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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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십자로에 놓인 대한민국호 대한민국의 운명이 십자로에 놓여 있다. 절벽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보수의 입장에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그 염원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교안보 영역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한·미 동맹의 강화, 덧붙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시에 강화한 정부는 없을 것이다. 정부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경제안보시대에 발맞추어 동맹인 미국과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대미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노동과 교육현장에서는 정부의 권위를 최대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와 질서 회복을 위해 공권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디리스킹의 세계와 냉전장화하는 한반도 역사는 예정된 것이 아니라 행위 주체들이 만들어간다. 한반도는 점차 냉전시대로 회기하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양상은 더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북한 김정은 정권은 유일하게 현 국제정세를 신냉전 상황으로 규정하였다. 북한으로서는 신냉전이 그간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여 중국과 러시아 같은 강력한 우방을 확보하고, 경제·전략적 지원을 획득할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해준다. 북한은 이제 핵미사일 도발을 해도 국제적인 압박에 대한 염려가 없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치열한 외교의 시대, 폭풍 속의 한국 외교 한국 외교가 당혹스럽다. 윤석열 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욕외교와 한·미 동맹에 대한 홀대를 비판하면서 중국에 대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당당한 외교를 표방하였다. 미·중 전략경쟁의 국면에서, 그간 국내에서 논의되어 오던 대응 전략 중 한·미 동맹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헤징전략론과 미·중 간에 균형을 추구하는 균형외교론을 과감히 폐기하였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시험대에 선 윤석열 외교 지난 1년간, 집권 이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분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에 집착하고, 급변하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반해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에 올인했다. 미국이 제시하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역사의 바른 선택’ 혹은 시대정신 위에 서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결기도 보여주었다.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삼각공조를 완벽하게 복원해 한국 외교를 정상화했다는 칭찬도 받았다.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고, 유럽·중동 등지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는 초대장이 밀려오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국제정치의 본질과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 국제정치의 본질적 환경은 정글에 가깝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은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동맹은 수단이고, 타인의 자비에 나의 생존과 번영을 기댄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보다 사회화되고 규범화된 개인의 삶과 국제정치의 삶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국가의 생존과 주권의 존중을 보장한 20세기적인 국제적 규범이나 규칙은 강대국의 이익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너무나 미약한 기제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의 대외정책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한·미 동맹에 의지하여 생존과 번영을 구가해 온 대한민국은 미·중 전략경쟁과 새로운 국제정치 상황의 도래가 대단히 곤혹스럽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오호통재라 오호통재((嗚呼痛哉)라! 2023년 3월6일은 대한민국 외교사상 가장 고통스럽고 통탄할 날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속해 온 역사 문제, 전쟁 성노예 문제, 일제 징용 피해 보상 문제 등 일본과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백기 항복을 선언했다. 일본의 역사적 책임, 배상, 보상 여부에 대한 논란과 그간의 외교적 과정은 불문하고 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단호한 언명이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이에 숨죽이고, 일부 당파적 지식인들은 벌써 박정희 대통령이 단행한 일본과의 국교 수교와 같은 역사적 결단 혹은 시대적 소명을 담았다고 찬양하기까지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해법을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을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외교안보 정책 결정, 민주화가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향을 보여준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정책들과 단절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방안, 부동산 문제, 노동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들과 일관성을 가지는 분야가 있다. 우적(友敵), 즉 ‘우리’와 ‘너희’를 확연하게 구분하면서 ‘너희’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아마 노무현 정부 이후 강화된 이 전통이 지속된다면, 정권이 바뀌면 그 ‘우리’도 확연히 배제될 것이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격변의 국제정치, 자강이 그 답이다 새해 벽두부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적 도전은 설상가상이다. 우선, 남북한 간 대립의 파고가 심상찮다. 북한과 한국은 모두 국제정치에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대칭적 대응방식(tit-for-tat)을 넘어서서 위기를 격상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듯하다. 북한은 이미 2022년 9월8일 핵무력 정책법령의 채택을 선포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의지는 불가역적이라 선언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을 대폭 강화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고, 주한미군을 방어 불능의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은 거의 도발의 자유재량권을 확보한 듯하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겸허함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 미국과 중국에서 변곡점이 될 수도 있었던 정치 일정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중국에서는 제20차 공산당 대회가 개최되었고,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었다. 모두 일반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난 결과들이 나왔다. 시진핑의 3연임은 일반적으로 예측하였으나, 이토록 권력을 집중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하원에서 겨우 승리하였고, 상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주도하게 되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시진핑 3기 체제의 등장과 한국의 선택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시진핑 집권체제가 성립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측 못했을 것 같다. 중국 핵심 지도부는 리창, 차이치, 왕후닝과 같이 시진핑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기준으로 채워졌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이 향후 보다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중국만의 방식으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언명이나, 군사력의 지속적인 강화, 대만에 대해 비평화적 방식의 통일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여전히 중용된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의 이상이 원(元)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영감을 안겨주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태평성대가 저물어가는 시대의 외교전략 태평성대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관점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대였다. 이념적으로 자유와 민주는 보편적인 가치로 고양되었고, 외교안보적으로는 동맹 체제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세계화로, 그리고 경제 발전과 분쟁은 세계은행·IMF·WTO 등의 기구들을 통해 관리하였다. 강대국 간의 전쟁 없이 이념적 적수였던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냈고, 소련과 사회주의권은 붕괴되었다. 전통적으로 강대국들이 자신의 세력권을 주장하면서 상호 치열하게 싸웠던 지정학 국제정치는 부차적인 사안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패권질서하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는 급속히 발전하는 경제의 혜택을 보았고, 한국은 이 가운데에서도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차례로 이룬 가장 성공적인 나라였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한·중 수교 30년…보완적인 어제, 불분명한 내일 8월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지난 10일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서른이 되면 어떤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된다)이라는 성어를 인용해 한·중관계 30년을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한·중관계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불안정하다.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30년은 냉전시대 30년처럼 다시 적성관계로 전환할지, 우호적인 관계로 재설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