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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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수학교육 오래전에 라디오에서 어떤 교육학자가 “모든 사람이 어려운 수학을 다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학은 중학교 과정까지만 누구나 공부하게 하고 고등학교부터는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만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일도 없는 고난도의 수학을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 수학 부진아들이 겪는 고통은 아주 크다. 특히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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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맞춤법과 국립국어원 얼마 전 내가 쓴 영재교육에 대한 책의 마지막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편집자와 맞춤법에 대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그것은 외국인 인명 표기법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출장 가는 길이고 휴대폰을 잠시 후 꺼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지만 30분 넘게 통화를 했다. 편집자는 “제임스 웨브(James Webb)라고 써야 해요. 국립국어원의 표기법에 그렇게 되어 있어요”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너무나 유명하고 다들 그렇게 쓰고 있는데 아니 ‘웨브’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일본어 느낌이 나는 데다 ‘웹사이트’ 같은 말을 이미 흔히 쓰고 있는데 말이다. 설마 ‘web’과 ‘webb’을 다르게 발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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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22년 6월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3차 발사를 통해 실용위성(차세대 소형 위성 2호)을 목표 궤도인 고도 550㎞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정부는 이로써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나라가 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국가 예산 2조원을 들여 개발해 온 것이다. 그 이전 사업인 나로호 발사체는 5000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3번째에 겨우 성공했다. 실은 올해 발사에 성공은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용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중형 위성을 탑재한 제4차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의 시행은 2025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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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 킬러문항, 왜곡 없이 다시 보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교육 과정 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항을 출제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며칠 만에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장은 사임하고, 교육부는 부랴부랴 최근 수능에 나온 22개의 킬러문항을 선별해 발표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언론과 교육관련 단체들이 지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책에 찬성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급작스런 정책의 시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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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타고난 영재와 길러진 영재 서울과학고 백강현군의 자퇴 소식이 알려진 후 한동안 시끄러웠다. 여러 언론 매체가 “동급생들이 지속적인 언어폭력으로 백군을 괴롭혔다” “학교 측은 이것의 사건화를 만류하였다”는 백군 아버지의 주장을 알렸다. 이런 기사에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많은 이들이 백군이 학교폭력을 당한 것에 분노하며 서울과학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비난했다. 우리나라는 안 된다며 미국으로 보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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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하향평준화라는 신화 우리나라 학생들은 놀 시간도 없고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없이 학업에 매달리는 ‘교육 지옥’에 빠져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과다 학습과 사교육 문제는 교육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생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사교육과 과다 학습 문제를 생각할 때 기성세대의 상당수는 ‘대학입시’를 떠올린다. 아마도 자신들 학창 시절의 강렬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 문제를 대학입시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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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지적(指摘)문화, 두뇌의 퇴화 늦출 수 있다 남들이 잘못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지적받는 사람들이 아주 기분 나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꽤 오래전에 방영됐던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TV 프로그램의 영상에서 사회자가 두 어린이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는 뭘까요?”라고 하니까 그중 한 어린이가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는 장면이 나온다. 남들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문화를 간단히 ‘지적(指摘)문화’라고 불러보자. 용어가 개념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지적문화가 좀 위축되어 있다. 나는 그 나라들이 일찍이 선진국이 되는 데에 지적문화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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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세계 최대 규모 영재교육 제도의 허와 실 우리나라에는 영재교육의 제도와 법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 과학고를 설립하기 시작한 지도 40년이 넘었고,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외국의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한국에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가 28개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놀라워한다. 실제로 다른 어느 나라도 우리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과학영재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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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사공이 많은 우리 교육 우리나라 교육에는 사교육, 과다 학습, 고교평준화 이슈, 대학입시 등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신은 교육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심지어 교육 관련 한 시민단체는 교육부와 언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교육에도 전문가들이 있는 법인데 그들은 전문가들이나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자기들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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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상위 0.001%의 수학 영재 매년 7월에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학영재 6명이 대한민국 대표로 선발되어 나간다. 고등학생들의 수학경시대회인 이 행사에는 매년 110개국 정도가 참가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 최고의 수학영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다. 역사도 길고 최근 20여년간 (수학자의 최고 영예인) 필즈메달 수상자들 중에 이 대회 출신이 반 정도나 되는 만큼 수학의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국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 동안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했고 작년, 재작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를 하는 등 중국,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4대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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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학자들이 하는 일 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수학자들은 어떤 것을 논문으로 쓰나요?” “수학은 수천년 되었는데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실 수학자들이 하는 연구의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수학자들은 간단히 말해 수학적인 문제를 풀고 그 풀이를 논문으로 발표한다. 여기서 수학적인 문제를 푼다는 것은 대개 어떤 수학적 추측을 증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자들에게는 좋은 문제, 즉 좋은 추측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연구활동 중 하나이다. 또한 그들이 유난히 잘하는 일 중 하나는 누군가 어떤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 사용했던 새로운 수학적 방법론을 남들이 쓰기 좋게 잘 정리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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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만년 후의 과학 수학자나 기초과학자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추상적인 수학은 어디에 쓰이나요?” “입자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나요?” 등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실은 수학자 중에도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그런 회의를 하는 이가 많다. 나도 젊었을 때는 실용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과연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될까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대의 수학과 과학의 가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 미래의 과학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