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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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사과 지난 6일, 정부는 국내 재단이 전범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2018년 대법원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한다. 일본 측에서는 가해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이 재단 기부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측의 인정도 사과도 없이, 배상의 형식도 아닌 돈을 한국에서 대신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굴욕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강제 징용 생존 피해자들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며, 제3자 변제를 단호히 거부했다. 가해 기업과 일본의 사죄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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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계속해주세요 내가 쓰는 글에는 독자가 많지 않다. 문학도 위기라고 하는 마당에, 문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평론이 널리 읽힐 리 만무하다. 게다가 문학평론은 문학 이론이나 철학까지 망라하여 다루기에, 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잘 읽지 않는다. 그래도 웹진이나 신문에 발표한 글에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것이 신기해서 종종 들여다보고는 하는데, 그중에는 익명인데도 작성자가 누군지 훤히 보이는 댓글이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가며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다고, 이 부분은 이렇게도 읽힌다고,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적어준 글. 감동하며 읽다가 마지막 구절에 이르러서는 결국 피식 웃게 된다. “좋은 글을 쓰시는 작가님, 밥은 잘 챙겨 드시는지요?” 글을 쓰는 나의 안위까지 생각하는, 그런 오지랖 넓은 이의 댓글을 읽으면 나는 소리 내어 웃고 만다. 그제야 아이디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역시나 익숙한, 영어와 숫자의 조합이다. 아빠가 쓰는 e메일 주소다. 종종 아이디까지 바꿔가면서 달지만, 결국 다 들키고 만다. 이건 아빠 동호회 아이디네, 이건 회사 아이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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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다정한 세계를 알아차리는 일 새해를 맞아, 친구는 단체 대화방에 해돋이 사진을 보내왔다. 1월1일에 무학산에 올라 직접 찍어온 2023년의 첫 해란다. 몇몇 친구들은 “과학 선생님이 그런 거 보러 가도 돼?”라며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새로운 해가 뜬다’는 비과학적인 믿음을 가져서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다들 웃어넘겼지만,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 중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그 또한,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는 인간 중심적 시각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한 해가 가고 새로운 연도가 온다는 인식은 인간의 임의적인 구분에 근거한다. 이러한 근대적 시간관에 이미 폐기된 천동설까지 더해진 사고가 ‘새해 첫 일출’을 의미화하는 배경이겠다. 그렇다면 일출을 보러 가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일은 비이성적이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