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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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새 정부 경제정책 핵심 과제는 며칠 전 친한 기자가 전화로 물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즉각 ‘규제개혁’이라고 답했다. 내가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답한 까닭은, 지난주 대학 동기 모임에서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연구하는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투자전략청을 설립하고 공공자금을 신산업에 투자해 유망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K엔비디아 육성론이다. 통상 분야 국책연구원장을 지낸 친구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부응하는 통상·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위 신중상주의이다. 나는 제대로 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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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상은 이분법이 아닐진대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확 짧아진 일정 탓에 대선 경쟁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급하게 공약을 만들고 국민에게 홍보하는 중이다.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 중 유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약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높다. 당내 경선 중인 이 전 대표는 거의 확실하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고, 현재까지는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그러니 그의 언행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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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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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학자의 소명,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하여 책장을 정리하다가 막스 베버의 저서 <직업(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발견하고 뒤적였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던 중 의식의 흐름은 학자로서의 소명에 이르렀고, 곧이어 요즘 내 분야 핫 이슈인 연금개혁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명색이 연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 와중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 민주당은 2월 내에 모수개혁을 끝내자고 나섰고 여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론도 그동안 오래 끌었으니 이제 빨리 마무리하라고 요구한다. 일단 모수개혁이라도 결론짓자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완전한 미완성이라서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명색이 직업윤리에 투철한 학자라면 이참에 ‘모수개혁 빨리해라’라고 덩달아 목청 높이기보다는 ‘왜 이게 미완성이며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밝히고 똑똑히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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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민주당의 정책역량에 대한 기대 며칠 전 친한 동료 교수들과 회식을 가졌다. 매 연말에 모임을 했는데, 지난해 12월은 도저히 송년회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미뤘다가 신년회로 대체한 것이다. 으레 그렇듯 시국 얘기를 나눴다. 예상할 수 있듯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이후 여야 행태에 대한 성토로 시작했다. 비분강개가 잦아들면서 조기 대선 얘기로 이어졌는데,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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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그래도 소는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방송되던 12월3일 늦은 밤, 나는 이 칼럼을 쓰는 중이었다. 내용은 국회의 예산권을 따져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예산 확정 기한인 12월2일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예산을 두고 여야가 대치 중이었기 때문이다. 법정 기일 내 예산 통과가 안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참에 작정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개선안을 제안하려 했다. 한창 글 쓰는 중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급한 목소리로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는 뉴스가 떴다고 했다. 나는 가짜뉴스일 것이라고 답했다. 아내는 아니라고 반박했고, 나는 급히 인터넷을 켰다. 사실임에 경악했고, 바로 TV를 켜고 상황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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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반도체 산업 지원과 국가의 역할 며칠 전 후배 교수 부친 빈소에서의 일이다. 조문 후 식사 자리에서 다른 교수 셋과 겸상을 했다. 셋 모두 경제학과 교수인데, 둘은 원래 안면이 있었고 한 명은 처음 인사했다. 문상객으로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교수란 직업 특성 탓에 세상 얘기를 해도 대충 전공과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된다. 넷 중 가장 연장자인 나부터 시작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퇴직연금 얘기를 꺼냈다. 형편없는 수익률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의 직무유기를 성토했다. 별반 호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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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인구전략기획부, 어떻게 만들까 사흘 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관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처를 새로 만들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려면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데, 분위기 띄우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가 토론회다. 이 칼럼은 정부 청탁 없이 순전히 내 의지로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칼럼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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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 단어 경제학 :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까닭 없이 베푸는 호의를 경계하라는 경구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말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선술집에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공짜로 점심을 제공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가한 낮 시간대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이었겠지만, 주당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술 한 잔이면 밥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반겼을 법하다. 비록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다시 석 잔으로 이어지긴 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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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퇴직연금에 ‘밑빠진 독상’을 ‘밑빠진 독상’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활동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에서 만든 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 사례에 수여한다. 2000년 8월 ‘하남국제환경박람회’에 처음 수여한 이래, 지금까지 39회 수여하였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리는 등 나름 명성을 얻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다소 주춤했다. 이제 심기일전하여 다시금 활성화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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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장기재정전망이 뭐길래 얼마 전 감사원은, 2020년 발표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애초 실무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53.0%(당초 검토안) 또는 129.6%(신규 검토안)로 내부 보고하였으나, 홍 전 부총리가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 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81.1%로 줄여서 발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홍 전 부총리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재정여건, 예산 편성 프로세스, 국가채무 수준, 국제적 대외관계 등을 모두 감안해 최선의 판단을 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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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공론화위원회 선택이 이뤄진 지도 제법 지났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는 안(대안 1),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안(대안 2)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결과 56.0%가 대안 1을, 42.6%가 대안 2를 각각 택했다. 대안 1이 다수안이 된 것이다. 애초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 1을 선호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안 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