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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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적립기금 1500조원 시대의 국민연금이라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상상 못했던 코스피 5000이 실현됐다. 그 덕에 자산이 크게 불어서 희희낙락인 사람들이 제법 될 것 같다. 개인 자산은 아니지만, 덕분에 국민연금 기금이 크게 늘었다는 것 역시 재정학자로서 국민으로서 무척이나 기쁘다. 지난 한 해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20%에 달해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그 결과 기금 적립금은 1년 전보다 250조원 이상 불어나 1500조원이 되었다. 20%의 수익률은 통상 국민연금과 비교되는 다른 나라의 공적연금 기금, 이를테면 일본, 노르웨이, 캐나다 등과 비교해도 단연 1등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외 주식(해외 37%, 국내 15%)에 절반 이상을 투자하며, 나머지는 국내외 채권과 대체투자 등에 배분된다. 나머지의 수익률은 저조했지만, 해외주식 성과는 양호했으며 무엇보다 국내주식 투자가 대박 난 덕에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이 대통령이 자동지급을 제시한 까닭은 눈이 가려워서 새로 이사 온 동네 안과에 갔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같다고 말하고는 안약 처방을 부탁했다. 진료를 마친 의사는 비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안약에 더하여 비염 치료제를 처방해 줬다. 그 뒤로 주기적인 가려움이 사라졌다. 내심 명의라고 감탄하는 한편, 예전에 다녔던 안과 의사가 그동안 엉뚱한 처방만 내렸다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재정 지출 ‘사후 검토’ 도입하자 이 칼럼의 제목은 ‘좋은 정부 만들기’다. 제목처럼 좋은 정부가 되기 위한 방도를 제안하는 것이 칼럼의 목적이다. 원래 정부는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한다. 하지만 흔히 정부라고 하면 행정부를 지칭한다. 행정부가 집행을 담당해서다. 정부의 삼권을 분립한 이유는, 그래야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을 위한 행정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학자인 내 입장으로 보자면, 입법부 즉 국회의 의의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국민에게 더 이로운 행정을 만드는 데 있다. 이는 나의 관심 분야인 재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국회의 재정 역할을 따져보자.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정감사의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며 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다. 나는 국회의원을 해본 적이 없으니 짐작만 할 뿐이지만, 아마도 국정감사는 본인이 국회의원이라는 존귀한(!) 신분임을 가장 극명하게 만끽하는 때일 것 같다. 장차관과 공공기관 임원은 물론이고 대기업 총수들까지 대거 불러놓고 호통치고 있노라면 세상이 내 발밑에 놓인 것 같을 테니 ‘그래, 이 맛에 국회의원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도파민이 마구 분출될 것만 같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정부조직 개편, 제대로 이해하기 며칠 전 정부조직 개편안이 공개됐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①검찰청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②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 ③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기능은 기재부로 옮기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 ④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 ⑤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 특허청은 지식재산처로 전환. 이 중 검찰청 폐지에 관해서는 행정·재정학자인 나보다는 법학자가 평가하는 게 낫겠다. 그러니 이건 제외하고 나머지 네 개의 개편안을 따져보자.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AI 100조원 투자가 성공하려면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으며, 얼마 전 재천명한 핵심 국정과제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부 투자 사업이다. 물론 100조원을 모두 정부 예산으로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재정은 마중물이 되고, 대부분은 공공과 민간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서 조달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든 공공·민간 자금이든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일 테니, 어찌 됐든 시쳇말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정부 투자 민간 지원사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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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제대로 된 실용주의를 바라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국민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를 찍었던 사람 중에도 상당수가 호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선 때 내세운 실용주의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취임 후 첫 외교·안보 대응에서 보수층이 안심할 만한 입장을 취한 것, 대통령실과 내각 인선에서 경험과 능력을 중시한 것 등이 그렇다. 물론 취임 이후 코스피 지수가 크게 상승한 것도 실용주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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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새 정부 경제정책 핵심 과제는 며칠 전 친한 기자가 전화로 물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즉각 ‘규제개혁’이라고 답했다. 내가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답한 까닭은, 지난주 대학 동기 모임에서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연구하는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투자전략청을 설립하고 공공자금을 신산업에 투자해 유망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K엔비디아 육성론이다. 통상 분야 국책연구원장을 지낸 친구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부응하는 통상·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위 신중상주의이다. 나는 제대로 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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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상은 이분법이 아닐진대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확 짧아진 일정 탓에 대선 경쟁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급하게 공약을 만들고 국민에게 홍보하는 중이다.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 중 유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약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높다. 당내 경선 중인 이 전 대표는 거의 확실하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고, 현재까지는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그러니 그의 언행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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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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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학자의 소명,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하여 책장을 정리하다가 막스 베버의 저서 <직업(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발견하고 뒤적였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던 중 의식의 흐름은 학자로서의 소명에 이르렀고, 곧이어 요즘 내 분야 핫 이슈인 연금개혁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명색이 연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 와중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 민주당은 2월 내에 모수개혁을 끝내자고 나섰고 여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론도 그동안 오래 끌었으니 이제 빨리 마무리하라고 요구한다. 일단 모수개혁이라도 결론짓자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완전한 미완성이라서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명색이 직업윤리에 투철한 학자라면 이참에 ‘모수개혁 빨리해라’라고 덩달아 목청 높이기보다는 ‘왜 이게 미완성이며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밝히고 똑똑히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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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민주당의 정책역량에 대한 기대 며칠 전 친한 동료 교수들과 회식을 가졌다. 매 연말에 모임을 했는데, 지난해 12월은 도저히 송년회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미뤘다가 신년회로 대체한 것이다. 으레 그렇듯 시국 얘기를 나눴다. 예상할 수 있듯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이후 여야 행태에 대한 성토로 시작했다. 비분강개가 잦아들면서 조기 대선 얘기로 이어졌는데,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