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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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투자해도, 투자하지 않아도 2017년쯤의 일이다. 당시 20대 후반 나이였던 한 청년의 진로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몇년 동안 힘든 일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끝에 꽤 큰돈을 마련한 상태였다. 이제부터 뭘 할지, 그 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주위 선배들은 “비트코인을 사든지 서울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라”고 했단다. 지금 돌아보니 혜안이 담긴 조언이지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라면 네 재능을 살리고 커리어를 만들어줄 ‘경험 자원’에 돈을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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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이혜훈 논란이 남긴 질문 첫 직장인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부자일수록 공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돈 안 내고 누리기를 바란다. 백화점 VIP 룸에서 주는 커피 따위, 수천 잔도 일시불로 살 수 있지만 공짜로 줄 때 꼭 챙겨 마신다. 쇼핑할 때면 직원이 자신을 알아보고 특별 할인은 물론, 따로 빼놓은 스페셜 에디션까지 챙겨줘야 만족한다. 그뿐 아니다. 부자들은 갖은 방법으로, 온갖 인맥을 동원해 민원을 한다. 공항 입국장 빨리 지나가게 해달라고, 어디 조사받을 일 있으면 가볍게 해달라고, 공연 특석 자리 구해달라고 등등 부지런히도 민원을 한다. 절실하게 필요해서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제 능력만으로 들어갈 만한 직장이어도 꼭 뽑아달라 청탁하고, 어차피 승진할 차례여도 잘 봐 달라고 한 번 더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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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일년에 하루, 반나절만이라도 작은 회사를 창업 준비 중인 여성이 의논을 청해온 적 있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며 친해진 세 명이 함께 회사를 차리려는데, 자신이 대표가 되면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걱정이라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태도만 봐도 좋은 경영자가 될 자질이 있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 걱정대로 될 소지도 분명 있었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친한’ 사람들이 고용관계가 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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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상명하복만이 문제일까 공무원에 대해 ‘복지부동’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가 만난 중에는 자기 일의 중요성과 가치를 진심으로 믿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꽤 드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공무원에게서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자신을 “승진은 포기한 사람”이라 칭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는 전임자를 두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분도 이제 승진하셔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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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혁신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엘리자베스 홈스라는 여성이 있다. 혈액 한 방울로 250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 주장한 그는 2014년 기준 10조원 이상 가치로 평가받은 벤처기업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였다.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후 ‘에디슨’ 기술이 크게 과장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기업 가치는 0원으로 추락했고 그는 사기죄로 수감됐다. 금발의 매력적 외모와 집안, 학력, 언변 등 다른 장점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를 세상에 알린 그 기술, 그 혁신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나머지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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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맥을 깨뜨리는 시대적 책임 “○○대학은 사회 나가보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함이 다르대요.” 최근 대학 입시에 관한 동영상들을 보고 있는데 이런 댓글이 자주 눈에 띈다. 익히 들어본 말이기는 하지만 청소년 세대를 놓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씁쓸하다. 대학뿐 아니라 특목·자사고, 국제중, 사립초, 영어유치원, 심지어 산후조리원까지도 그 효용을 일정 정도 ‘인맥 만들기’에서 찾는 인식은 꽤 일반적이다. 무리해서라도 자녀를 ‘학군지’에서 키우려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입시와 부동산 쏠림의 일정한 원인이 인맥 지향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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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기업들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4일, ‘힐리스’라는 단어를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바퀴 달린 신발 이름이다. 22년 전,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투쟁 중이던 김주익씨가 목숨을 끊었다. 회사가 노조에 제기한 150억원 손해배상 소송으로 그의 월급은 물론 집까지 가압류를 당했다. 그는 유서에 “아이들에게 힐리스를 사주겠다 약속했는데 못 지켜 미안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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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심기 보좌’가 조직을 망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과 사퇴 과정에서 불거졌던 ‘보좌관 갑질’ 문제는 벌써 지나간 이슈가 됐다. 당시 쏟아진 보도와 사회적 관심으로 본다면 차제에 국회 보좌관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할 만도 하건만 그런 움직임은 안 보인다. 이 점만 봐도 보좌관들이 어떤 처지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몇년간 일자리를 연구하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청년 직원들을 인터뷰해 보니 상사의 갑질은 직장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사유였다. 갑질은 크게 두 방식이 있다. 하나는 앞서 강선우 전 후보자 사안에서처럼 사적 잡일을 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사의 말 한마디로 업무가 휙휙 바뀌는 것이다. 이 둘은 현실에서 대체로 중첩된다. 직원을 각자의 고유한 전문성과 능력에 따라 일하는 존재로 인정해주지 않을 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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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왜 아이들만 집에 두게 되는가 “며칠 전 떴던 뉴스 아닌가?” 지난 3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불이 나 어린 자매가 숨졌다는 소식을 보고 이런 의아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불과 9일 전 거의 똑같은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부산의 다른 아파트 화재 때도 자매가 목숨을 잃었고 부모는 일하러 나간 상태였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동일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구조적 문제”라면서 “진정성 있는 대책을 곧 국민께 발표드리겠다”고 했다. 벌써 지난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태도이고, 어느 정도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그런 대책이 곧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말 ‘구조적 문제’라면 그리 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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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력 쥐어짜기’가 원인이다 일하는 사람을 연구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드세요?” 물으면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하는 답이 있다. “여럿이 하던 일을 이제 저 혼자 해서 힘들어요.” 어떻게 해내느냐고 물으면 “어찌어찌 하게 된다”는 답이 오곤 한다. 언젠가부터 한국 조직들은 직원 수를 서서히 줄이고, 일의 양은 서서히 늘리며 조여가야 한다는 암묵적 담합하에 있는 것 같다. 매출 증대 목표를 세운 기업은 당연하게 희망퇴직부터 시행한다. 위에서 목표를 하달하면 현장에선 어떻게든 두드려 맞춰 인력을 줄인다. 잘 마치면 담당자들은 치하를 받고, 경영진 임기가 연장되기도 한다. 일상적 감축도 늘 이뤄진다. 두 명 나간 자리에 한 명만 뽑는 식이다. 하청업체 인력 쥐어짜기는 더 쉽다. 계약 금액을 후려치면 업체가 알아서 인력을 줄여 마진을 맞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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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현장의 목소리는 왜 듣는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말은 참 흔하다. 선거철인 지금은 정치권에서도, 특히 대선 후보 동선마다 한 번씩 들려온다. 그러나 한국에서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서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아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윗사람이 친히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미덕인 줄 알거나, 직원들과 화기애애하게 몇마디 나누다 “탕비실 간식 바꿔달라”는 민원 정도 들어주고는 소통 잘했다 여기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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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애순이는 좋은 사람이니까? “본연의 공약은 없는가? 남 욕하느라 돈만 쓰고 댕기는 것 같은디?”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 한 대목이다. 제주 도동리 어촌계장 선거에서 경쟁자 오애순(문소리)에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는 부상길(최대훈)에게 도동리 주민이 한 질문이다. 그런 공세에도 애순은 당당히 계장 자리에 올라 그를 지지한 주민들과 가족,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다. 그런데 사실 애순을 당선시킨 것도 ‘네거티브’였다. 부상길이 바람피웠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애순 본연의 공약이 있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해외는 몰라도 한국 시청자들은 여기서 이상한 점을 거의 못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부상길은 나쁜 사람이고 애순은 좋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