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최신기사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AI의 수학 정복 최근에 오픈AI가 출시한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o1은 그 이전 모델인 챗GPT-4o에 비해 수학과 언어에 대한 이해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델은 그 전 모델과 달리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전 모델들은 수학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딘가에 그것과 유사한 문제가 있거나, 기하 문제와 같이 어떤 패턴이 있을 경우에만 풀 수 있었던 반면에 이 새로운 모델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 수 있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AI의 침공 인공지능(AI)에 대한 최근 소식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노벨 과학상 소식이다. 올해는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노벨 인공지능상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정통 물리학자와 화학자가 아니라 AI 개발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거나 AI를 이용하여 연구한 과학자들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의 파격적인 결정에 이제 노벨상도 미래지향적이 되었다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과학의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 결정을 공개 비판하기도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머신러닝이나 인공신경망은 컴퓨터 과학이지 물리학은 아니다”라거나 “AI 기술은 아직은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한다. AI 기술은 그 결과가 나오는 과정이 충분히 예견되거나 설명되지 못하는 데다,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 지식이라는 과학의 정의와도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이미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인류는 AI에 의해 발생할 아주 크고 빠른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인공지능과 수학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의 필요성이 점점 커져 가는 상황에서 수학의 중요성도 같이 커지고 있다. 몇년 전에 일본에서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펴낸 ‘수리자본주의의 시대: 수학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매우 획기적이다. 그 내용도 획기적이고 정부의 두 부처가 공동으로 학문의 어느 한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 보고서에는 “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도 수학, 둘째도 수학, 셋째도 수학”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AI, 수학문제를 풀다 매년 7월에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는 전 세계 약 110개국에서 온 600여명의 수학 천재들이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영국에서 열렸는데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는 XTX Markets라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 호주에서 열리는 IMO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대회에만 200만파운드(약 34억6894만원) 이상을 후원한 이 회사는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하는 금융회사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공익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일을 하는 이 회사는 유난히 수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올해 이 회사가 주관하는 AI 수학올림피아드(AIMO)라는 대회가 IMO와 함께 열렸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만족하다’와 ‘만족시키다’ 우리말 중에 주로 수학에서만 쓰는 동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만족하다’ 또는 ‘만족시키다’라는 동사다. 수학에서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또는 만족시키는) 함수 f(x)를 구하시오”와 같은 문장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법적으로 만족하다가 맞느냐 아니면 만족시키다가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예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한국수학올림피아드 등 중요 시험에서 수학문제 출제진은 늘 만족하다파와 만족시키다파로 나뉘어 왔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성향 머리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공부 잘한다고 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정도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타고난 지능이 곧 학업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머리 좋은 학생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대학교나 과학영재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평생 동안 ‘머리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사는 복을 누린다. 하지만 명문대를 나왔으나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동안 나는 많이 봐왔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공부와 작업기억 오랜 세월 동안 유럽에서는 수학교육을 언어교육과 함께 기초소양교육의 양대 기둥으로 삼아왔다. 왜 그렇게 수학을 중시하고, 왜 누구나 어려운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학생들은 대개 그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할 뿐이다. 성인들 중에는 “기본적인 개념만 이해하면 됐지 왜 어렵게 배배 꼰 문제들까지 풀어야 하죠?”라든가 “어렵게 배웠던 수학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써먹은 적이 없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지성의 발달과 인류의 행복지수 얼마 전 어느 젊은 과학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내용 대부분은 자신의 최근 몇 년간 연구 경험과 연구 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중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는 대목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저는 지능이 너무 높아진 게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보통 지적 능력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동물들은 정신적인 고통에 그렇게 시달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는 정신이 발달하고 비대해지니까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에 더 시달리잖아요.” 그는 이에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룩한 종이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생존에 썩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이 산업화되고 발달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나요? 오히려 출생률은 더 떨어졌잖아요. 생물로 봤을 때 출생률 저하는 도태거든요.”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은 우주 언어 우리는 바닷가에서 푸른 바다와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멋진 구름과 싱그러운 바람에 짙은 감동과 즐거움을 느낀다. 태양이 지는 저녁 무렵 수평선에 걸린 해님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우리의 가슴은 떨린다.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보며 끝도 없이 광활한 우주를 떠올린다. 상쾌한 아침에 들리는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이 모두가 신(神)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최고 인재들의 의대 진학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기존의 약 3000명에서 2000명을 더 늘려 5000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여 나라 전체가 시끄럽고 심각한 의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필수 진료과의 의료진 부족 문제와 지역 의료 문제 등으로 의사 증원에 대한 당위성이 존재하다 보니 자신 있게 이것을 밀고 나가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기에 갑자기 발표하게 되었는지, 과연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적당한 건지, 의사 증원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 사안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여기서는 당장 염려되는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겸손과 학업성취 오래전 처음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한민국 대표단 인솔책임자인 부단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 한 교수가 나에게 ‘대표학생들이 매우 건방지고 이기적이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었다. 그러나 웬걸, 막상 대표학생들과 같이 지내보니 학생들이 너무나 착하고 겸손한 것 아닌가? 그 이후로 지금까지 30년간 수많은 최고 수학영재들을 지도해왔는데 그들은 대부분 아주 착하고 남들을 존중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수학교육 오래전에 라디오에서 어떤 교육학자가 “모든 사람이 어려운 수학을 다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학은 중학교 과정까지만 누구나 공부하게 하고 고등학교부터는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만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일도 없는 고난도의 수학을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 수학 부진아들이 겪는 고통은 아주 크다. 특히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