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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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성향 머리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공부 잘한다고 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정도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타고난 지능이 곧 학업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머리 좋은 학생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대학교나 과학영재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평생 동안 ‘머리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사는 복을 누린다. 하지만 명문대를 나왔으나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동안 나는 많이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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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공부와 작업기억 오랜 세월 동안 유럽에서는 수학교육을 언어교육과 함께 기초소양교육의 양대 기둥으로 삼아왔다. 왜 그렇게 수학을 중시하고, 왜 누구나 어려운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학생들은 대개 그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할 뿐이다. 성인들 중에는 “기본적인 개념만 이해하면 됐지 왜 어렵게 배배 꼰 문제들까지 풀어야 하죠?”라든가 “어렵게 배웠던 수학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써먹은 적이 없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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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지성의 발달과 인류의 행복지수 얼마 전 어느 젊은 과학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내용 대부분은 자신의 최근 몇 년간 연구 경험과 연구 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중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는 대목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저는 지능이 너무 높아진 게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보통 지적 능력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동물들은 정신적인 고통에 그렇게 시달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는 정신이 발달하고 비대해지니까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에 더 시달리잖아요.” 그는 이에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룩한 종이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생존에 썩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이 산업화되고 발달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나요? 오히려 출생률은 더 떨어졌잖아요. 생물로 봤을 때 출생률 저하는 도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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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은 우주 언어 우리는 바닷가에서 푸른 바다와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멋진 구름과 싱그러운 바람에 짙은 감동과 즐거움을 느낀다. 태양이 지는 저녁 무렵 수평선에 걸린 해님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우리의 가슴은 떨린다.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보며 끝도 없이 광활한 우주를 떠올린다. 상쾌한 아침에 들리는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이 모두가 신(神)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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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최고 인재들의 의대 진학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기존의 약 3000명에서 2000명을 더 늘려 5000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여 나라 전체가 시끄럽고 심각한 의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필수 진료과의 의료진 부족 문제와 지역 의료 문제 등으로 의사 증원에 대한 당위성이 존재하다 보니 자신 있게 이것을 밀고 나가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기에 갑자기 발표하게 되었는지, 과연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적당한 건지, 의사 증원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 사안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여기서는 당장 염려되는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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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겸손과 학업성취 오래전 처음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한민국 대표단 인솔책임자인 부단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 한 교수가 나에게 ‘대표학생들이 매우 건방지고 이기적이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었다. 그러나 웬걸, 막상 대표학생들과 같이 지내보니 학생들이 너무나 착하고 겸손한 것 아닌가? 그 이후로 지금까지 30년간 수많은 최고 수학영재들을 지도해왔는데 그들은 대부분 아주 착하고 남들을 존중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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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수학교육 오래전에 라디오에서 어떤 교육학자가 “모든 사람이 어려운 수학을 다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학은 중학교 과정까지만 누구나 공부하게 하고 고등학교부터는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만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일도 없는 고난도의 수학을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 수학 부진아들이 겪는 고통은 아주 크다. 특히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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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맞춤법과 국립국어원 얼마 전 내가 쓴 영재교육에 대한 책의 마지막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편집자와 맞춤법에 대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그것은 외국인 인명 표기법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출장 가는 길이고 휴대폰을 잠시 후 꺼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지만 30분 넘게 통화를 했다. 편집자는 “제임스 웨브(James Webb)라고 써야 해요. 국립국어원의 표기법에 그렇게 되어 있어요”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너무나 유명하고 다들 그렇게 쓰고 있는데 아니 ‘웨브’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일본어 느낌이 나는 데다 ‘웹사이트’ 같은 말을 이미 흔히 쓰고 있는데 말이다. 설마 ‘web’과 ‘webb’을 다르게 발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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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22년 6월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3차 발사를 통해 실용위성(차세대 소형 위성 2호)을 목표 궤도인 고도 550㎞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정부는 이로써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나라가 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국가 예산 2조원을 들여 개발해 온 것이다. 그 이전 사업인 나로호 발사체는 5000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3번째에 겨우 성공했다. 실은 올해 발사에 성공은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용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중형 위성을 탑재한 제4차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의 시행은 2025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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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 킬러문항, 왜곡 없이 다시 보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교육 과정 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항을 출제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며칠 만에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장은 사임하고, 교육부는 부랴부랴 최근 수능에 나온 22개의 킬러문항을 선별해 발표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언론과 교육관련 단체들이 지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책에 찬성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급작스런 정책의 시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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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타고난 영재와 길러진 영재 서울과학고 백강현군의 자퇴 소식이 알려진 후 한동안 시끄러웠다. 여러 언론 매체가 “동급생들이 지속적인 언어폭력으로 백군을 괴롭혔다” “학교 측은 이것의 사건화를 만류하였다”는 백군 아버지의 주장을 알렸다. 이런 기사에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많은 이들이 백군이 학교폭력을 당한 것에 분노하며 서울과학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비난했다. 우리나라는 안 된다며 미국으로 보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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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하향평준화라는 신화 우리나라 학생들은 놀 시간도 없고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없이 학업에 매달리는 ‘교육 지옥’에 빠져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과다 학습과 사교육 문제는 교육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생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사교육과 과다 학습 문제를 생각할 때 기성세대의 상당수는 ‘대학입시’를 떠올린다. 아마도 자신들 학창 시절의 강렬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 문제를 대학입시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