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선
SF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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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손가락 조금 잘려봤자 손가락 끝이 잘렸다. 왼손 셋째, 넷째 손가락이었다. 푸드 프로세서에 무심코 손을 댔다가 그렇게 되었다. 살점이 사라진 손가락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렀다. 작게 푸슛푸슛 피가 뿜어지기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옷과 얼굴, 바닥과 선반까지 피가 튀었다. 이마에 점점이 흩뿌려진 핏자국을 씻을 틈이 난 때는 응급처치가 끝난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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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로커스상, 불발보다 중요한 사실 로커스상에 번역 부문이 신설됐다. 올해 최종 후보를 보니 10권 중 4권이 한국 작품이었다. 로커스상은 미국에서 SF와 판타지 등 사변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이 분야에서는 휴고상 및 네뷸러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곤 한다. 독자 투표 방식으로 수상작을 선정하기에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르는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는 편이다. 이번 번역 부문의 기념할 만한 최초 수상작은 덴마크 작가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관하여>(On the Calculation of Volume) 3권으로 결정됐다. 한국 작품이 수상하면 좋겠다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으나 결과를 보니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이 덴마크 소설에 관심이 갔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상황에 빠진 여성의 일기 형식으로, 단 하루를 다루는데도 7부작으로 계획됐다고 한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6권까지 출간되었고 1권부터 부커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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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최초의 장례에서 오늘까지 죽음, 그리고 장례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최소 10만년에서 최대 35만년 지속된 것이라 한다. 선사시대부터 현생 인류가 장례를 치렀다고 추정할 증거가 있다. 죽은 사람을 특별히 대해온 역사가 곧 인류 사회의 역사와 일치하는 셈이다.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브뤼노 모레유의 <최초의 장례>는 장례처럼 “죽음을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인류 사회를 이루는 기본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죽은 자의 몸에 특정한 처리를 가하는 관습은 그 사회의 구조와 문화적 전통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을 지탱하는 모종의 가치를 공유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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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SF 영화의 메시지 전송 속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처음 이채로웠던 장면은 지구와 인간의 모습을 그린 금속판이 우주선 벽에 한가득 걸려 있는 부분이었다. 파이어니어호에 실렸던 금속판과 동일하게, 영화 속 금속판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계 문명에 어떻게든 인류를 소개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태양계의 행성들과 우주선 그림, 인류가 진화하는 그림, 그림의 축척을 알려주기 위한 수소 원자 표시 등. 원작 소설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소설에서는 그레이스가 깨어난 후 자신이 인류를 위해 우주 한복판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거의 100페이지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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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새 책보다 헌책인 경우 갖고 있던 책을 대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사할 때마다 책은 정말 애물단지다. 한 권에 500g이라고 잡아도, 큰 책장 하나를 채울 양만 넘겨도 책은 1t 트럭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책더미를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으면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 집도 땅도 없는 주제에 굳이 책을 소장하는 미련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종이 쓰레기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굳건한 관문이 존재한다.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모셔두고 싶고, 정 안 되면 새 주인이라도 찾아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미련스럽게 미적미적 중고 판매 목록을 만들고 있자니 샛길로 빠지고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책도 상품인데, 헌책이 새 책보다 좋을 게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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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SF엔 주연 아닌 주설정이 있다 영화 <아바타>의 외계인은 피부가 파란색이다. 새파란 피부는 그들이 지구에 없는 이질적인 존재라는 표지다. SF에서는 인물이 파랗거나 투명하거나 어쩌면 형광빛으로 반짝거릴 수 있다. 비현실성은 SF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는다. SF는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와는 다른 세상을 가정하는 장르이므로 오히려 SF의 설정은 명백히 비현실이어야 한다. 여기서 흔히 오해가 발생한다. SF에서는 아무 설정이나 만들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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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장님 코끼리 놀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표현을 생각하면 여러 사람이 코끼리를 둘러싸고 고뇌에 빠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의 손으로 만져서 파악하기에는 코끼리가 너무 크다. 게다가 코끼리의 모양새는 꽤 독창적이다. 코끼리 코를 만지는 사람은 귀, 다리, 상아를 만지는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코끼리를 경험한다. 만약 코끼리에 관해 전혀 모른 채 코를 만진다면, 나는 그걸 뱀처럼 길쭉한 생물의 몸통이라고 여길 터다. 그러다 입에 도달하면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여기가 입이라면 내가 만졌던 부위는 대체 뭐지? 코끼리의 신체는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지? 처음부터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의문에 빠질 일도 없다. 정보의 제약이 물음표를 부른다. 눈을 쓰지 않고 코끼리를 이해하려면 단서를 조합하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 추리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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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슈뢰딩거는 왜 고양이를 말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방정식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하긴 고양이가 방정식보다 사랑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덜 알려진 사실이지만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자신의 ‘고양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본래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 고양이를 사용했다. 이 사고실험에서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 고양이의 생사는 우리가 상자를 열어서 관측할 때 비로소 결정된다. 그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슈뢰딩거는 그런 불확정성은 어불성설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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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여기에 빅풋이 있다면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뿔 달린 말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코뿔소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한다. 비록 코뿔소는 유니콘이 아니지만, 이런 사례는 ‘환상의 생물’과 실재하는 생물 사이의 경계가 약간은 불명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고대 판타지 소설 <봉신연의>에 상서로운 영수(靈獸)로 등장하는 사불상은 환상의 생물인 동시에 실존하는 종이다. 현실의 사불상도 당나귀의 몸통, 말의 머리, 소의 발굽, 사슴의 뿔을 갖추었지만 넷 다 아닌 모습(四不像)이다. 사불상의 이름에는 신화와 사실이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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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진실은 언제나 하나’는 없다 미스터리 장르는 정답을 가정한다. 특히 수수께끼나 퍼즐 풀이 성격이 강한 고전적인 미스터리는 작품 전체가 독자를 향한 퀴즈로 만들어지곤 했다. 자, 범인은 이 중 누구일까요? 정답은 다음 페이지에 밝혀집니다. 독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려면 문제는 물론 정답도 그럴듯해야 한다. 미스터리 작가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생긴다. 오답을 삭제할 것. 훌륭한 정답을 제시할 것.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는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을 소거하고 남은 것,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추리로 걸러내고 마지막으로 남는 하나가 진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홈스를 만들어낸 저자 코넌 도일에게서 이름을 딴 명탐정 코난의 말이 더욱 간결하고 대중적이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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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성의 없음과 부담 없음 사이 나는 ‘문자 메시지’를 문자로 된 메시지로 여겼다. 글을 쓰듯 문자를 보냈다. 지금이라면 ‘ㅋㅋㅋㅋ ㅇㅇ’이라고 쓸 일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입력하는 식이었다. 지금 떠올리니 약간 징그럽기도 하다. 요즘 누가 마침표까지 꼬박꼬박 찍는다고. 그래도 이 버릇은 온라인 채팅, 메신저, 블로그, SNS로까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나이 있는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너무 점잖게 말해서’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도 난다. 온라인 대화를 위한 문장 규범을 받아들인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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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좋은 제목을 짓는 방법 ‘데못죽’이 <놀라운 토요일> 방송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줄임말을 보고 본딧말을 맞히는 퀴즈로 웹소설 제목이 출제됐다는 거였다. 데못죽은 웹소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별칭이다. 줄임말만 보면 의미를 짐작하기조차 어렵지만(방송에 나왔던 오답 중 하나는 ‘데이트 못하면 죽는 남자’였다) 본래의 제목은 내용을 독자에게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주인공은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몸에서 눈을 뜬다. 그는 자신에게 경고하는 시스템 메시지를 본다. 정해진 기간 내에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하면 죽는 ‘상태 이상’에 걸렸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