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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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의료개혁이 의사파업 대책이다 의사들이 또다시 파업으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20일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의사협회는 조만간 전체 회원 투표로 파업 일정을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과 달리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고 파업을 한다. 다른 나라 의사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파업을 하더라도 절대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기들 밥그릇을 지킬 수 있으면 “환자는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막말이 의사들 단톡방에서 오간다고 한다. 전의사협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당시 의사들이 중환자실을 비우고 파업한 결과 환자가 방치되어 사망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절대 의사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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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저출생 대책, 해야 할 일 아닌 할 수 있는 일들 여당과 야당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출생률이 낮아진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제까지 뭘 하다가 선거가 다가오니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았는가 생각하면 얄밉기 그지없지만, 무슨 공약을 내놓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저출생은 일자리·주거·육아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출생률이 낮아진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결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고 직장이 없어서, 직장이 있어도 불안정해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인 남자는 40세까지 91%가 결혼하지만 하위 10%에서는 47%밖에 결혼하지 않는다. 집에 돈이 많으면 40세까지 80%가 결혼하지만 집에 돈이 없으면 27%만 결혼한다. 직장이 있는 사람이 취업을 못한 사람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비정규직인 사람보다 결혼할 의향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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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공갈빵’ 같은 정부의 간병비 대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의 간병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곧바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간병 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정부가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국가가 중심이 되어 책임집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니 정말 간병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것은 겉보기만 그럴싸하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공갈빵’ 같은 대책이다. 첫째,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책은 이 정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시범사업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 임기가 절반쯤 지난 2024년 7월에 시범사업을 시작해서 이 정부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2027년 1월에서야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내내 시범사업만 하겠다는 것이고, 돈은 안 쓰면서 생색만 내겠다는 것이다.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예산은 85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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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현대판 고려장 부추길 민주당 공약 1호 더불어민주당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반가운 일이다. 간병인을 혼자 쓰면 한 달 간병비가 450만원, 간병인을 여럿이 나눠 써도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간병파산’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이니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국민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병원이 책임지는 게 당연한 간병을 환자가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해서 해결하다보니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기이한 일도 적지 않다. 간병인이 제대로 환자를 돌봐주지 않아도 병원에 항변할 수 없고, 간병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게 아니라 환자가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환자를 학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간병비를 급여화해 병원이 간병을 책임지면 이런 일들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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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의대 증원과 낭비적인 의료체계 혁신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섰다. 2022년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는 9.7%로 OECD 국가 평균 9.3%를 앞질렀다. 지난 수십년간 의료비가 계속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약 8%로 OECD 국가의 1.7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OECD 국가의 7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 소득에 비해 의료비를 너무 많이 쓰고 있고, 최근 경제성장률이 2%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의료비가 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의료비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1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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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암이나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세상을 뜨면서 사망 전 1년 정도를 임종을 앞둔 환자로 지내게 됐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도 인공호흡기·혈액투석기 같은 의료기술로 상당 시간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듯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도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어떤 죽음을 원할까? 국민 10명 중 6명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 사망자 10명 중 8명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이 높아진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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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환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는 없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시작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놓고 14일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지금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는 초진 환자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하고, 재진 환자도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시범사업 모형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정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범사업 모형을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초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문제는 의사협회와 비대면 진료를 중계하는 플랫폼 업체 사이에 치열한 논쟁을 거친 후에 내린 결정이었는데도 말이다. 복지부가 3개월밖에 안 된 시범사업의 모형을 바꾸려고 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의사·약사·병원, 플랫폼 업체 간 어떤 논쟁이 있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는 이용자를 늘리려 다른 선진국에선 일반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권장하지 않는 초진 환자에게까지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의사협회는 동네의원이 환자를 빼앗기는 것을 막으려고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에 한정하고 큰 병원의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는 데 집중했다. 약사들은 약 배달을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의사·약사·병원, 플랫폼 업체 모두 겉으로는 환자와 국민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와 국민은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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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눈떠보니 ‘의료 후진국’ “대한민국이 선진국 맞냐”라는 비판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쏟아지고 있다. K팝, K드라마, K방역 같은 일부 영역에서의 성공 신화에 취한 정부가 평소 하던 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 반에 공부 잘하는 학생 몇명 있다고 나도 덩달아 공부 잘하는 학생인 줄 착각에 빠져 공부 안 하고 시험을 망친 학생이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새만금 잼버리 파행은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 ‘원정 분만’ 같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 의료체계의 붕괴 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한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했다는 한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은 의료선진국’이란 환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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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민 여러분, 아프면 큰일 나요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조짐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진료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기 진통으로 병원을 찾은 임신 9개월 산모가 미숙아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1시간 이상 분만이 늦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지난해에만 약 8200건 발생했으며, 지난 5년 동안 1.6배 늘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건은 적어도 앞으로 몇년 동안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지난 10여년간 간신히 버텨 온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체계가 최근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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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의료위기 부르는 기형적 의료체계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응급환자가 거리를 떠돌다 사망하고, 소아 환자는 병원을 찾아 길게 줄을 선다. 인구 80만명이 넘는 청주시는 연봉 10억원으로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가 의사와 병원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만들어낸 의사와 병원에 유리한 정책들이 기묘하게 조합된, 기형적인 의료체계가 위기의 근인(根因)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왜 기형적이라고 할까? 첫째, 병상은 자유롭게 늘릴 수 있는데 의사는 늘리지 못한다. 미국은 의료 수요에 비해 병상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병원을 허가해주고, 유럽은 수요에 맞춰 정부가 공공병원을 짓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요와 상관없이 병원이 원하면 자유롭게 병원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3배나 많다. 병상이 늘면 의사도 늘려야 하지만 의사협회가 반대하니 18년째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병상을 늘리고 싶어 하는 병원과 의사를 늘리기 싫어하는 의사들의 이익이 합쳐져 병상은 넘쳐나는데 환자를 볼 의사가 없는 의료체계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