사전적으로 맞히면 ‘닥터 둠’으로 등극하는 거고, 틀리면 주기적으로 언론에 소환되어 욕먹는 건데 이런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은 공포조장을 걸러내는 것이다. 미국 유력 종합일간지 중에 하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SVB 전액 예금자보호에 나선 것에 대해 ‘은행에 대한 시장 규율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강한 비판을 했다. 정부 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만들어내는데 전액 예금자보호를 해주면 향후 시장에서 은행 경영진, 예금자,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남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직관적으로 맞는 말 같지만 좀 따져봐야 한다. 사실 미국에서 은행의 대마불사, 구제금융, 도덕적 해이 등과 같은 문제는 오래된 주제이다. 그중 핵심은 경영에 실패했는데 정부가 구해주면 은행 경영진이 평소에 과도하게 위험 추구를 한다거나 위험 관리에 충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해준다’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SVB는 이미 파산했으니 예금자보호만 집중해서 살펴보자. 부분 보호냐 전액 보호냐가 시장 규율의 종말을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지 말이다.
-
경제직필 낄 때 빠지고 빠질 때 끼는 정권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이다. 임기 초반에 이 정권은 MB 시즌2로 불렸다. MB 시절의 사람들이 복귀했고 자유시장주의, 규제완화, 감세 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마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권이 지지율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끊임없는 좌충우돌이라는 거다. 한국사회 누구도 “현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YS의 개혁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했다. 그 후 일본 강제징용문제에서는 ‘DJ-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얘기했다. 그러나 은행의 약탈적 영업이라는 언어까지 동원함으로써 시장에서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고 한다. 노태우·노무현·박근혜만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 뿐이다.
-
경제직필 ‘은행이란 무엇인가’ 되묻는다 예전 한 칼럼에서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었다. 추석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만 그 칼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추석이 한국사회 온갖 갈등의 집합체가 되어버린 현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필자도 따라해 보자. 은행이란 무엇인가? 은행 모르는 사람 없고 은행의 잘잘못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은행이 현 정권의 핵심개혁대상이 되어버린 이 상황이 황당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과거 정부투자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며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했다. 거기에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까지 말했으며, 이번주에는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성과급 등 돈잔치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번달에 현 정권의 핵심이라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고 했다. 명분은 그럴듯해보이나 언제나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가 다가 아니다. 이면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