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최신기사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공론화위원회 선택이 이뤄진 지도 제법 지났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는 안(대안 1),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안(대안 2)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결과 56.0%가 대안 1을, 42.6%가 대안 2를 각각 택했다. 대안 1이 다수안이 된 것이다. 애초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 1을 선호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안 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면: 정책 정당을 위한 제안 며칠만 지나면 22대 총선이 끝난다. 말 많고 탈 많은(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며칠 새 또 어떤 황당한 일이 터질지 모른다) 이번 총선을 두고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들 한다. 내가 어린 시절의 선거는 공공연히 ‘고무신과 막걸리 선거’라고 불렸고 득표수까지 조작한 부정선거가 4·19혁명의 발단이 되기도 했으니, 이번 선거를 ‘역대’ 최악이라고 하기는 무리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투표권을 행사한 198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내 기억으로도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선거 공약 예산 낭비 막으려면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돈 쓰는 방식을, 누구의 돈인가와 누구를 위해 쓰는가의 조합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다. 내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내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이다. 넷 중 어떤 경우가 가장 낭비가 심하겠는가. 내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내가 쓸 물건을 내가 살 때는 꼼꼼히 가격과 품질을 따져보고 가장 큰 효용(만족)을 얻도록 가성비 최고인 것을 선택한다. 내 돈을 남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동료의 생일 선물을 살 때는 품질도 신경 쓰겠지만 우선은 가격을 더 따진다. 남의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법인카드로 식사할 땐 일단 한도까지 쓰고 보되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사 먹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남의 돈을 남 위해 쓸 때는, 비록 일상에서 예를 찾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비용에도 그다지 신경 안 쓸 것이고 품질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저출산 해법, 모르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면그에 상응하는 대가 치러야 한다 중차대한 저출산 문제통상적 지출 규모의 비용 내에서해결하려 하니 될 리가 있겠는가 배우 오디션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가 과제라면 참가자들은 어떤 상황을 연기할까? 음침한 실험실에서 두 눈 번뜩이며 정체불명의 용액을 옮겨 담는 모습, 머리 박고 현미경 속 세포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 실험용 생쥐에게 이런저런 자극을 가하는 모습 등등. 퀴즈쇼에서 ‘과학의 세부 분야 5개를 말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대부분 물리, 화학, 생물 등을 나열할 것이고 모자라면 컴퓨터학, 전기·전자 등을 더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 행정, 경제 등을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사회‘과학’으로 분류되어, 많은 대학에서 이 전공들은 사회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공무원에게 보내는 갈채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는 수십년간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왔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고 출근하여,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한 후,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스는 의사에게서 6개월 남짓의 시한부 인생임을 통보받는다. 난생처음 무단결근하고 인근 휴양지로 떠난 그는 합석한 무명작가의 제안으로 술집에 가고 스트립쇼도 보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방황을 이어가던 윌리엄스는 우연히 퇴직한 부하직원 마거릿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술집도 가게 된다. 밝고 긍정적인 마거릿은 처음의 식사 제안에 흔쾌히 응했으나 계속되는 이전 직장상사의 추근거림(?)이 곤혹스럽다. 불편해하는 마거릿에게 윌리엄스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녀의 밝고 쾌활함이 너무 부럽다고,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은 지금 같은 삶이 아니었노라고 회한에 젖은 고백을 한다. 마거릿과의 대화 끝에 “기억났어요,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라고 외친 그는 시청 공무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성공하려면 지난 10월30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개혁 의제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 할 보험료율 상향에 대해 얼마를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은 채, 추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전문가 위원회를 가동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 ‘추후 결정’인지라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론화 과정을 통한 결정이라는 것이 맞는 방향이기는 하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내년도 예산, 얼마나 계획성 있게 짜인 걸까 내년도 예산안이 9월1일에 국회에 제출되었으니 이미 한 달이 넘었다. 국회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이후, 그러니까 늦어도 11월 초부터는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갈 것이다. 예산안이 제출되고 본격적인 국회 심의가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여기저기에서 예산안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언론은 전문가 논평을 싣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수 정부가 집권하면 재정 전문가들, 특히 진보 성향 재정 전문가들이 늘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왜 확장 정책을 안 하느냐” “감세는 부자만을 위한 것이며 낙수 효과는 한참 철 지난 얘기로서 요즘은 성립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복지 지출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는 복지 확대가 중요한데 연금 지출 등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실제로 복지 확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너무 많다” 등등.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고령사회 재정의 지속 가능성 해법 요즘 내 나이 또래 중에 늙어서 자식 덕 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 중에도 나중에 노부모를 봉양하겠다는 기특한 마음을 가진 청년은 찾기 힘들다. 지금도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 세대가 더 나이 들었을 때 자식이 우리를 봉양하는 모습은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충효를 으뜸 가치로 삼았던 유교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퇴직연금을 연금화하려면 ‘호갱’은 면하게 해야 행정학의 세부 분야 중 규제정책이 있다. 여기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주제가 ‘포획(capture) 현상’이다. 정부가 규제 대상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느슨한 규제를 행하고, 그럼으로써 애초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것을 지칭한다. 국민의 안전이나 건강, 혹은 공정경쟁 및 환경보전 등을 위해 기업을 규제할 때 흔히 발생한다. 정부가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익집단에 포획되는 현상은 도처에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황당한 퇴직연금을 어찌할까 퇴직연금의 황당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익률이다. 지난달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과거 추계 때보다 2년 앞당겨졌다. 암울한 전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도 곁들였다.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는데, 이는 보험료율을 2%포인트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라는 것이었다. 언론은 이를 반기면서, 국민연금 수익률은 외국 연기금보다 낮다고 질책했다. 지난 10년간 캐나다 연금 수익률은 10%인데, 국민연금은 4.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허약한 놈, 이상한 놈, 황당한 놈 최근 수개월간 ‘좋은 정부 만들기’란 제목의 이 칼럼에 줄곧 국민연금 개혁 얘기만 썼다. 내 연구 분야가 복지와 재정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유독 국민연금에만 집중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복지와 재정 분야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슈가 연금 개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게 더 중요한데, 우리의 공적연금은 정말 문제가 많고 이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너무나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의 존재 의의 국민연금 개혁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하도 시끄러우니,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겠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물론 홧김에 하는 말일 테다. 진심으로 국민연금은 폐지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이 신뢰하고 만족하는 연금이 되려면 어찌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대체 국민연금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존재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