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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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반도체 산업 지원과 국가의 역할 며칠 전 후배 교수 부친 빈소에서의 일이다. 조문 후 식사 자리에서 다른 교수 셋과 겸상을 했다. 셋 모두 경제학과 교수인데, 둘은 원래 안면이 있었고 한 명은 처음 인사했다. 문상객으로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교수란 직업 특성 탓에 세상 얘기를 해도 대충 전공과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된다. 넷 중 가장 연장자인 나부터 시작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퇴직연금 얘기를 꺼냈다. 형편없는 수익률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의 직무유기를 성토했다. 별반 호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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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인구전략기획부, 어떻게 만들까 사흘 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관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처를 새로 만들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려면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데, 분위기 띄우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가 토론회다. 이 칼럼은 정부 청탁 없이 순전히 내 의지로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칼럼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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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 단어 경제학 :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까닭 없이 베푸는 호의를 경계하라는 경구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말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선술집에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공짜로 점심을 제공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가한 낮 시간대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이었겠지만, 주당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술 한 잔이면 밥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반겼을 법하다. 비록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다시 석 잔으로 이어지긴 했어도 말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퇴직연금에 ‘밑빠진 독상’을 ‘밑빠진 독상’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활동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에서 만든 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 사례에 수여한다. 2000년 8월 ‘하남국제환경박람회’에 처음 수여한 이래, 지금까지 39회 수여하였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리는 등 나름 명성을 얻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다소 주춤했다. 이제 심기일전하여 다시금 활성화하려 한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장기재정전망이 뭐길래 얼마 전 감사원은, 2020년 발표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애초 실무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53.0%(당초 검토안) 또는 129.6%(신규 검토안)로 내부 보고하였으나, 홍 전 부총리가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 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81.1%로 줄여서 발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홍 전 부총리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재정여건, 예산 편성 프로세스, 국가채무 수준, 국제적 대외관계 등을 모두 감안해 최선의 판단을 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공론화위원회 선택이 이뤄진 지도 제법 지났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는 안(대안 1),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안(대안 2)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결과 56.0%가 대안 1을, 42.6%가 대안 2를 각각 택했다. 대안 1이 다수안이 된 것이다. 애초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 1을 선호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안 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면: 정책 정당을 위한 제안 며칠만 지나면 22대 총선이 끝난다. 말 많고 탈 많은(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며칠 새 또 어떤 황당한 일이 터질지 모른다) 이번 총선을 두고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들 한다. 내가 어린 시절의 선거는 공공연히 ‘고무신과 막걸리 선거’라고 불렸고 득표수까지 조작한 부정선거가 4·19혁명의 발단이 되기도 했으니, 이번 선거를 ‘역대’ 최악이라고 하기는 무리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투표권을 행사한 198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내 기억으로도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선거 공약 예산 낭비 막으려면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돈 쓰는 방식을, 누구의 돈인가와 누구를 위해 쓰는가의 조합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다. 내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내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이다. 넷 중 어떤 경우가 가장 낭비가 심하겠는가. 내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내가 쓸 물건을 내가 살 때는 꼼꼼히 가격과 품질을 따져보고 가장 큰 효용(만족)을 얻도록 가성비 최고인 것을 선택한다. 내 돈을 남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동료의 생일 선물을 살 때는 품질도 신경 쓰겠지만 우선은 가격을 더 따진다. 남의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법인카드로 식사할 땐 일단 한도까지 쓰고 보되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사 먹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남의 돈을 남 위해 쓸 때는, 비록 일상에서 예를 찾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비용에도 그다지 신경 안 쓸 것이고 품질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저출산 해법, 모르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면그에 상응하는 대가 치러야 한다 중차대한 저출산 문제통상적 지출 규모의 비용 내에서해결하려 하니 될 리가 있겠는가 배우 오디션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가 과제라면 참가자들은 어떤 상황을 연기할까? 음침한 실험실에서 두 눈 번뜩이며 정체불명의 용액을 옮겨 담는 모습, 머리 박고 현미경 속 세포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 실험용 생쥐에게 이런저런 자극을 가하는 모습 등등. 퀴즈쇼에서 ‘과학의 세부 분야 5개를 말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대부분 물리, 화학, 생물 등을 나열할 것이고 모자라면 컴퓨터학, 전기·전자 등을 더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 행정, 경제 등을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사회‘과학’으로 분류되어, 많은 대학에서 이 전공들은 사회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공무원에게 보내는 갈채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는 수십년간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왔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고 출근하여,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한 후,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스는 의사에게서 6개월 남짓의 시한부 인생임을 통보받는다. 난생처음 무단결근하고 인근 휴양지로 떠난 그는 합석한 무명작가의 제안으로 술집에 가고 스트립쇼도 보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방황을 이어가던 윌리엄스는 우연히 퇴직한 부하직원 마거릿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술집도 가게 된다. 밝고 긍정적인 마거릿은 처음의 식사 제안에 흔쾌히 응했으나 계속되는 이전 직장상사의 추근거림(?)이 곤혹스럽다. 불편해하는 마거릿에게 윌리엄스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녀의 밝고 쾌활함이 너무 부럽다고,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은 지금 같은 삶이 아니었노라고 회한에 젖은 고백을 한다. 마거릿과의 대화 끝에 “기억났어요,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라고 외친 그는 시청 공무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성공하려면 지난 10월30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개혁 의제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 할 보험료율 상향에 대해 얼마를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은 채, 추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전문가 위원회를 가동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 ‘추후 결정’인지라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론화 과정을 통한 결정이라는 것이 맞는 방향이기는 하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내년도 예산, 얼마나 계획성 있게 짜인 걸까 내년도 예산안이 9월1일에 국회에 제출되었으니 이미 한 달이 넘었다. 국회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이후, 그러니까 늦어도 11월 초부터는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갈 것이다. 예산안이 제출되고 본격적인 국회 심의가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여기저기에서 예산안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언론은 전문가 논평을 싣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수 정부가 집권하면 재정 전문가들, 특히 진보 성향 재정 전문가들이 늘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왜 확장 정책을 안 하느냐” “감세는 부자만을 위한 것이며 낙수 효과는 한참 철 지난 얘기로서 요즘은 성립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복지 지출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는 복지 확대가 중요한데 연금 지출 등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실제로 복지 확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너무 많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