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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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반복과 차이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본 에피소드이다. 유명한 개그맨이 그 옛날에는 그녀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했던 이른바 국민가수급 원로의 모창을 했는데 막상 젊은 청중들은 그 가수가 누군지 몰라 일단 검색부터 한 다음, 검색화면과 모창을 비교한 다음에야 비로소 똑같다며 웃더라는 것이다. 사실 늘 젊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는 직업 특성상 비슷한 경험을 적지 않게 하곤 한다. 이를테면 한국경제론을 강의하며 당연히 알 거라 전제했던 재벌기업 창업주의 이름을 막상 학생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아는 해당 재벌의 회장은 내가 말하는 분의 아들, 심지어는 손자라는 등의 경험이다. 그러하므로 산업화나 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거나 비난하며 폄하하는 것 모두 젊은 세대에게는 그저 현실과는 동떨어진 철 지난 이야기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아마 그 젊은 세대들마저도 언젠가는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경험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그 느낌으로부터 끊임없이 유사성을 찾아내려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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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피케티의 계급투쟁 최근 번역 출간된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에는 저자가 재직 중인 대학을 방문한 토마 피케티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한 대학원생이 피케티에게 왜 계급투쟁보다 조세제도를 강조하는지 묻자 그는 조세가 바로 계급투쟁의 한 형태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꽤나 급진적인 학생의 도발적 질문에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적 측면 중의 하나를 정확하게 지적함으로써 응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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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생으로 돌아가라? 해변에 세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같은 간격을 두고 양쪽 끝과 한가운데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똑같은 밀도로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면, 가운데 가게가 가까운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결국 아이스크림 가게들도 더 많은 손님을 찾아 해변의 중앙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른바 중위투표자 정리의 알기 쉬운 강의용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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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동소득분배율 수정의 맥락 화제의 드라마 <무빙>에 등장하는 초능력자 부녀는 치킨집을 운영한다. 아빠는 닭을 튀기다가 주문 전화를 받고 오토바이를 탄 채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여고생인 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훗날 종업원을 한 명 고용하여 짐짓 사장답게 꾸짖기도 한다. 치킨집에서는 닭이나 밀가루 등의 재료를 사와서 프라이드 치킨으로 만들어낸다. 당초 재료의 가치를 능가하여 덧붙여진 가치라는 의미에서 부가가치가 생산되었고, 그 부가가치는 생산과정에 참가한 이들이 나눠 갖는다. 부가가치는 노동을 제공한 이가 가져가는 노동소득과 기계설비 등 자본을 제공한 이가 가져가는 자본소득, 두 가지로 이루어질 것이며,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동소득분배율, 그리고 자본소득분배율이다. 노동소득이 임금이라면 자본소득은 이윤이라 부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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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데올로기와 물질적 이해관계 자녀가 결혼할 때 증여세 면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올리는 정책이 추진된다는 뉴스를 읽는다. 내 아이들의 머릿수에 1억5000을 곱해보는 계산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섯 집 중 네 집, 자녀 결혼 때 1.5억 증여해줄 여력 된다”는 제목의 기사가 여러 일간지에 등장한다.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해석한 것이라는데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문구로 보아 어느 공무원이 만든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실었으리라 짐작한다. 계산인즉슨 25세 이상 40세 미만의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6억5000만원 정도, 그중에서 당장 증여하기 어려운 실물자산(아마도 대부분이 부동산일 것이다)을 뺀 나머지, 즉 돈으로 쉽게 바꿔 증여할 수 있는 금융자산 등이 1억6000만원을 약간 넘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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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유머와 폭력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다. 언어를 매개로 대화할 때도 사회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 규칙을 어길 때 이미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다. 언어학자 그라이스가 말한 대화의 격률이 그러한 규칙에 해당한다. 양의 격률이란 대화가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거짓이라 믿는 것,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질의 격률도 있다. 관련성의 격률은 논의 주제에 알맞은 것을 말하라는 것이고, 태도의 격률은 모호하거나 중의적인 표현을 피하고 명료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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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재현의 권력과 권력의 재현 일어났던 일을 남김없이 기록한다고 해서 그대로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떤 입장에서 서술하는가에 따라 서로 대립하는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하므로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는 일종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낱낱이 쓴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온전히 재현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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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성장률과 사라져가는 평균 지금의 50·60대가 어린 시절, 1인당 국민소득과 수출목표는 교실 벽에 위압적인 구호로 걸려 있다가 시험에까지 출제되는 숫자였다. 그 숫자가 코흘리개들에게 구체적 의미로 다가왔을 리야 만무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회 전체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남아 성장률에 대한 집착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그 옛날에는 북한을 앞지르는 것이 지상과제이자 자랑거리였다면, 어느 순간에는 중진국, 다시 선진국에 접어드는 것이 마치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기쁘게 받아들여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