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욱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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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픔 반복되다니…새해 첫날 제주항공 유가족 어루만진 세월호 가족 1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는 조문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지었다. 그 사이로 노란색 패딩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이 보였다.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세월호 희생자 고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세월호 가족들도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에 발생한 또 다른 참사에 비통한 얼굴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아침 목포 신안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차례를 지낸 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지난 10년간 지내온 신년 차례상이지만 이날 따라 가족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에 더욱 힘들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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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끼리 짝지어 놓인 위패···새해 첫날 통곡의 무안공항분향소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입국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유가족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31일 오후 7시 마련된 분향소는 다른 분향소와는 달랐다. 희생자들의 위패나 영정중 상당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놓이지 않고 2개나 3개씩 짝을 지어 붙어있었다.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가족 희생자의 경우 함께할 수 있도록 위패를 묶어 배치한 것이다. 한 곳에는 위패 세 개가 모여있기도 했다. 그 왼편에는 세 가족이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밝게 웃는 영정을 등지고 분향소를 나온 유가족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한 유가족은 “내 아들 보러 갈라네. 내 아들 보러 갈라네”하다 주저앉았다. 또 다른 유가족은 답답함과 원통함을 토로하며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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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이라도 고향 태국에”…‘미안함’ 속에서 고인 떠나보내는 이들 31일 낮 12시30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A씨(46)의 빈소가 차려졌다. 태국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인 A씨는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다. 나주에 사는 A씨는 12월 초 남편과 친정인 태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던 길이었다. 일 때문에 바빴던 남편 B씨는 며칠 먼저 귀국해 사고를 면했다. 빈소에서 아내의 영정을 바라보던 B씨는 “사고 전날 태국에서 출발하기 전 ‘잘 도착해서 연락하겠다’던 통화가 마지막이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B씨는 빈소를 찾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유골이라도 아내의 고향 태국에 보내주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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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골이라도 태국에’ ‘새해 약속 물거품’…떠난 이도 남은 이도 ‘고통의 무안공항’ 31일 낮 12시3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A씨(46)의 빈소가 차려졌다. 태국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인 A씨는 지난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희생자 중 한 명이다. 나주에 사는 A씨는 이달 초 남편과 친정인 태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던 길 이었다. 일 때문에 바빴던 남편 B씨는 며칠 먼저 귀국해 사고를 면했다. 빈소에서 아내의 영정을 바라보던 B씨는 “사고 전날 태국에서 출발하기 전 ‘잘 도착해서 연락하겠다’는 통화가 마지막이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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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름 없이 누굴 기억하라고” 위패 없는 분향소에 분통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합동분향소에 위패가 놓이지 않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추모 문구에서 ‘참사’ 표현 등이 빠지면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설치된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47명의 위패만 놓여있었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7C 2216편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희생자 중 17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합동분향소에선 이를 파악하지 못해 위패가 없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분향소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분들의 위패만 올리고 있다”며 “추가로 신원 확인된 분들이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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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20만마리 이동 경로, 사고기 착륙 경로와 맞닿아” 30일 오전 8시30분쯤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새 전문가인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57)은 가창오리 떼를 가리키며 “이곳(무안공항 인근)은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면서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철새 서식지 등을 연구하는 주 소장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무안공항을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조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이날 주 소장과 동행하며 비행기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장을 탐문하고 새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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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주목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4가지···“해답은 기체에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찾기 위한 정부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 규명은 되지 않은 채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인 해답은 기체에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이 30일 항공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은 결과,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먼저 기체 자체에 대한 분석이 완벽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안영태 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 이근영 국립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장 등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4가지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 외부 충돌의 영향, 유압계 작동 여부, 역추진장치 등 제동을 위한 상황들, 블랙박스 분석 결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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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안공항 둘러본 조류 전문가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 커” 30일 오전 8시30분쯤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57)은 가창오리 떼를 가리키며 “이곳(무안공항 인근)에는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새 서식지 등을 연구하는 주 소장은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조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주 소장은 전북지역 새 전문가로,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도 방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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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정원 입장 막아라” 경호처 요청에 바로 그날 규정 만든 LH 용산어린이정원(용산정원) 전시물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을 콕 집어 출입을 가로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입금지 통보 당일 근거 규정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근거 없이 졸속으로 관련 규정을 바꿔 대통령실 눈밖에 난 시민의 공공정원 출입을 막은 것이다. 이 조치는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당시 경호처장이었다.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는 LH 측의 무리한 출입 통제와 관련 규정 개정 과정이 속속들이 담겼다. 이 소송은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 등이 지난해 7월 용산정원 출입을 신청했다가 ‘예약불가’ 통보를 받은 데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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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챙겨놔” “즐거운 시간” “오늘 도착 아니지?”…제주항공 참사 ‘마지막 메시지’ 지난 26일 낮 12시48분 태국 파타야에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사진 속 아내와 딸은 밝은 표정이었다. 김상철씨(52)는 “즐거운 시간 마지막까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딸은 “웅”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29일 오전 10시14분 딸에게 다시 카카오톡을 보냈다. “연락줘”. 딸은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태국으로 여행을 갔던 김씨 아내(51)와 딸(26)은 이날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도착하는 제주항공 7C2216편을 타고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김씨는 “사고 초기 사망자가 20여명이라는 말을 듣고 살아있기 만을 기도했다”라며 고개를 떨꿨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해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타고 있던 여객기에서는 단 2명 만이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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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암 투병하다 여행가셨는데…” 울음바다 된 무안공항 “아들~ 엄마 아는 언니가 제주에서 귤 보낸거 문 앞에 도착했대.”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김모씨 남매(22세·15세)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방콕으로 여행을 간 지 이틀째인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아들에게 보냈다. 이들 가족은 광주광역시에 거주한다. 아직은 앳된 얼굴의 남매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공항에서 사고 소식이 흘러나오는 TV를 줄곧 응시했다. 공항 청사 1층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청사 앞 주차장에는 벌써부터 운구차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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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하명’으로 용산정원 출입 막은 LH…출입금지 통보 당일 규정 만들어 용산어린이정원(용산정원) 전시물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을 콕 집어 출입을 가로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입금지 통보 당일 근거 규정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근거 없이 졸속으로 관련 규정을 바꿔 대통령실 눈 밖에 난 시민의 공공정원 출입을 막은 것이다. 이 조치는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당시 경호처장이었다.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는 LH 측의 무리한 출입 통제와 관련 규정 개정 과정이 속속들이 담겼다. 이 소송은 김은희 용산공원시민회의 대표 등이 지난해 7월 용산정원 출입을 신청했다가 ‘예약불가’ 통보를 받은 데서 시작됐다. 김 대표 측은 용산공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주제로 한 색칠놀이가 진행된 것을 비판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출입금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