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혜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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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속의 ‘OO녀’ 페미니스트 교사의 ‘은밀한’ 성평등 수업 이야기 초등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한 여성을 사랑한 도깨비 이야기가 나온다.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예쁜” 버들이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쉽게 샘물을 뜰 수 있도록 몽당깨비는 샘물을 그의 집 근처로 옮기고, 그 죄로 1000년 동안 구덩이에 갇히는 벌을 받았다. 몽당깨비는 버들이가 자신을 속여 샘물을 독차지 했고, 집 근처에 말 피를 뿌려 도깨비가 접근할 수 없게 했다고 했다. ‘인물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는 게 이 단원의 교육 목표인데, 많은 교재는 몽당깨비가 ‘믿음과 사랑’을 추구하고 버들이는 ‘현실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몽당깨비는 순수하며 버들이는 계산적이다. 이 추론의 근거는 모두 몽당깨비의 말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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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속의 ‘OO녀’ 언론이 부추긴 ‘여혐’, 교실에 스미다 20년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교육 강사로 일선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김현회(52)는 “요즘만큼 수업 진행이 어려운 적도 없었다”고 했다. 무엇이 성차별인지, 왜 여성혐오인지 툭 물으면 콕 짚는 베테랑 강사지만 요즘 자주 말문이 막힌다. 바로 ‘골칫거리 질문’ 때문이다. 이 질문은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선생님 페미니스트에요?” 청소년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 민서연(16)과 레빗(별명·17)의 사정은 비슷하지만 좀 더 복잡하다. 언론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지만 학교에서는 답을 구하기도, 의문을 품기도 어렵다. 여성으로 갖는 의문인데도 청소년이라 무시된 적도 있다. 어떤 어른들은 “예전엔 더했어”라 훈계하고, 어떤 이들은 외면하거나 답을 피한다. 방조와 외면이 익숙해진 학교 현장에서 질문은 대상이 바뀔 뿐, 보다 날선 형태로 되풀이 된다. “너 페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