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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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대 간 계약의 공정성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푸념은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적혀 있고, 소크라테스도 언급했다고 하니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세대 갈등은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독 심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듯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최근 세대 갈등 논란의 중심에는 연금개혁 문제가 놓여 있다. 청년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는 것에 반대한다. 이유는 자신들 부담으로 윗세대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의 세대 갈등은 윗세대가 청년세대의 버르장머리를 못마땅해한 것이지만, 지금의 세대 갈등은 청년세대가 윗세대의 불공정에 항의하는 것이다. 갈등의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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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개혁안 지난 며칠 동안, 내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뉴스는 국민연금이었다. 시작은 지난주 토요일의 기금 고갈 뉴스였다. 국민연금기금 재정 추계를 했더니,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급기야 2055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다. 기금 고갈 뉴스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가장 선정적인 반응은 1990년생부터는 연금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 얘기는 작년에 나온 대기업 산하 연구원 보고서에 실렸던 대목으로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추계의 기금 고갈 시점인 2055년이 마침 1990년생이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가 되는 시점이라서 다시 회자된 것이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이 얘기가 엉터리인 첫 번째 이유는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제도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다수 국가는 약간의 여윳돈만 지니고, 그해 들어오는 보험료로 그해 연금급여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보험과 유사한 방식이다. 젊어서 보험료 내고 노후에 급여를 받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인데, 이는 예금자에 대한 은행의 원리금 지급 약속과 마찬가지다. 적어도 급여 지급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연금급여 못 받는 일은 없다”는 정부 관료의 해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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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법인세 논쟁, 어떻게 봐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말에 내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예산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규정 시한을 3주 이상 넘겼다. 무려 헌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4년 이전만 해도 이 정도 늦는 것은 다반사였다. 가령 2014년 예산안은 해를 넘긴 1월1일에 통과되었다. 하지만 상습적인 늑장 통과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하나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라는 걸 도입한 이후에는 어쨌든 12월 초에는 통과되었다. 3주 이상 늦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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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빅데이터 시대의 정부, 구글이나 애플이었다면 바야흐로 빅 데이터 시대, 지식정보사회의 전성기다. 지식정보사회라는 용어는 친숙하다. 40여년 전 다니엘 벨과 앨빈 토플러 같은 쟁쟁한 미래학자들이 처음 언급한 이래, 적어도 2000년대부터는 너도나도 떠들어댄 덕분이다.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르는 최근 들어서다. 쇼핑, 여행, 오락, SNS 소통 등 우리의 일상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이게 쌓인 정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1990년 후반 두 명의 대학원생에 의해 허름한 차고에서 출발한 구글의 시가 총액은 2000조원이 넘으며, 2000년대 초반 한 학부생이 기숙사에서 친구들 프로필 공유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한 페이스북(메타)의 시가 총액은 500조원에 달한다(지난 1년 새 주가가 폭락해서 이 정도다). 시가 총액 기준 전 세계 톱10 기업 중 7개가 정보 기업들이다. 톱5로 한정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외한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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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가장 효율적이고 형평성 높은 노후소득보장 방안 2020년 기준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40%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의 노인 빈곤율 통계가 산출된 이래 줄곧 1위를 고수했다. 우리가 처음 OECD에 가입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기존 회원들은 대부분 선진국이었다. 이 때문에 각종 통계에서 우리는 좋은 것은 최하위권, 나쁜 것은 최상위권에 놓였다. 이후 결코 선진국이라 보기 어려운 나라들이 대거 가입한 덕에 이제는 많은 항목에서 우리의 순위가 상승했다. 예를 들면 2020년 우리의 1인당 GDP는 통계가 제공된 35개국 중 18위, 딱 중간이다. 근로 연령대 빈곤율은 통계가 제공된 37개국 중 14위이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만은 우리가 부동의 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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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만들기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쓸까 재정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신기하면서 또 의아한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나라 살림에 별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자기 차에 휘발유 채울 때는 리터당 몇십 원 차이에도 예민해져서 가장 싼 곳을 찾아 헤맨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살 때 낱개 대신 네 개 한 묶음으로 사면 500원이 싸서 항상 네 개 단위로 구매한다. 개인적인 지출은 작은 액수라도 꼼꼼히 따지면서, 나랏돈은 뭉텅이로 떼어져도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이해는 된다. 비록 내가 낸 세금도 국가 재정의 일부를 이뤘겠지만, 그 양은 태산 중의 티끌일 터라 내 지분이 있다는 인식보다는 그저 남의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남의 돈, 그것도 주인 없는 돈이라 여겨지니 이렇게 한 덩어리, 저렇게 또 한 덩어리,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도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아깝기보다는 나도 어찌 끼어볼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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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제대로 된 재정준칙을 바라며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세이렌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해협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몸을 배의 기둥에 묶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노래의 유혹을 못 이겨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의지박약한 인물일까 아니면 현명한 사람일까. 그는 아킬레스와 함께 무력으로 이름 높은 용장이자,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을 제시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장이다. 그래서 제약을 가하지 않으면 자신을 파멸로 이끌 선택을 할 것을 알았기에 미리 자신을 구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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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공공성이냐 기업성이냐, 공기업의 딜레마 매년 6월 중순이 되면 공기업 종사자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6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의 어느 날,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이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영평가 결과는 S부터 E까지 6개 등급으로 제시된다. 올해는 36개 공기업 중 동서발전이 최우수등급인 S를 받았으며 절반인 18개 공기업이 C 이하 등급을 받았다. C 이하 등급을 받은 공기업의 면면을 보자. 작년에 엄청난 적자를 봤고, 그래서 최근 요금인상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국전력은 C를 받았다. 작년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D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초 열차탈선사고가 발생한 코레일은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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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지역 새 일꾼들을 격려합니다 “여러분 혹시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렵다, 빠지면 빠질수록 돈도 축나고 몸도 축난다, 내용물보다 잔의 화려함에 끌리기도 한다,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 양은 적다, 다수가 좋아하는 커피가 꼭 좋은 커피는 아니다. 제 원래 공약은 명품 커피 잔처럼 화려하고 달콤합니다. 하지만 전 그 공약들을 지킬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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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교육감 출마선언문 존경하는 학부모님,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감에 출마합니다. 돈키호테 같다고요? 허튼소리가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 통계는 2018년 것입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로는 1위이며 절대액으로는 8위입니다. 그런데 2위부터 8위까지는 격차가 작습니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10%씩 늘어 OECD 국가 중 가장 증가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2022년 시점이면 절대액으로도 한국이 2위일 것이고 조만간 1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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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만들기 태평성대를 꿈꾸며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고대 중국 요순시대의 요임금이 백성들의 생활상을 살피려고 평민으로 꾸미고 민정 시찰에 나섰다. 큰 사거리에 이르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우리 백성들이 살아감은 그분의 은덕 아님이 없네/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임금님의 법도를 따르네.” 동행한 신하가 요임금을 바라보니, 요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으나 뭔가 미진한 듯 보였다. 계속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장년의 남자가 그늘에 앉아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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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정부 돈 가장 많이 따낸 기업은 어디? 지난 5년간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어디일까? 명색이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이 미국에 대한 것이면 쉽게 답할 수 있다. 정답은 록히드 마틴이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군용기와 미사일 등을 만든다. 내가 특별히 방위산업 전문가라서 아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미국정부지출’(USAspending.gov)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