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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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제대로 된 재정준칙을 바라며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세이렌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해협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몸을 배의 기둥에 묶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노래의 유혹을 못 이겨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의지박약한 인물일까 아니면 현명한 사람일까. 그는 아킬레스와 함께 무력으로 이름 높은 용장이자,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을 제시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장이다. 그래서 제약을 가하지 않으면 자신을 파멸로 이끌 선택을 할 것을 알았기에 미리 자신을 구속한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공공성이냐 기업성이냐, 공기업의 딜레마 매년 6월 중순이 되면 공기업 종사자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6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의 어느 날,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이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영평가 결과는 S부터 E까지 6개 등급으로 제시된다. 올해는 36개 공기업 중 동서발전이 최우수등급인 S를 받았으며 절반인 18개 공기업이 C 이하 등급을 받았다. C 이하 등급을 받은 공기업의 면면을 보자. 작년에 엄청난 적자를 봤고, 그래서 최근 요금인상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국전력은 C를 받았다. 작년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D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초 열차탈선사고가 발생한 코레일은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를 받았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지역 새 일꾼들을 격려합니다 “여러분 혹시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렵다, 빠지면 빠질수록 돈도 축나고 몸도 축난다, 내용물보다 잔의 화려함에 끌리기도 한다,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 양은 적다, 다수가 좋아하는 커피가 꼭 좋은 커피는 아니다. 제 원래 공약은 명품 커피 잔처럼 화려하고 달콤합니다. 하지만 전 그 공약들을 지킬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교육감 출마선언문 존경하는 학부모님,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감에 출마합니다. 돈키호테 같다고요? 허튼소리가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 통계는 2018년 것입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로는 1위이며 절대액으로는 8위입니다. 그런데 2위부터 8위까지는 격차가 작습니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10%씩 늘어 OECD 국가 중 가장 증가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2022년 시점이면 절대액으로도 한국이 2위일 것이고 조만간 1위가 될 것입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만들기 태평성대를 꿈꾸며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고대 중국 요순시대의 요임금이 백성들의 생활상을 살피려고 평민으로 꾸미고 민정 시찰에 나섰다. 큰 사거리에 이르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우리 백성들이 살아감은 그분의 은덕 아님이 없네/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임금님의 법도를 따르네.” 동행한 신하가 요임금을 바라보니, 요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으나 뭔가 미진한 듯 보였다. 계속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장년의 남자가 그늘에 앉아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정부 돈 가장 많이 따낸 기업은 어디? 지난 5년간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어디일까? 명색이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이 미국에 대한 것이면 쉽게 답할 수 있다. 정답은 록히드 마틴이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군용기와 미사일 등을 만든다. 내가 특별히 방위산업 전문가라서 아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미국정부지출’(USAspending.gov)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표 계산에 묻힌 “연금개혁 하겠습니다”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학회는 요즘 대선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매주 여야 대선 후보를 초청해서 토론회를 하고, 분야별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여기서 차기 정부의 복지·재정 분야 과제 1순위로 꼽힌 것이 연금개혁이었다. 명색이 행정과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집단에서 지목한 것이니, 연금개혁이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임은 틀림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빈곤에 대처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공적연금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나랏빚 걱정 많이 하는 것은 현재의 빚이 많아서가 아니라, 미래의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이고, 이는 주로 공적연금 빚 때문이라는 것도 제법 알려진 일이다. 게다가 공적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의 기본수단이건만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긴다. 국민 다수는 과연 내가 늙었을 때 연금을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그때까지 연금재정이 거덜나지 않고 버틸지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