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동
시인
최신기사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전봉준농민투쟁단의 마음 받아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이 12월31일과 1월1일, 윤석열 관저 앞에서 1박2일 밤샘 농성을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신년의 첫해가 오르는 1월1일 새벽 6시 그의 관저가 있는 매봉산 신년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공수처, 국가수사본부 등 헌법기관들의 소환과 출석통지서도 받지 않는 ‘수취인 불명’의 내란 수괴가 정말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참이었습니다. 전체 주권자의 명령으로 붙잡아 헌법기관에 인도해 주고 싶은 마음들이었습니다. 한반도 전체 민중·시민·노동자·소수자들의 피와 생명을 대가로 신종 군부정권을 세우려 했던 극악한 자를 즉시 체포, 구속하지 않고 올해를 넘기려는 이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싶었습니다. 그 당연한 헌정의 집행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내란의힘, 국민의짐’을 포함한 모든 기구나 기관은 내란 종사·연장·지속 업무에 가담한 내란 공동공모정범이라고 외칠 참이었습니다. 문학인 1100인 선언, 영화인 6700명 선언, 음악인 2000인 선언, 여타 문화예술인 4500인 선언 등에 나선 문화예술인들은 272개의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윤석열즉각퇴진 예술행동(준)’을 꾸리고 이날의 준엄하면서도 신나는 예술 농성을 힘있게 준비해 왔습니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박정혜·소현숙 힘내라 암 투병 김진숙은 박문진과 함께160㎞ 걸어 두 노동자를 껴안았다 이 추운 겨울의 고난과 투쟁에함께하려는 걸음들이 분주하다 춥다. 며칠 전엔 폭설이 내렸다. 이런 날씨에 오늘로 330일째 고공농성 중인 사람들이 있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 올라가 있는 박정혜(39)·소현숙(42) 두 여성 노동자다.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일본의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알짜 기업으로 18년 동안 17조원을 벌었다. 그간 한국 정부로부터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아왔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다시, 연대와 희망을 노래한다 ‘청계천 8가’의 가수 손현숙은 지난해에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기억하는 문화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가수 안계섭은 10여년째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해왔습니다. 이사 전 그의 청운동 녹음실은 청와대 앞에서 노숙하던 이들의 쉼터 겸 물품창고 역할을 했습니다. 류금신 가수는 ‘단결투쟁가’ ‘희망의 노래’ 등을 부르던 1988년 ‘노동자노래단’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리에 서고 있습니다. ‘노동자노래단’은 김호철, 윤민석 등이 함께했습니다. 2013년 “추억의 노래가 아닌, 여전히 투쟁의 자리에서 불러지는 위로와 공감의 노래, 힘이 필요한 곳에 주먹 불끈 쥐고 싸울 의지를 만들어주는 노래, 그리고 지지 말고 싸워서 되찾아야 할 많은 것들 중에 우리의 노래가 있음을 새기며 활동하겠다”는 마음으로 결성된 ‘노래로 물들다’의 지민주, 이혜규, 김영희 가수 등은 오늘도 저항의 노래, 연대의 노래가 필요한 곳을 눈여겨 찾아가고 있습니다. 1999년 백자, 이광석, 한선희, 달로와, 이혜진, 지정환 등이 모여 결성한 ‘노래패 우리나라’ 역시 25년째 조국과 민중이 부르는 곳을 찾아다니며 꿋꿋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3년 부산 지역에서 출발한 ‘통일의노래 희망새’ 또한 30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연극과 뮤지컬까지를 겸하는 종합예술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떠올리자니 그들 외에도 한결같이 우리 곁에 있는 박준, 문진오, 이지상, 우창수, 연영석, 김가영, 박경하, 박정환, 임정득, ‘꽃다지’의 정윤경, 정혜윤, 민정연, 옛 ‘천지인’의 엄보컬과 김선수, 그리고 순천의 박성훈, 대구의 이종일, 부산의 황경민, 제주의 조성일과 사이 등도 참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김남주 30주기 ‘해남집회’를 다녀와서 “선생님, 저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2011년 겨울이었다. 희망버스 기획자라는 표적이 되어 수배생활을 마치고 부산구치소 7上1, 0.68평짜리 독방에 갇힌 첫날이었다. ‘철커덩’ 육중한 철문을 잠근 간수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쯤 나도 모르게 김남주 선생님께 독백처럼 건넨 인사였다. 이런 독방에서 9년3개월을 사셨을 선생님의 삶 앞에 조금은 부끄럽지 않고, 칭찬받고 싶은 날이었다. 선생님은 이 감옥이 “팔과 머리의 긴장이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이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독서실이고 정신의 연병장”(‘정치범들’ 중)이라고 했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꿈을 키워나가야 할까. 내심 꿈에 부풀기도 했던 날이었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이번 희망버스는 ‘아리셀’로 간다 8월17일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이번엔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업체 아리셀 참사 현장이다. 6월24일 대형폭발사고가 일어나 중국 동포노동자 17명, 한국 노동자 5명, 라오스 이주노동자 1명 포함 총 스물세 분이 사망했다. 충북인뉴스 기자 최현주님 사연은 가슴 아팠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특집기사 외에도 줄기차게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그리고 경기도 내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기사 등을 보도해 주던 참 고마운 분이었다. 그의 남편 김병철님도 사망했다. 아리셀의 연구소장이던 그는 폭발사고가 난 3동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평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등을 챙겨 간식과 도시락을 나눠 먹던 이였다고 한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이게 나라냐고, 다시 외칠 수밖에 없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며칠 동안 부들부들 떨린다. 참담하다. 지난 7월4일이었다. ‘용호성’이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내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재직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키다리 아저씨’ 김판수의 노래 이야기 수재 소리를 들으며 1961년 서울대 영문과에 입학한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청년은 친구의 삼촌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전공 박노수 교수로부터 친구와 함께 유학을 오라는 멋진 제안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릿고개조차 힘겹게 넘던 때, 국경을 넘어 유학을 가는 것은 조선시대 박지원이 사절단에 뽑혀 청나라 열하를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여섯 박스의 경옥고 지난주 금요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최인기를 위한 꿀밥’ 자리를 가졌다. 얼마 전 1년2개월의 감옥살이를 마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최인기를 위로하는 소박한 자리였다. 2023년 2월10일 그와 그의 동료 다섯 명이 법정 구속됐을 때 이 지면에 ‘감옥만 여덟 번째인 최인기를 위하여’라는 글을 썼다. 구속 사유가 근 10여년 전인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강남구청의 폭력적인 노점상 단속에 항의해 연대했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해 연대한 일로 10여년간 경찰, 검찰, 법원에 끌려다녔으면 충분한 죗값을 받은 것과 같은데 실형이라니.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바람의 세월’, 그 10년에 대하여 <바람의 세월>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다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이었던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 선생은 그해 8월8일부터 캠코더를 들고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4·16TV’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보관한 영상자료만 5000여개, 50테라바이트에 이른다. 편당 1~1.5기가바이트인 영화로 치면 5000여편. 하루도 빼지 않고 8시간씩 4년여를 쉼 없이 찍어야 가능한 분량이다. 처음 뵐 때 검었던 머리는 세어 이제는 은빛이다. 그는 지금도 해마다 몇번씩 딸이 물길 따라 주검으로 돌아왔던 동거차도를 찾아간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내 마음속 ‘파블로 네루다 문학학교’ 청소년을 위한 파블로 네루다 평전을 쓴 적이 있다. 안타깝지만 출간은 아직 못했다. 세계의 혁명가와 위인들에 대한 평전을 제안받고는 두말없이 나는 파블로 네루다를 써보겠다 했다. 사랑과 혁명의 시인으로 동시에 불리는 그를 꼭 한번은 사숙해 보고 싶었다. 더불어 그의 시와 삶을 좇다보면 자연스레 근대 남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공부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1000송이의 국화와 야생화의 바람 백기완 선생님 3주기 추모대회가 지난 토요일 오후 대학로에서 열렸다. 추모로만 끝낼 수는 없어 올해도 사람들이 모여 투쟁대회와 행진을 조직했다. ‘학살과 착취를 멈춰라’는 외침 아래 장애인, 철거민, 도시빈민들, 비정규노동자들, 그리고 평생을 거리와 광장에서 함께해 온 원로 선생님들이 같이했다. 뼛속 깊이 저항의 의지로 다져진 그들 민중의 열기로 모처럼 거리가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1000송이의 국화꽃과 야생화를 들고 이스라엘 대사관을 거쳐 이태원 분향소까지 나아가며 분노할 일만 태산처럼 쌓여가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보았다.
-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당신을 ‘날리면’ 되는 일인가 오늘도 아침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서야 했다. 지난 18일에 발생한 강성희 의원 관련 대통령 경호처의 폭력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작년 6월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그들에 의해 같은 식으로 입이 틀어막혀 들려 나와야 했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나섰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개인이 끌려 나온 게 아니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라는 국회조차 가만히 입을 틀어막고 있으라는 협박과 폭력에 다름 아니다.
1
2