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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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영초언니’에게 한발 가까이 지난 주말 요양원에 있는 선배를 보러 갔다. 지난해 말 첫 방문 이후 3개월 만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선배 옆으로 바짝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언니~” “언니~” “나, ○○야” “나, ○○야” “○○이 왔어요” “○○이 왔어요” 반향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난번과 마찬가지였다. 한때 운동권의 대모라고 불렸던 선배가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것은 20여년 전이다. 그리고 몇 년 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해 불운하게도 뇌를 크게 다쳤고, 운동기능뿐 아니라 시력, 언어능력, 기억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바보가 되었다”라고 했다.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다고도 했다. 다행히 몇 차례의 큰 수술을 통해 의식이 좀 돌아왔는데 그 이후엔 그녀가 종일 먹을 것만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무심하고 민감하게, 나와 식물 이야기 입춘이 지나자 군자란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봄이구나. 마음이 분주해졌다. 베란다에 설치해놓았던 비닐하우스를 해체하고 겨우내 그 속에서 최소한의 물로 옹색하게 버틴 화초들의 상태를 살폈다. 마른 잎들은 털어내고 화분의 흙들을 보충하고 알비료도 조금씩 올려주고 오래간만에 커다란 물뿌리개로 화초들을 샤워시켜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다음엔 한쪽으로 밀쳐놓았던 높고 낮은 화초 받침대를 늘어놓고 실내에서 월동했던 스노 사파이어와 율마까지 데려다 모든 화초가 골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게끔 자리를 잡아줬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자기 힘으로 이동한다는 것에 대하여 어머니와 합칠 집을 구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두 세대가 살기에 적합한 구조인가 여부였다.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전망이 좋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고. 다행히 이런 것들이 웬만큼 충족된 곳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곳이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있다는 것, 따라서 노인이 걸어서 이동하기 좀 힘들다는 사실은, 당시엔 내 안중에 없었다. 문제를 느낀 것은 한참 후였다. “나를 이 꼭대기에 처박아놓고…”라는 지청구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 어머니의 우울증이 깊어진 것이 소일거리가 없기 때문이고, 또 그것은 자기 힘으로 이동하기 힘들게 된 사정과 관계있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예전 살던 곳에서 누렸던 이동권, 즉 혼자서 미장원에 가고, 한의원에 들르고, 약국에서 약사와 수다를 떨고, 돌아오는 길에 팥칼국수 한 그릇 사 먹는 행위가 주는 기쁨과 활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우리들의 글쓰기, 자기돌봄과 상호돌봄 인문학 공동체도 추수를 한다. 단 가을이 아니라 겨울에, 나락 대신 에세이로. 농부의 가을걷이가 그러하듯 우리 에세이도 일 년 공부를 정직하게 반영한다. 누군가는 여문 글을, 누군가는 쭉정이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막판 뒤집기도 언제나 가능한 법이라, 에세이 철이 다가오면 얼굴이 누렇게 뜬 채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뒤늦게 스퍼트를 올리는 학인들로 공동체가 후끈 달아오른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내년에는 나도 ‘페스코’를 최근 공동체 공론장에 낯선 단어, ‘페스코’가 등장했다. 11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남성 회원 한 명이 자신을 페스코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페스코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의 준말이고, 소·돼지·닭 등의 고기는 먹지 않되 우유·치즈·달걀, 그리고 해산물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의 한 종류를 뜻하는 말이란다. 알고 보니 채식에도 여러 등급이 있었다. 완전 채식인 비건부터 락토, 오보, 페스코, 폴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유연한 플렉시테리언까지.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숨 숨쉬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확실히 알았다. 축농증이나 비염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닌데 코가 아니라 자꾸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운동 코치가 내가 숨을 잘 못 쉰다고, 정확하게 말하면 숨, 특히 날숨이 짧다는 지적을 한 적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세월호 직후 108배와 명상을 할 때도 나는 내 호흡이 짧고 불안정하다고 생각했었다. 아, 나는 왜 숨쉬기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일까? -
이희경의 한뼘 양생 간호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그리고 나, 보호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찬반이 분분하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며 300일 넘게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법이 간호사들만의 이익 추구를 위해 타 업무영역을 침해한다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고 있다. 나는 뭔가 기시감이 든다. 2000년 의약분업 때, 1993년의 한약 분쟁 때, 그리고 2년 전의 의사 파업 때가 떠오른다. 피로감이 몰려오고 정신건강을 위해 아예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 문제에 깊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늙고 병든 어머니의 직접적인 돌봄 제공자이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난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어머니가 먼저 의지를 보이셨고, 이참에 나도 함께 진행했다. 어머니의 경우, 몇년 전엔 아들, 즉 내 남동생이 펄쩍 뛰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는데 이번엔 자식 모두 어머니 노화에 대한 경험치가 함께 쌓인 탓인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내 아이들이 펄쩍 뛴 것이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더 이상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어도 얼마 전 회전근개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간 이유는 아침 필사를 계속하던 어느 날부터 등살이 심하게 바르더니 어깨를 거쳐 팔꿈치, 손목까지 저렸기 때문이다. 사실 몇 달 전부터는 티셔츠를 입고 벗을 때마다 오른쪽 어깨와 연결된 팔뚝 윗부분에 ‘찌르르’ 통증이 왔다. 원인을 물었더니 의사의 짧은 답, “퇴행이에요”. 그러면서 팔이 저리는 건 어깨가 아니라 목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내친김에 목 엑스레이도 찍었다. 이번엔 퇴행성 목디스크란다. 노화된 디스크 찌꺼기가 옆으로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어 통증이 심한 것이라고 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공자님의 잠옷 얼마 전 <논어>를 공부한 친구들의 에세이 발표가 있었다. 그중 한 친구의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유는 주제가 인(仁)도 효(孝)도 군자(君子)도 아닌, 공자님의 잠옷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집에서 일상복 차림으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다가 밤에는 그 옷을 입은 채 그냥 잔다고 했다. 심지어 술을 마시거나 너무 피곤한 날엔 퇴근 후 씻지도 않고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버린단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이 어수선해지면서 연초에 세운 그 어떤 ‘아침 루틴’도 공염불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논어>의 “공자님은 주무실 때 반드시 잠옷을 입으셨다”는 문장에서 벼락 맞은 듯, “아, 이게 군자의 도이고 양생의 기술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는 것이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숲세권의 공동 주민, 도롱뇽과 나 요 몇 달 나의 최대 관심은 도롱뇽이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3년 전 어느 날, 친구들과 일삼아 다니던 동네 산의 그 뻔한 등산로가 좀 지겨워진 우리는 다른 샛길로 접어들었고, 고즈넉한 그 오솔길에서 아주 작은 웅덩이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거기엔 “여기 도롱뇽이 살아요”라고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다. 들여다보니 과연 올챙이처럼 생긴 도롱뇽 새끼들이 오글거리고 있었다. -
이희경의 한뼘양생 다이어트, 정답을 못 찾았어요 “또 단식이야? 배 안 고파?” 후배에게 기어이 한마디를 했다. 매년 일삼아 단식하더니 이제 매일 하는 간헐적 단식에 돌입했다고 해서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살을 빼기 위한 단식이라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후배는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몸무게를 잡아두려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분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뚱뚱함이 천형처럼 여겨지는 지금 세상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 문제를 탐구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