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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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지적(指摘)문화, 두뇌의 퇴화 늦출 수 있다 남들이 잘못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지적받는 사람들이 아주 기분 나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꽤 오래전에 방영됐던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TV 프로그램의 영상에서 사회자가 두 어린이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는 뭘까요?”라고 하니까 그중 한 어린이가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는 장면이 나온다. 남들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문화를 간단히 ‘지적(指摘)문화’라고 불러보자. 용어가 개념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지적문화가 좀 위축되어 있다. 나는 그 나라들이 일찍이 선진국이 되는 데에 지적문화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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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세계 최대 규모 영재교육 제도의 허와 실 우리나라에는 영재교육의 제도와 법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 과학고를 설립하기 시작한 지도 40년이 넘었고,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외국의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한국에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가 28개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놀라워한다. 실제로 다른 어느 나라도 우리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과학영재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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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사공이 많은 우리 교육 우리나라 교육에는 사교육, 과다 학습, 고교평준화 이슈, 대학입시 등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신은 교육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심지어 교육 관련 한 시민단체는 교육부와 언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교육에도 전문가들이 있는 법인데 그들은 전문가들이나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자기들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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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상위 0.001%의 수학 영재 매년 7월에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학영재 6명이 대한민국 대표로 선발되어 나간다. 고등학생들의 수학경시대회인 이 행사에는 매년 110개국 정도가 참가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 최고의 수학영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다. 역사도 길고 최근 20여년간 (수학자의 최고 영예인) 필즈메달 수상자들 중에 이 대회 출신이 반 정도나 되는 만큼 수학의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국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 동안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했고 작년, 재작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를 하는 등 중국,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4대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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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자들이 하는 일 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수학자들은 어떤 것을 논문으로 쓰나요?” “수학은 수천년 되었는데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실 수학자들이 하는 연구의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수학자들은 간단히 말해 수학적인 문제를 풀고 그 풀이를 논문으로 발표한다. 여기서 수학적인 문제를 푼다는 것은 대개 어떤 수학적 추측을 증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자들에게는 좋은 문제, 즉 좋은 추측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연구활동 중 하나이다. 또한 그들이 유난히 잘하는 일 중 하나는 누군가 어떤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 사용했던 새로운 수학적 방법론을 남들이 쓰기 좋게 잘 정리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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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만년 후의 과학 수학자나 기초과학자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추상적인 수학은 어디에 쓰이나요?” “입자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나요?” 등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실은 수학자 중에도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그런 회의를 하는 이가 많다. 나도 젊었을 때는 실용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과연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될까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대의 수학과 과학의 가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 미래의 과학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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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명나라 과학이 유럽에 뒤지게 된 이유 지금부터 약 500년 전인 명나라 시절까지는 중국의 과학 수준이 아마도 유럽보다 앞서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15세기까지 중국이 더 앞서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15세기 초에 이루어진 정화의 원정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는 명나라 황제 영락제의 명령에 따라 1405년부터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쳐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해외 원정을 갔다 온다. 1차 원정의 예를 들면 주선이 길이가 137m, 폭이 56m에 이르는 초대형으로 당시 유럽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커다란 선박이었다. 함대는 모두 62척의 배로 구성되고 승무원이 총 2만8000명 정도 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하다. 그 원정대는 동남아시아, 인도, 아라비아반도, 그리고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갔고 많은 진귀한 해외 물품, 특히 아프리카의 진기한 동물들을 배에 싣고 돌아왔다. 한편, 영락제가 수도를 남경에서 북경으로 옮기며 새로 지은 자금성의 규모도 놀랍다. 1406년부터 1420년까지 지어진 자금성은 높이가 10m에 이르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담의 길이가 4㎞에 이른다. 건물이 800채, 방은 9000개 정도 된다. 성을 에워싸고 있던 해자의 폭은 52m, 깊이는 6m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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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사고와 판단의 유연성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성향이 있다. 이것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르고 이것은 현대의 심리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인지 편향의 심리를 인지부조화이론의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 뇌인지심리학자인 이상아 서울대 교수는 ‘마음의 편향은 강력한 본능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서 감정이나 사회적 반응뿐만 아니라 물체 인식에서 생물 구분까지 편향된 직관들이 인간들의 마음 곳곳에 새겨져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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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조급할 필요가 없다 나는 무엇인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경우에는 가능하면 그 판단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상에 판단해야 할 사안은 수없이 많고 그중에는 판단의 시기가 이를수록 좋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좋은 정보를 모으고 이것저것 따져 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든 일찍 하는 게 좋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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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판단력과 분별력 현대인들에게 판단력과 분별력은 개개인의 행복 지수, 건강(수명), 경제 상황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체의 안녕과 발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흔히 “한국 사람들은 뛰어나다”라고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일을 되게 하는 능력, 가시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또는 승부에서 이기는) 능력, 뛰어난 예술적 창의성 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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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의 어려움 지난번 칼럼에 ‘수○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 용어가 개념을 고착화하고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둘째, 수학 교과 내용을 줄이고 쉬운 문제만 출제하는 것으로 학습 부진아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수학을 교육하는 환경임을 명심하자. 셋째, 수학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목이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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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자’라는 용어 쓰지 말자 우리 사회는 요즘 빠른 속도로 정보화,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의 발전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수학과 수학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수학교육에서 학습 부진아 문제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나는 수학교육 전문가로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수학교육 관련 학술대회도 10여차례 주관하였고, 수시로 현직 교사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래서 나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립돼 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전문가도 요즘에는 아주 많다. 나의 생각을 다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니 여기서는 내가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은 것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