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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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고령사회 재정의 지속 가능성 해법 요즘 내 나이 또래 중에 늙어서 자식 덕 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 중에도 나중에 노부모를 봉양하겠다는 기특한 마음을 가진 청년은 찾기 힘들다. 지금도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 세대가 더 나이 들었을 때 자식이 우리를 봉양하는 모습은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충효를 으뜸 가치로 삼았던 유교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퇴직연금을 연금화하려면 ‘호갱’은 면하게 해야 행정학의 세부 분야 중 규제정책이 있다. 여기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주제가 ‘포획(capture) 현상’이다. 정부가 규제 대상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느슨한 규제를 행하고, 그럼으로써 애초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것을 지칭한다. 국민의 안전이나 건강, 혹은 공정경쟁 및 환경보전 등을 위해 기업을 규제할 때 흔히 발생한다. 정부가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익집단에 포획되는 현상은 도처에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황당한 퇴직연금을 어찌할까 퇴직연금의 황당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익률이다. 지난달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과거 추계 때보다 2년 앞당겨졌다. 암울한 전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도 곁들였다.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는데, 이는 보험료율을 2%포인트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라는 것이었다. 언론은 이를 반기면서, 국민연금 수익률은 외국 연기금보다 낮다고 질책했다. 지난 10년간 캐나다 연금 수익률은 10%인데, 국민연금은 4.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허약한 놈, 이상한 놈, 황당한 놈 최근 수개월간 ‘좋은 정부 만들기’란 제목의 이 칼럼에 줄곧 국민연금 개혁 얘기만 썼다. 내 연구 분야가 복지와 재정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유독 국민연금에만 집중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복지와 재정 분야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슈가 연금 개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게 더 중요한데, 우리의 공적연금은 정말 문제가 많고 이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너무나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의 존재 의의 국민연금 개혁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하도 시끄러우니,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겠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물론 홧김에 하는 말일 테다. 진심으로 국민연금은 폐지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이 신뢰하고 만족하는 연금이 되려면 어찌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대체 국민연금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존재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세대 간 계약의 공정성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푸념은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적혀 있고, 소크라테스도 언급했다고 하니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세대 갈등은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독 심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듯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최근 세대 갈등 논란의 중심에는 연금개혁 문제가 놓여 있다. 청년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는 것에 반대한다. 이유는 자신들 부담으로 윗세대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의 세대 갈등은 윗세대가 청년세대의 버르장머리를 못마땅해한 것이지만, 지금의 세대 갈등은 청년세대가 윗세대의 불공정에 항의하는 것이다. 갈등의 차원이 다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개혁안 지난 며칠 동안, 내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뉴스는 국민연금이었다. 시작은 지난주 토요일의 기금 고갈 뉴스였다. 국민연금기금 재정 추계를 했더니,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급기야 2055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다. 기금 고갈 뉴스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가장 선정적인 반응은 1990년생부터는 연금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 얘기는 작년에 나온 대기업 산하 연구원 보고서에 실렸던 대목으로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추계의 기금 고갈 시점인 2055년이 마침 1990년생이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가 되는 시점이라서 다시 회자된 것이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이 얘기가 엉터리인 첫 번째 이유는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제도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다수 국가는 약간의 여윳돈만 지니고, 그해 들어오는 보험료로 그해 연금급여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보험과 유사한 방식이다. 젊어서 보험료 내고 노후에 급여를 받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인데, 이는 예금자에 대한 은행의 원리금 지급 약속과 마찬가지다. 적어도 급여 지급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연금급여 못 받는 일은 없다”는 정부 관료의 해명이 맞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법인세 논쟁, 어떻게 봐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말에 내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예산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규정 시한을 3주 이상 넘겼다. 무려 헌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4년 이전만 해도 이 정도 늦는 것은 다반사였다. 가령 2014년 예산안은 해를 넘긴 1월1일에 통과되었다. 하지만 상습적인 늑장 통과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하나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라는 걸 도입한 이후에는 어쨌든 12월 초에는 통과되었다. 3주 이상 늦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빅데이터 시대의 정부, 구글이나 애플이었다면 바야흐로 빅 데이터 시대, 지식정보사회의 전성기다. 지식정보사회라는 용어는 친숙하다. 40여년 전 다니엘 벨과 앨빈 토플러 같은 쟁쟁한 미래학자들이 처음 언급한 이래, 적어도 2000년대부터는 너도나도 떠들어댄 덕분이다.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르는 최근 들어서다. 쇼핑, 여행, 오락, SNS 소통 등 우리의 일상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이게 쌓인 정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1990년 후반 두 명의 대학원생에 의해 허름한 차고에서 출발한 구글의 시가 총액은 2000조원이 넘으며, 2000년대 초반 한 학부생이 기숙사에서 친구들 프로필 공유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한 페이스북(메타)의 시가 총액은 500조원에 달한다(지난 1년 새 주가가 폭락해서 이 정도다). 시가 총액 기준 전 세계 톱10 기업 중 7개가 정보 기업들이다. 톱5로 한정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외한 모두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가장 효율적이고 형평성 높은 노후소득보장 방안 2020년 기준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40%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의 노인 빈곤율 통계가 산출된 이래 줄곧 1위를 고수했다. 우리가 처음 OECD에 가입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기존 회원들은 대부분 선진국이었다. 이 때문에 각종 통계에서 우리는 좋은 것은 최하위권, 나쁜 것은 최상위권에 놓였다. 이후 결코 선진국이라 보기 어려운 나라들이 대거 가입한 덕에 이제는 많은 항목에서 우리의 순위가 상승했다. 예를 들면 2020년 우리의 1인당 GDP는 통계가 제공된 35개국 중 18위, 딱 중간이다. 근로 연령대 빈곤율은 통계가 제공된 37개국 중 14위이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만은 우리가 부동의 1위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만들기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쓸까 재정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신기하면서 또 의아한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나라 살림에 별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자기 차에 휘발유 채울 때는 리터당 몇십 원 차이에도 예민해져서 가장 싼 곳을 찾아 헤맨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살 때 낱개 대신 네 개 한 묶음으로 사면 500원이 싸서 항상 네 개 단위로 구매한다. 개인적인 지출은 작은 액수라도 꼼꼼히 따지면서, 나랏돈은 뭉텅이로 떼어져도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이해는 된다. 비록 내가 낸 세금도 국가 재정의 일부를 이뤘겠지만, 그 양은 태산 중의 티끌일 터라 내 지분이 있다는 인식보다는 그저 남의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남의 돈, 그것도 주인 없는 돈이라 여겨지니 이렇게 한 덩어리, 저렇게 또 한 덩어리,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도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아깝기보다는 나도 어찌 끼어볼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제대로 된 재정준칙을 바라며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세이렌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해협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몸을 배의 기둥에 묶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노래의 유혹을 못 이겨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의지박약한 인물일까 아니면 현명한 사람일까. 그는 아킬레스와 함께 무력으로 이름 높은 용장이자,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을 제시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장이다. 그래서 제약을 가하지 않으면 자신을 파멸로 이끌 선택을 할 것을 알았기에 미리 자신을 구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