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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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기대는 증오를 부른다 경제학에 합리적 기대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가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서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말은 정치하고 이론의 완결성은 높을 수 있겠으나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게 돌아가지는 않는 거 같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의 과잉을 놓고 말들이 많았었는데 그 똑똑하다는 미국 은행가들의 기대가 이상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들이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측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만 불패면 불안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남는 장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역대급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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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좀 굴러본 정치인에 대한 재평가 현 정권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좀 굴러본 정치인에 대한 평가다. 여기서 좀 굴러본 정치인이라 하면 선출직 경험이 있으며 여의도판에서도 손을 더럽힌 적이 있는 정치인을 말한다. 초선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재선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 예전에는 무식하고, 표계산만 하며, 갑질만 한다고 욕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권력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고개를 숙였다. 평가가 좋아진 이유는 이렇다. 사람의 행동은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자기가 살아온 궤적에서 크게 못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쿨해 보이려고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한 척, 객관적인 척하는 게 다반사일 뿐이다. 정치인이라고 뭐가 다르랴.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6월29일에 정계입문을 선언했으니 대선 전까지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1년도 안 된다. 이 중 아마 가장 강렬한 경험은 대선이었을 것이다. 상대방을 무찔러야 하는 정치 전쟁이 선거다. 요즘같이 미래에 대한 전망 투표가 아닌 과거에 대한 응징투표가 대세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유세에서 어퍼컷 날리던 게 정치 경험의 많은 것이라는 것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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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현 정권은 왜 이리 정직할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93%가 하루에 한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10분 만에 거짓말을 세 번 한다는 결과도 있다. 이 정도면 거짓말은 그냥 일상이고 차라리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를 궁금해하는 게 낫다. 또 거짓말이 이렇게 만연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그다지 큰 피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거짓말이 가져오는 효과가 크다면 세상은 벌써 파국으로 치달았어야 한다. 거짓말은 결과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처음 두 가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이득, 듣는 사람도 이득인 모두가 좋아지는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손해, 듣는 사람만 이득인 희생형 거짓말이다. 이건 이미 잘 알려진 하얀 거짓말(white lie)인데 플라시보 효과가 대표적이다.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환자가 좋아진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그 거짓말로 인해 의사 개인의 평판이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손익을 더해보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일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지금 당장의 선의의 거짓말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미래의 자기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국민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공공적 관점을 가진 리더에게 하얀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덕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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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우린 기업총수·정치인을 선택 못한다 지난주 세 가지 큰 기업 이슈가 있었다. 카카오 블랙아웃, SPC 계열사 노동자 사망사고와 레고랜드 사태다. 사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첫째, 재난관리, 안전관리 및 플랫폼 독과점 규율부터 정비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다. 제발 자율적으로 풀게 하자라는 고장 난 레코드 또 돌리지 말자. 채이배 전 국회의원의 인터뷰로 우리는 2년 전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의 재난관리를 강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IT기업협회와 유력 로펌의 로비로 좌초되었음을 알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독과점을 언급하자마자 일부 재계, 언론, 학자들이 시장에 맡기면 된다며 플랫폼 규제강화 반대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지금 텔레그램, 라인 등에, 또 새로운 메신저가 시장에 들어오면 소비자가 알아서 갈아 탈 거란다. 이 사람들은 시장보호가 아니라 시장지배자 보호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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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사가 다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제목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 부회장을 찬양하는 민망한 제목이 너무 많아서다. 기사만 보면 이 부회장은 차기 대선 주자인 것 같다. 삼성의 경영을 넘어 국내외를 넘나드는 행보가 거침이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고 부산엑스포 유치에 나서고 2주간 영국 등을 누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이런 행보의 목적은 무엇일까? 오늘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거침없는 광폭행보는 회장 취임 전의 분위기 조성 목적이 있을 것이다. 또 아직 부당합병, 회계사기와 프로포폴 불법투약 재판 2건이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한 우호적 여론 확보도 있을 거다. 여기까지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기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바로 이 부회장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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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도대체 이 정부는 하고 싶은 게 뭘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다. 110대 국정과제도 나왔고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국정의 주요 의제를 설정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추상적이어서 그렇지 내용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전히 도대체 이 정부하의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게 될지 의문투성이다. 블랙박스인 이유는 이렇다. 요지는 대통령과 관료, 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고 관료, 시장이 행동을 결정하는 시그널링 게임의 관계도 있는데 이게 완전히 꼬여있다는 거다. 첫째,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지 않다. 드러난 것은 대통령 처음 해 본다며 능력 있는 장관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대통령은 취임부터 자유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를 무려 서른세 번이나 말했다. 그러면 관료는 이 추상적 단어를 가지고 정책 아이디어를 영끌해서 규제 완화 중심의 과제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근데 장관과 독대 이후 자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코인투자 빚 탕감’ ‘만 5세 입학’이 튀어 나왔다. 장관이 읽은 최고 권력자의 의중은 달랐던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장관에게 복잡한 신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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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리더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 일론 머스크는 참 독특하다. 그의 기행은 주로 트윗인데 2018년에는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만우절 트윗을 했고,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기혐의로 피소되어 약 255억원의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그는 주가, 코인,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관한 발언을 계속했고 하비 피트 전 위원장에게 “철 좀 들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트위터 인수결정을 철회해서 또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머스크가 왜 그러는지 누가 알겠냐마는 우리는 머스크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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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좀비와 싸우는 게 현재와 싸우는 것 얼마 전 미국 유명 경제지에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팬데믹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과 그에 맞는 정책(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성격이 전혀 다른 팬데믹 위기에 적용하다 보니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정부개입 책임론이 맞는 것일까? 이것도 일종의 좀비 아이디어다. 실증 근거는 없는데 계속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는 게 좀비 아이디어인데 부자감세가 경제성장의 마법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은행발 위기가 총수요의 위축과 대규모 실업을 만들어 낸 것이고, 팬데믹 위기는 공급 충격인데 원자재, 소부장, 운송, 일할 사람 등이 모자랐다. 문제는 현재의 지표들이다. 일단 지난 5월 8.6%라는 40년 만의 기록적인 미국 물가상승률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미국 총국내수요(소비, 투자, 정부지출)는 이미 위기 전 추세에 다가갔다. 매우 빠른 회복이다. 이게 중요한데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은 경제위기가 남기는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성장, 고용지표가 위기 전으로 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렸고, 심지어 위기 전의 추세를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다. 경제의 성장능력 자체를 갈아먹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 위기 초기에 각국 정부가 재정과 통화 양쪽을 다 쏟아부은 것인데 이제 와서 인플레이션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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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스카이라고 다 같은 스카이가 아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1975년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의 위대한 점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같은 것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콜라를 마시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콜라를 마시고, 당신도 콜라를 마신다. 어쨌든 유명한 사람의 말이니 한 수 접고 들어가지만 크게 동의는 안 된다. 최근에 흥미로운 연구가 몇 개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버전으로 바꿔보자. 자식을 상위 1%로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대치동 학원 보내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소위 말하는 스카이나 아이비를 졸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명문사립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 또 하나. 포천 상위 100대 기업임원의 10%는 아이비리그 출신이지만 미국 모든 상장기업의 10%는 적어도 1명의 하버드 출신 임원이 있다. 명문사립고등학교와 하버드의 조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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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능력·경쟁 논리는 강자 앞에서 멈춘다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과 능력 중심의 인사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은 겉으로 보기에 나쁠 거 없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고 이보다 나은 체제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이미 상식이다. 거창한 이념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고 미세한 것들이니 그냥 현실의 시장을 한번 들여다보자. 자본주의의 성지 미국에 한 일화가 있다. 산드라 데이 오코너라는 미국 최초의 여성대법관이 스탠퍼드 로스쿨을 3등으로 졸업한 것이 1952년인데 그녀가 구할 수 있는 첫번째 직업은 법률비서였다. 1960년에는 의사와 변호사의 94%가 백인남자였는데 이게 60% 정도까지 떨어진 게 2010년이고, 이러한 시장의 진보가 그 기간 1인당 GDP 성장률의 20~40%를 설명한다는 실증분석이 있다. 자, 한국이 1960년대 미국이라는 게 아니다. 경쟁과 능력이 잘 작동하는 시장은 능력자로 추앙받는 보수 남자 엘리트 몇 명의 입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전과 응전의 긴 역사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능력과 경쟁의 논리는 사회적 강자들 앞에서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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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6단체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규제 완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차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이에 화답하듯 기업의 자유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경쟁, 능력, 효율 등을 상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럴듯한 자유시장경제철학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면 한국 보수의 민낯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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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민주당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행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 걸쳐 있는 이 개념은 정의와 쓰임새도 다양한데 단순화시키면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 지나고 나서 말이다. 근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 말 안 듣더니 그럴 줄 알았어”. 이러고 나오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억장이 무너진다. 우기지 말라고 해도 그는 말도 듣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왜곡되거나,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편향은 자존심이 강하고, 토론에서 이기고 싶고, 비난받고 싶지 않아 하는 집단에서 더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권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