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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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에 가려져 여전한 ‘차별과 배제’···“촛불은 더 낮고, 넓고, 다양해져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됐더. 소외당하던 이들의 목소리는 ‘국회 탄핵안 가결’을 끌어내는데 큰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선 여전히 차별과 배제의 목소리가 흘렀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 무대에 오른 페미당당 활동가 심미섭씨(33)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가 “이 자리에 계신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가 스스로 성소수자임을 밝히자 “저 여자 끌어내려라”며 삿대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씨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저를 향한 야유를 보면서 페미니스트,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말하는 게 위험하다고 느낀 시민들이 무대 아래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환호하는 그 광장이 누군가에겐 안전하고 평등하지 않은 곳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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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많은 일상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소수자, 광장의 주인공으로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 새 역사 /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 찬란한 승리의 그 날이 오길 / 춤추며 싸우는 ‘우리들’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벌어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밤샘 농성장에선 민중가요 ‘농민가’의 개사곡이 울려 퍼졌다. 전농이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이라는 원곡을 ‘우리들’로 바꿔 선창하자 시민들이 따라 부르며 화답했다. 각종 응원봉을 든 2030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렸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화물차 등을 타고 상경 시위에 나선 이들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영하의 날씨에도 시민 수천명이 한밤에 거리로 나와 시위에 가세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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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저항 ‘유죄’ 60년 만에 재심 길 열린 최말자씨 “우리 후손에겐 이런 피해 없어야” “최말자님은 무죄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합니다, 만세!” 20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모임 공간 상연재에서는 박수와 환호 소리가 쏟아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최말자씨(78)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지 60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한 재심 가능성이 열린 것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활동가들이 “후배 여성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워 준 최말자님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며 연대 발언을 이어가자 최씨는 울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마워했다. 최씨는 “모든 것은 물방울이 한 방울씩 바위를 뚫듯이 연대를 모아준 여러분 덕분”이라며 “정말 고맙고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가 나오고 정당방위 나오도록 앞으로도 부탁드린다”며 “우리 후손들에게는 이런 피해자가 없도록 모두 도와주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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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찬양 행사 비판 단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불허는 위법”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찬양하는 행사가 진행된 것을 비판한 시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원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는 19일 “원고들에 대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처분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경호처 요청으로 원고들의 입장을 제한한 것이 밝혀졌으나 피고 측은 현재까지도 어떤 이유로 입장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행정처분 시 근거 및 이유 제시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위법한 내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행정절차법을 위반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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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는 무효…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찬양하는 행사가 진행된 것을 비판한 시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원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은 19일 “원고들에 대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처분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련 기관인 대통령경호처 요청으로 원고들의 입장을 제한한 것이 밝혀졌으나 피고 측은 현재까지도 어떤 이유로 입장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행정처분 시 근거 및 이유 제시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위법한 내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행정절차법을 위반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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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충암고 학생들은 잘못이 없잖아요” “어렸을 때 풀빵 정말 많이 먹었는데, 학생들이 좋아하겠죠?” “삐뚤빼뚤 굽지 말고 예쁘게 좀 구워 봐.” 18일 오전 5시30분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달착지근한 풀빵 냄새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왔다. 고등학생의 부모뻘, 조부모뻘 되는 사람들이 모여 풀빵을 구우며 나누는 대화는 겨울 새벽 썰렁했던 교실을 따스하게 데웠다. “아이들 올 때까지 식으면 안 될 텐데….” 모락모락 김이 나는 풀빵과 함께,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보온용기에 차곡차곡 담겼다. 지역 시민단체 서대문마을넷은 이날 충암고에서 학생들에게 풀빵을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충암고 출신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면서 분노한 여론이 충암고 학생들에게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면서 충암고 학생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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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순호 ‘프락치 자료’ 유출 혐의로 시민단체 간사 검찰 송치 경찰이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의 과거 ‘프락치’ 활동에 관한 존안자료 유출 혐의로 ‘녹화·선도공작 의문사 진상규명대책위원회(대책위)’ 관련자를 검찰에 넘겼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날 이재범 전 대책위 간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씨는 김 전 국장의 존안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8월 입건됐다. 2022년 진보성향 단체들은 김 전 국장이 운동권 동료를 군·경에 밀고했다는 ‘밀정’ 의혹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그의 프락치 활동 의혹이 담긴 국군보안사령부 존안자료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김 전 국장은 “자료 유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며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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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생들은 잘못이 없잖아요” 충암고에 위로의 풀빵 전한 시민들 18일 오전 5시30분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달착지근한 풀빵 냄새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렸을 때 풀빵 정말 많이 먹었는데, 학생들이 좋아하겠죠?” “삐뚤빼뚤 굽지 말고 예쁘게 좀 구워 봐.” 고등학생의 부모뻘, 조부모뻘 되는 사람들이 모여 풀빵을 구우며 나누는 대화는 겨울 새벽 썰렁했던 교실을 따스하게 데웠다. “아이들 올 때까지 식으면 안 될 텐데….” 보온통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풀빵과 함께,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차곡차곡 담겼다. 지역 시민단체 서대문마을넷은 이날 충암고에서 학생들에게 풀빵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충암고 출신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면서 분노한 여론이 충암고 학생들에게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면서 충암고 학생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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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직후 날아오른 기쁨···“풍선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시민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윤석열 퇴진’이 적힌 주황색 풍선들이 하늘로 떠올랐다. 모두가 기뻐하는 순간 멀어지는 풍선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시민들도 있다. 이들은 떠오른 풍선들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거나 야생동물을 해칠까 봐 마음 편히 ‘풍선 날리기’에 차마 기뻐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시민은 “성장한 시민의식만큼 환경과 동물에도 안전한 시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튿날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의 대표 고금숙씨는 온라인 캠페인 플랫폼에 ‘탄핵안 가결 풍선 날리기, 나만 불편해?’라는 캠페인 제안 글을 올렸다. 고씨는 1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풍선을 날리는 순간 ‘기쁜 순간인데 마음이 짜게 식더라’ ‘기쁜 일에 산통 깨는 것 같아 말을 못 하겠지만 쓰레기를 생각하니 슬프다’는 직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며 “신년에도 풍선 날리기 행사가 계속될 걸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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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세계는 성 평등 사회” 탄핵에서 멈출 수 없다는 여성들 “우리는 민주주의의 광장이 열린 후 잠깐의 칭송 뒤에 돌아온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를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는 대통령 한 명을 탄핵하는 데서 멈출 수 없다.” ‘윤석열OUT, 성차별OUT 페미니스트들’ 등 여성단체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에 그치지 말고 성차별주의자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게 한 억압과 차별의 사회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차별을 규탄하며 광장에 나선 여성들을 지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20~30대 여성들이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광장에 있었는데도 보이지 않았다”며 “민주주의에 중요한 인권과 성 평등의 가치도 이들처럼 지워지고 부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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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매매 여성 죽음 이르게 한 불법 사채업자 1명 구속 지난 9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일명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던 30대 성매매 여성이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불법 채권추심을 한 사채업자를 구속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대부업법·채권추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불법 대부업 및 채권추심 행위에 이용된 휴대전화와 은행 계좌 등을 빌려준 8명도 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9월 성매매 노동자 B씨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알려진 후 불법 대부업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이어왔다. B씨는 연이율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채업자들은 모욕적 표현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B씨와 가족, 지인들에게 보내거나 B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까지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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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조부터 바꿔라”…혐오·소외 당한 이들이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시민 200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국회로 향한 직접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한 시민들의 켜켜이 쌓인 불만도 이들을 국회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15일 “윤 대통령 탄핵은 이제 겨우 고비 하나를 넘은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진정한 탄핵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여성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은 ‘성차별 정권’에 대한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활동하는 조혜원씨(24)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나오고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일상에서 느끼는 젠더폭력의 위협과 성평등의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에 수많은 여성이 탄핵을 외친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