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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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교육감 출마선언문 존경하는 학부모님,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감에 출마합니다. 돈키호테 같다고요? 허튼소리가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 통계는 2018년 것입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로는 1위이며 절대액으로는 8위입니다. 그런데 2위부터 8위까지는 격차가 작습니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10%씩 늘어 OECD 국가 중 가장 증가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2022년 시점이면 절대액으로도 한국이 2위일 것이고 조만간 1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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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만들기 태평성대를 꿈꾸며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고대 중국 요순시대의 요임금이 백성들의 생활상을 살피려고 평민으로 꾸미고 민정 시찰에 나섰다. 큰 사거리에 이르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우리 백성들이 살아감은 그분의 은덕 아님이 없네/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임금님의 법도를 따르네.” 동행한 신하가 요임금을 바라보니, 요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으나 뭔가 미진한 듯 보였다. 계속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장년의 남자가 그늘에 앉아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잔다/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내게 무엇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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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정부 돈 가장 많이 따낸 기업은 어디? 지난 5년간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어디일까? 명색이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이 미국에 대한 것이면 쉽게 답할 수 있다. 정답은 록히드 마틴이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군용기와 미사일 등을 만든다. 내가 특별히 방위산업 전문가라서 아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미국정부지출’(USAspending.gov)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미국 정부가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돈을 쓰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정부 어느 부처가 언제 무엇을 누구에게서 얼마어치 구매했는지, 연구·개발(R&D) 예산은 어느 대학과 연구소에 얼마가 뭘 연구하기 위해 지급되었는지, 어떤 민간단체가 어디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얼마나 지원받았는지 등 온갖 지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유학 시절 다니던 대학교는 얼마나 지원받는지 호기심에 학교명을 검색하니 바로 나왔다. 요새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코로나19 지원금 내역이 맨 앞에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3조6000억달러를 지출했다. 어느 부처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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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표 계산에 묻힌 “연금개혁 하겠습니다”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학회는 요즘 대선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매주 여야 대선 후보를 초청해서 토론회를 하고, 분야별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여기서 차기 정부의 복지·재정 분야 과제 1순위로 꼽힌 것이 연금개혁이었다. 명색이 행정과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집단에서 지목한 것이니, 연금개혁이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임은 틀림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빈곤에 대처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공적연금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나랏빚 걱정 많이 하는 것은 현재의 빚이 많아서가 아니라, 미래의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이고, 이는 주로 공적연금 빚 때문이라는 것도 제법 알려진 일이다. 게다가 공적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의 기본수단이건만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긴다. 국민 다수는 과연 내가 늙었을 때 연금을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그때까지 연금재정이 거덜나지 않고 버틸지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