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선
부산민주공원 홍보 담당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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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부산호소인이라는 호소 배우 강동원이 인기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에 출연해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를 하자 패널 중 이용주는 자신도 ‘부산인’이라 주장한다. 태어나 3세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는 그의 어색한 부산 방언에 모두가 그를 놀리며 ‘부산호소인’이라 부른다. 부산인 검증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블루베리스무디’를 영화 <친구>의 대사인 “니가 가라 하와이”와 같은 억양으로 읽는다든지, ‘이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의 억양이 문장의 의미처럼 끝없이 올라가는 것, ‘2 /2 /e /e ’가 모두 다르게 발음되는 것 등이 있다. 부산 방언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는가가 ‘찐부산인’과 ‘부산호소인’을 구분하는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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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누구에게나 가을이 와요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며 두 계절의 사이가 아무리 가까워졌다고 해도 그 사이에 가을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지고 건조한 날씨에 눈도 따끔거린다. 몸의 변화로 계절의 변화, 환절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의 변화로도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이야’, ‘난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을 잠식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이 줄어 일시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같은 환절기이지만 봄보다는 해가 짧아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는 가을에 유발률이 높다. ‘11월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자살 소식도 다른 때보다 많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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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주말 당직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잡은펼쳐보임방(기획전시실) 빔프로젝터 전원이 꺼져 영상 작품 재생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고 전시실로 향했다. 빔프로젝터 리모컨을 들고 작품 앞에 서자 관람을 하던 어린이들이 우르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조금 있으면 여기 뭔가 나타날 거예요.” “뭐가 나와요?” “뭘까요? 같이 볼래요?” 여러 동물이 뛰노는 영상이 재생되자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우와” 탄성을 질렀다. 나는 마법사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쭈그려 앉아 영상이 재생되길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이들과 내가 무슨 사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모르는 사이라기엔 알게 되었고 안다고 하기엔 모른다. 직원과 관람객, 성인과 어린이 ….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일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이미 만났던 사이일 수도 있다. 나의 주말 오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어린이들과의 관계를 ‘난잡(亂雜)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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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유예된 미래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말이 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처음 쓴 말로 투구게나 실러캔스처럼 화석으로만 남은 고대의 생물종과 흡사한 외견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존하는 다른 근연 분류군이 존재하지 않는 생물종을 말한다. 대학이나 회사 등의 사회 조직에서 오랜 역사를 직접 경험한 나이 많은 사람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부를 때도 있다. 반대로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마치 여기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존재도 있다. 바로 ‘미래 세대’다. 지금 여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래 세대로 호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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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맏딸의 맏상제-되기 응급실에서 아빠의 곁을 지키며 지난 칼럼이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자마자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아빠는 힘겨운 목소리로 ‘지금은 못 봐. 나중에’라고 말했다.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밤을 꼬박 새웠지만 아빠는 끝내 그 글을 보지 못했다. 늘 나의 첫 번째 독자였던 아빠는 큰딸을 사랑하는 만큼 날카롭게 비판하고 날 선 지적을 했다. 아빠가 내 글을 읽고 평을 해주지 못하는 첫 번째 순간이었다. 장례를 준비하며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제단에 차릴 꽃과 제상, 조문객에게 낼 음식 등등을 골랐다. 상복은 남자, 여자 인원수에 맞춰서 준다고 했다. 나와 나의 애인인 아빠의 사위가 입을 정장 두 벌, 엄마와 동생이 입을 치마저고리 두 벌을 요청하자 장례식장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내게 정말 정장을 입을 것인지 몇 번 물었다. 상복을 입고 왼팔에 두 줄 완장을 차고 맏상제가 된 내 모습에 가족들은 모두 잘했다고 칭찬했다. 아빠가 좋아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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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제 꼬리를 문 뱀의 시간 석사 논문을 쓸 때의 일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크게 감명받고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의 내가 논문을 쓰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무엇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영화 속 주인공이 임무 수행을 위해 집을 떠나던 날, 어린 딸의 방에 모래로 ‘STAY’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딸을 뒤로하고 우주로 떠났다. 먼 미래에 그 현상이 외계인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한 일임을 깨닫는다. 5차원 세계에 사는 외계 존재에 대해 “그들이 아니야, 우리야”라는 대사가 함축적 의미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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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모기와 평화 협정 맺기 “모기하고 싸워서 졌다….”, “난 이기는 중이야. 언니도 힘내!” 알레르기가 심한 우리 가족은 모기 알레르기를 여름마다 겪는다. 모기는 다른 동물의 피를 흡입할 때 대상의 피부 안에 자신의 타액을 주입한다. 통증을 못 느끼도록 하는 마취제이자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성분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모기에 물린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물집이 생기기도 하며 1~2주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 여름철 알레르기 연고는 상비약이다. 밤낮 가릴 것 없이 연고를 손 닿는 곳에 두고 모기에게 물렸다 하면 바로 바른다. 하지만 나는 최근 모기와의 싸움에서 졌다. 연고를 발랐는데도 차도가 없어 얼른 병원으로 가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냥 내 피만 뽑아가면 될 것이지 꼭 이렇게 알레르기까지 나타나게 해야 속이 후련했냐고 모기에게 소리치고 싶다. 환절기 온도 차나 먼지, 햇빛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만 모기 알레르기가 유독 두려운 건 여름내 언제 어디서 모기와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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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입과 귀 사이의 방해물 대화는 화자와 청자, 메시지로 구성된다. 화자는 메시지를 말하고 청자는 이를 듣는다. 세상에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청자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메시지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삭발도 해보고 단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이가 휘두른 곤봉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며 떨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마지막 말을 남기고 불길에 휩싸여도 남은 말은 의심거리로 치부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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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싸우다와 겨루다 부산민주공원의 모든 공간은 한자어와 순우리말 이름 두 가지로 부른다. 원형의 야외극장을 순우리말로 ‘바깥놀이마당’이라 이름 지었다. 최근 또 다른 바깥놀이마당이 생겼다. 바로 ‘부산민주공원 풍물패 바깥놀이마당’이다. 필자의 당숙은 상쇠였다. 초등학생 때 당숙이 후배들의 연습을 보러갈 것인데 같이 가지 않겠냐 하여 따라간 적이 있다. 학교 음악실에서 봤던 북이며 장구가 곳곳에 있었고 넓은 연습실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꽹과리를 치며 사람들을 이끄는 당숙의 모습이 어린 눈에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나도 언젠가는 꽹과리를 배워보고 싶다고, 나도 상쇠가 되어보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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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만우절의 신부 지난 4월1일 만우절에 나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결혼했다. 이 말은 장난일까 아닐까. 장난이 아니라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첫 문장의 의미대로 나는 만우절에 빨간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식’을 했다. 나와 애인은 4년 넘게 연애를 했고 그중 1년은 동거를 했다. 동거를 시작한 후 양가 부모님은 물론 주변에서도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물었다. 청소년 때부터 비혼을 선포했던 나는 애인에게 말했다.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면 서로를 생활동반자로 신고할 것이지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애인은 나의 뜻을 존중했고 우리는 둘의 일상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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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꽃이 진다고 그댈 잊은 적 없다 한국인에겐 새해가 세 번 있다고 한다. 1월1일, 설날, 그리고 3월. 어린이집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한 해를 새로이 시작하는 다짐만큼이나 설렘이 거리를 메운다. 필자도 박사과정 1학기를 시작하며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캠퍼스에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벌써 벚꽃이 폈다. 10년 전만 해도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고 했는데 개강한 주부터 벚꽃이 보이니 부산이라도 개화 시기가 제법 이르다. 하지만 요즘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도 개강도 아닌 소멸인 것 같다. 봄바람 휘날리면 벚꽃이 피는 지역 순서대로 대학이 폐교할 것이라는 지방대학 소멸론, ‘벚꽃엔딩’이 특히 그렇다. 지방대학쯤 없어져도 되지 않냐며 새드엔드가 정해진 것처럼 말하는 데에는 비수도권 지역과 지역의 대학생, 청년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일이라는 체념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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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나의 자리를 찾아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피지컬: 100>의 흥행세가 엄청나다. 2월9일자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 최초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모인 100명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인 <피지컬: 100>은 첫 화, 100명의 참가자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참가자 100명의 몸을 본떠 만든 석고 토르소 100개가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차례로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선 후 자신의 ‘몸’인 토르소를 찾아나선다. 다른 이들의 토르소를 살펴보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자신과 비교도 해본다. 100명이 모두 자신의 토르소 앞에 섰을 즈음에는 100개의 토르소 중에서 가장 팔뚝이 굵은 몸, 복근이 선명한 몸, 이두박근이 발달한 몸 등 각각의 특징이 지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