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선
SF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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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버섯과 원고료 막막(makmak)을 뒤집으면 캄캄(kamkam)이라는 말장난을 보았다. 관점을 바꿔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니, 어쩜 그리도 막막하고 캄캄한지…. 작가로 지내면서 나도 종종 그런 감정에 빠졌다. 마감일이 코앞인데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때. 당장 닥쳐오는 일정에 허덕이느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프리랜서로 몇년 혹은 몇십년을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질 때. 통계청의 예술인 실태조사를 참고하면 작가 중에서 예술활동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람은 전체의 10%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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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모르는 단어를 기대합니다 창피한 기억이 있다. 내가 열 살 언저리였던 때, 어느 공터에 있는 트럭에서 ‘어름’을 팔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트럭 쪽으로 돌아가 주인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어름은 틀렸어요. 얼음이라고 써야 맞아요.” 아저씨는 웃으면서 자기가 몰랐다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덕분에 나는 조금 간질간질하고 뿌듯한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다. ‘어름’이 예전에는 맞는 표기였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조금 겸허함을 배웠다. 어린이를 대하는 방법도 약간은 배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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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데스게임과 업무상 재해 갑자기 ‘데스게임’에 꽂혔다. 데스게임은 말 그대로 죽음이 걸린 게임을 뜻한다. 데스게임을 다루는 작품은 <배틀로얄>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서 생존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내용을 보여주곤 한다. 탈락자, 패배자는 죽는다. 혹은 죽으면서 게임에서 낙오된다. 참여자는 왜 그런 게임이 진행되어야 하는지 영문을 모르고 참가한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즉사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절박해진다. 살아남으려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러다가도 게임 종류에 따라 협동해야 한다. 덕분에 데스게임 작품에는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찐득한 드라마가 피어난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가 주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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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돌고래 기사단을 생각하며 돌고래는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는 지적 생명체이며 돌고래와 대화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한때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1961년 미국 그린뱅크의 국립전파천문대에 모였던 10명의 과학자도 그중 일부였다. 프랭크 드레이크, 칼 세이건 등을 포함한 이 모임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SETI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참석했던 존 C 릴리는 다른 종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특히 돌고래에 빠져 있었다. 참석자들은 돌고래 이야기에 매혹되는 한편, 돌고래의 언어를 해석하는 일이 외계 신호 연구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전혀 다른 두 지성체 간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그들은 공식적으로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고, 비공식적으로는 ‘돌고래 기사단(The order of the Dolphin)’을 결성했다. 농담 같지만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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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나의 ‘낯선’ 달리기 연습 달리기를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헬스장보다 야외에서 달리는 쪽이 기분 좋고 체력도 잘 는다는 거였다. 달리기 초심자로서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진 못했다. 밖을 달리다 보면 나와 몸과 세상이 얼마나 서먹한지 절감하게 된다. 바닥은 디딜 때마다 딱딱하게 굳어 나를 밀어낸다. 공기는 날카롭거나 텁텁하다. 내 다리는 의지에 반해 자꾸 땅에 달라붙으려 든다. 애써 팔다리를 통제하고 있으면 사지가 자유롭다는 개념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이상한데? 안 되는데? 물론 배부른 소리다. 하지만 나는 이럴 때나 되어야 ‘오체불만족’ 생각에 빠진다. 몸뚱이가 물리적 실체를 지닌 구속복처럼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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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당신 인생의 게임 게임 개발자 라프 코스터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이라는 책에서 가상의 게임을 제시한다. 자, 가스실처럼 생긴 우물이 있다. 당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우물에 떨어뜨려 대량으로 학살하는 일을 한다. 희생자는 외형이 제각각이다. 어린 사람, 장성한 사람, 뚱뚱한 사람, 키 큰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던져진다. 바닥에 떨어진 희생자들은 우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타인을 밟고 올라선다. 만약 누가 우물 밖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게임에서 진다. 하지만 희생자를 잘 떨어뜨린다면 아래에 깔린 사람들은 가스에 질식해 죽는다. 이 게임을 계속하려면 당신은 희생자를 효율적으로 죽여야 한다. 이게 전부고, 반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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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화성 대리인 관점으로 말하면 인류는 정말로 화성에 살게 될까? 100년 안에는 모르지만 어쩌면 200년, 늦어도 500년 안에는 반드시 그럴 것이다. SF 작가 배명훈의 답이다. 그는 2년간 한국 외교부의 의뢰로 화성 연구를 진행했다. ‘인류가 화성에 진출한다면 그때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SF 작가는 간혹 이런 일을 한다. 미국 국방부는 우주개발 시대를 맞이했을 적 SF 작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프랑스 국방부도 몇년 전 미래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SF 작가 팀을 결성했다. 우주와 미래, 딱 SF의 오래된 영토다. 더군다나 배명훈은 외교부의 의뢰를 수행하기에 제격이었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SF를 쓰면서 미래 사회를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에는 과학자도 공무원도 아닌 위치의 ‘화성 연구자’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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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내 머릿속 ‘번역’ 인식한다면 번역을 창작이라고도 말하는 이유는 번역 전후의 언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발어는 도착어와 다르다. 다르기에 번역자의 적극적인 주선이 필요하다. 번역자가 원문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려 하든, 새로운 표상을 만들어 감각을 살리려 하든, 번역 과정에는 도착어를 고심해서 출발어와 짝짓는 일이 일어난다. 번역자는 불일치하는 두 세계의 말을 동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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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화학적 사이보그의 자부심 최근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 다니고 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과 깊이 상담한 결과였다. 이로써 내가 매일 먹는 약은 세 가지가 되었다. 여기에 필요할 때만 챙겨 먹는 수면제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위한 약을 포함하면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은 다섯 가지다. 생리 기간에는 진통제를 먹는다.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해열제를 먹는다. 또, 까먹지만 않으면 종합비타민과 루테인을 꼬박꼬박 먹는다. 영양과 관련해서는 프로틴 드링크를, 향정신성 물질로는 커피를 자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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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도시는 계속 노래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학술대회에 갔다가 흥미로운 표현을 보았다. “도시가 차량 소음 없이 노래할 수 있을까?” 관념상 노래는 살아 있는 존재가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위 문장은 도시가 살아 있음을 전제한다. 소설 속이라면 도시 자체가 정말로 생명체가 되기도 하지만(N K 제미신의 <우리는 도시가 된다>처럼) 그건 소설이다. 그러니까 일부분만 사실이다. 우리의 도시는 다양한 존재의 움직임과 소리로 생동한다. 곳곳으로 이동하는 사람의 물결, 혈류처럼 흐르는 교통수단, 도시의 피부를 덮은 다양한 식물, 인간과는 다른 음역을 맡는 여러 생물종이 복합적으로 도시를 살아 있게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졌던 ‘길고양이 생태계’를 다룬다. 40년 된 아파트 단지에는 그만큼 오래된 나무와 종종 인간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대를 이어온 고양이들이 살았다. 재건축은 고양이 주민을 내쫓고 뿔뿔이 흩트리는 일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형성되었던 ‘도시’의 숨을 거두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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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보이저호 8월20일은 보이저 2호가 발사된 날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77년 보이저 2호를 1호보다 먼저 발사했다. 1호는 나중에 출발하지만 빠른 경로로 목성까지 먼저 도착하고, 2호는 먼저 출발하되 탐사에 적합한 경로로 나아갈 예정이었다. 그해는 마침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일렬로 늘어선 덕분에 적은 탐사선으로 여러 행성을 탐사하기에 좋은 때였다. 행성의 중력으로 추진력을 얻기에도 좋았다. 결국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방문하도록 다시 프로그래밍되었고, 최초로 태양계 외곽 행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훌륭하게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