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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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경기 사이클이 달라졌다 필자는 1996년부터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 생활 초기 10여년은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사원 때 외환위기가 터졌고, 대리가 되니 당시 3대 재벌이었던 대우그룹이 파산했다. 과장으로 승진하니 카드위기로 경제가 휘청였고, 차장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길이 한국으로 옮겨붙었다. 각각의 위기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 위험이 수반되며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됐고, 그때마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는 50% 이상 급락하면서 소위 반토막이 나곤 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들 힘으로 활력을 도모하는 일본 경제 미국의 1980년대는 욕망의 시대였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옹호한 케인스주의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권위를 잃었고, 시장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파의 보수주의 경제학이 힘을 얻기 시작한 시기가 1980년대였다. ‘시장’과 ‘경쟁’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선이었고, 금융시장은 부를 좇는 원색적 욕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영되는 장이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8년작 <월 스트리트>에 나오는 고든 게코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제국이 쇠할 때 나오는 신호들 주식시장에서는 최고의 기업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과잉낙관에 대해 주가가 반응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일지라도 낙관적 기대가 주가에 충분히 투영돼 있다면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장밋빛 미래의 스토리는 투자자들을 매혹하지만, 이미 이런 기대를 넘치게 반영하고 있는 주가는 뒤늦게 매수에 가세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곤 한다.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일 때가 실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로 보는 경제, 소수만 흥하고 다수는 어렵다 주식시장은 당대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가 처음 1000선에 올라선 때는 1989년 3월이었다.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한국 경제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린 시기에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 네 자릿수에 올랐다. 코스피가 2000선에 도달한 시기는 2007년 7월로 1000선 도달 후 1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 경제 고성장의 수혜를 누리면서 당시 코스피는 레벨업됐다. 이후 코스피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의 초저금리를 동력으로 2021년 1월 3000선에 올라섰지만 이후 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2000선으로 내려앉았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시장 개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들 지난달 열린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다시 강조했다. 재정지출은 늘 뜨거운 감자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세금을 낭비하면서 눈 먼 돈이 풀린다’는 우려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 ‘정부의 공적 역할을 방기한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조는 보수주의자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고여 있는 부(富)의 순환을 허하라 경제 성장과 불평등 사이에 뚜렷한 인과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성장이 불평등을 강화하거나 혹은 약화하는 쪽으로 일관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 통념과는 달리 1980년대 한국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다. 정치적 민주화와 궤를 같이했던 1987년 이후의 전투적 노동운동이 불평등을 완화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 사회의 불평등 약화는 1980년대 전반에 걸쳐 추세적으로 진행됐던 현상이다. 1987년 이전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시기에도 불평등 지표는 약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포스코와 한국전력 등 우량 공기업들의 소유권이 국민주 공모라는 이름으로 다수 대중들에게 분산되기 시작하던 시기도 1980년대였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행동하는 주주들 A사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이다. 오랫동안 영업을 잘해온 우량 기업이었고, 주가도 한때 116만원까지 상승해 황제주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좋았던 회사가 10여년 전부터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리점에 대한 갑질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오너 일가의 회삿돈 유용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다가 급기야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가 치명타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돌출된 스캔들이라 더욱 큰 공분을 샀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은행 위기와 대마불사 자본주의 은행 위기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속성을 가진다. 은행의 실제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예금자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면 그 자체로 은행은 파산한다. 은행의 기본적인 비즈니스는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일인데,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인출하면 버텨낼 수 있는 은행이 없다. 은행의 위기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비화되곤 한다. 은행은 돈의 흐름을 중개하는 경제의 혈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힘들어지면 대출이 중단되고,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돈이 돌지 않는 금융시장의 경색은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급격한 경기 하강을 유발하게 되는데, 금융이 매개가 된 이런 일련의 악순환이 시스템 리스크이다. 혹여 은행이 파산하기라도 하면 혼란은 배가된다. 2007~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과정에서 경험했던 그 난리통이 시스템 리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금융 권력 흥망사 문학과 영화에 나오는 금융인들은 악당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렇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M&A 전문가 고든 게코를 ‘고삐 풀린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나오는 은행원 고태수는 순진한 여성 초봉을 희롱하는 바람둥이이고,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악한 조규환의 직업은 거액의 자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였다. 금융인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비호감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기생하는 영역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있고,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금융은 천대받던 소수자인 유대인의 영역이었다는 역사적 맥락, 대체로 10여년에 한 번씩 나타났던 금융 스캔들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그것들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자본주의 과잉의 어떤 나라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애플의 자기자본은 506억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63조원(원·달러 환율 1250원 가정)으로 삼성전자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자기자본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말 애플의 자기자본은 1340억달러였다. 5년 동안 자기자본이 62%나 감소한 셈이다. 자기자본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증시는 장기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유동성 모르핀을 맞았던 2020년 장세가 예외였을 뿐,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박스권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12월7일 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는 239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는데, 10년 전인 2012년 12월7일 마감 종가는 1957포인트였다. 10년 동안 코스피는 22.3% 오르는 데 그쳤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병행, 그 불가능한 임무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분히 매파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겠지만, 이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긴축 사이클의 금리 고점은 9월 FOMC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더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 파월 의장 발언의 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